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신인문학상 심사평
----김길중 씨와 김자향 씨의 시에 대하여
시는 언어의 예술이고,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다. 시는 공동체 사회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존재하고, 따라서 시인은 불의에 항거하며, 온몸으로 온몸으로 시를 쓰지 않으면 안 된다.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은 하늘을 감동시킨다는 것이고, 하늘을 감동시키지 못한다면 그는 이미 시인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시인은 전인류의 아버지이자 스승이고, 최후의 심판관이라고 할 수가 있다.
본지는 이번 호에도 [꾹꾹 누른다] 외 4편을 응모해온 김길중 씨와 [아버지의 술래] 외 4편을 응모해온 김자향 씨를 애지신인문학상 당선자로 내보낸다. 김길중 씨의 [꾹꾹 누른다]는 “젊어서는 그 양반이 나를 꾹꾹 눌러주었는데 늙어서는 내가 딸년들을 위해 꾹꾹 누르고 있다고 씩 웃으신다// 참 맑다”라는 시구에서처럼 ‘사랑의 시학’이고, “숨을 쉰다는 것은 살아있음에 대한 경이로운 몸짓”([숨을 쉰다는 것은 살아있음에 대한 경이로운 몸짓])이고, 진한 감동과 깊은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리어카가 무거워지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리어카가 가벼워지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컵라면]의 노동과 “그레이스 켈리는 모나코 왕비로 26년을 살다 모나코 국민들의 가슴속에 묻혔고 우리 집 켈리는 우리 가족으로 16년을 살다 우리 가슴 속에 묻혔다”라는 [그레이스 켈리] 등, 더 이상의 꾸밈이나 과장이 없는 언어들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
김자향 씨의 “죽어서도 계집질이라는/ 시퍼런 질투가 꽃 져도 떨어지지 않는 장미 가시 같다”라는 [아버지의 술래] 역시도 ‘사랑의 시학’이고, 그것은 타인들과의 경쟁(질투)을 통해서 온몸으로 쓰는 사랑의 노래라고 할 수가 있다. 아버지의 바람기를 물려받은 딸은 [슬도에 와서]도 “서로의 혀끝에서 흘러내린 타액으로 숭숭 구멍은 더 크게, 더 많이” 뚫린 바위들을 바라보며, 삼류유행가의 주인공 같은 [명자]에 대한 회상을 지나서 “한창때 한 사내가 시시때때로 드나들어 아들 하나, 딸 둘을 소출한 황금 비율의 밭”([달무리 지다])을 자랑하게 된다. 김길중 씨의 시가 이타적이고 역사 철학적이라면, 김자향 씨의 시는 에로스적이고, 여성적인 생산성을 자랑한다. 사랑은 정신과 육체, 그리고 인간 사회의 건강의 기초이며, 모든 삶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가 있다. 시는 ‘사랑의 시학’이고, ‘사랑의 시학’은 하늘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이 세상에서 존재할 수가 없다.
김길중 씨와 김자향 씨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더욱더 열심히 정진하기를 바란다.
----애지신인문학상 심사위원 일동(글 반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