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안산은 가슴에 250개의 구멍이 뚫린 도시"
가슴에 250개의 뻥 뚫린 구멍을 가진 도시.
‘뉴욕타임스’는 세월호 참사로 비탄에 잠겨 있는 경기도 안산시를 그렇게 묘사했다.
도쿄지국장을 지냈고,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 취재팀 일원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마틴 패클러가 안산시 고잔동을 찾았다.
패클러는 사람들이 너무나 큰 슬픔에 말을 잊은 듯이 보였다고 적었다. 단원고 정문 앞의 문방구 주인은 가게를 찾아 참고서를 사던 학생들이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아이들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한다는 한 남성은 이웃의 일곱 가정이 아이를 잃었다며 애통해했다.
패클러는 조문을 위해 90분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끝없이 이어지는 조문행렬을 전하면서 김희겸 경기부지사와 한 인터뷰 내용도 실었다.
“(단원고는)한 학년 전체가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희생당한 250명의 학생뿐 아니라 살아남은 학생, 부모, 친구, 이웃 아니 도시 전체를 잃었습니다. 이 악몽을 잊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패클러는 한 학생의 장례식도 지켜봤다. 화장장으로 가기 전 운구차가 학교를 들르는 모습, 딸을 잃은 어머니가 딸이 공부하던 책상 위에 국화꽃을 놓다 오열하며 쓰러지는 장면까지.
제자들의 주검을 맞이하는 교사들의 애절한 모습도 전했다. 검은 상복을 입은 교사들은 복도에 서서 마지막으로 학교를 찾은 제자들의 시신 앞에서 머리를 들지 못했다고 패클러는 적었다.
그는 희생된 학생들의 시신을 화장하는 일을 책임지고 있는 이재진씨의 인터뷰로 르뽀를 마무리했다.
“한 아이를 떠나 보내는 것도 너무나 힘든 일입니다. 하물며 250명의 아이와 작별해야 하는 일은 어떻겠습니까?”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