시조집 <행복나무> 추천의 글
감사와 기도로 심은 행복나무
䨒溪 이도현
(시조시인, 국제펜한국본부 자문위원)
유영숙 시인이 첫 시조집 「행복나무」를 발간한다.
유시인은 현암교회 문예창작반에서 시조 짓기 공부를 하면서, 2011년 <가람문학>에서 신인상을, 2015년 <현대시조>에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문단에 등단한다. 그간 1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계속하면서 창작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 첫 시조집 「행복나무」를 상재하니 얼마나 기쁠까. 그것도 칠순이 넘은 지긋한 연치(年齒)에서 옥동자를 탄생시키고 있으니 참으로 경하할 일이다. 축하를 드린다.
이번 발간하는 시조집엔 자연과의 교감, 인사, 신앙, 가족사랑 등 83편을 4부로 나누어 구성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대상을 관찰하고 소재를 찾아 남다른 안목으로 가끔은 유머와 위트를 구사하여 신선하게 형상화 (形象化)하고 있다.
때로는 순수 서정을 재미있게 천진난만한 동안(童眼)으로 묘사하여 그것을 우리의 고유문학 시조(時調) 형식에 담아 정제된 유려한 가락으로 노래하니 더욱 돋보인다.
바깥 세상 궁금하여
고개 내민 꽃망울
기다림 하도 부풀어
벌겋게 안달이 났지
살며시
다녀간 봄비
고운 웃음 터졌네.
-<개화(開花)> 전문
단수로 된 <개화(開花)>전문이다.
꽃이 피는 모습을 여인으로 의인화(擬人化)하여 수줍은 듯, 벌겋게 안달이 난 듯, 살며시 봄비 다녀간 후로 고운 웃음 터졌다고 환호한다. 꽃망울이 열리는 순간을 동영상으로 찍어내듯 이처럼 실감나게 표현 할 수 있을까? 이른 봄날 봄소식을 전하는 매화꽃 한 그루 곱게 핀 그림 한 폭을 본다.
이 작품은 일찍이 시조창작운동을 전개한 이호우시인(1912~1970)의 대표작 ‘개화’에 견줄 만큼 그 수준에 이른 가작이다.
입주 기념으로
행복나무 심는다
물주고 거름 주고
사랑을 듬뿍 주고
낮과 밤 정성을 쏟아
만세수(萬歲樹)로 키우리니
사나운 바람에도
한결같이 꺾이지 말고
감사와 찬양으로
잎새마다 웃음을 걸어
하늘만 높이 바라보며
청청하게 자라소서.
-<행복나무>전문
시조집 표제시(標題詩)로 내세운 작품이다.
두 수로 된 연시조(連時調) 작품으로 새 아파트에 입주하고 행복나무 한 그루를 화분에 옮겨 심으면서 낮과 밤으로 정성을 다하여 만세(萬歲)를 자랑하는 나무로 키우리니,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아니하고 감사와 찬양으로 웃음이 충만한 가정, 하나님만 바라보는 가정으로 늘 푸르게 자라달라는 간곡한 기도를 드린다.
이 작품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시인의 성실한 자세와 하나님을 섬기는 참된 신앙인의 경외(敬畏)가 깊숙이 녹아있다. 이러한 생각은 이 작품 외에도 시조집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맑고 고운 순수로
가슴 뛰던 처음 사랑
쌓이는 연륜과 함께
시기, 질투, 교만, 불평
켜켜이 퇴적된 마음 밭
말기 된 암덩어리.
부숴지게 하소서
깨어지게 하소서
주님 쏟은 피로
성령의 호흡으로
내 영혼 다시 뛰게 하소서
살아나게 하소서.
-<영혼의 기도> 전문
한없이 맑고 고왔던 어린 시절의 심성(心性)이 나이 들면서 혼탁한 세상에 물들어 사악하게 되었으니 주님의 피로, 성령의 호흡으로 깨끗이 씻고 다시 순수한 사랑으로 살아나게 해 달라는 뜨거운 기도이다. 자기를 내려놓아야 하나님이 보인다는 신앙의 원리를 고백한 작품이 아닌가.
유시인은 현재 현암교회에서 권사직분을 맡고 있다. 따라서 항존직의 사명을 다하여 주일성수는 물론 참된 신앙인의 자세로 묵묵히 본을 보이고 있다.
시인은 세상을 평범한 어머니로, 나지막한 아내로 그리고 독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착하게만 살고자 하며 티끌만큼도 이웃에 누가 될까 걱정한다. 교회를 하늘 같이 섬기고 성도들 간의 우의도 돈독하다.
그러기에 그가 창작한 작품들도 꽃처럼 곱고 아름답다. 때로는 기발한 착상으로 남다른 해학과 번뜩이는 재치를 갖는다. 공자의 사무사(思無邪)의 경지에 든다 할까, 평소 감사와 기도로 선한 행복나무를 심고 가꾼다.
부디 행복나무 잘 키우시고 비단자락 같은 명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분발하시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2019년 3월
초록마을 寓居에서
첫댓글 유영숙 선생님 보고십습니다.
건강은 어떠신지요?
간간이 이도현 선생님께 안부는 묻습니다.
년 구독료는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장 이유진 올림
편집장님!
너무너무 죄송하고 그리고
감사합니다
며칠 안 남은 22년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에도 활기차게 활동하시고 가정도 함께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선생님 세월이 정말 덧없이 흐르네요
더 흐르기 전에 돌아오세요
이도현 선생님께서도 안타까워하십니다.
존경하는 이도현 선생님
께서 "이 작품은 일찍이 시조창작운동을 전개한 이호우시인(1912~1970)의 대표작 ‘개화’에 견줄 만큼 그 수준에 이른 가작이다."라고 평을 받으신 것에 공감이 갑니다.
순수한 신앙심으로 간직한 마음들이 시조로
꽃피운 것 같습니다. <행복나무>처럼...독자들에게도 행복이 전해집니다. 유영숙 권사님의 시대가 열린 것 같습니다. 또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