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年七月 余自峴底洞移杏村, 踞家數十步 卽毅堂兄所居也. 爲納涼 共登屋後山 交話消暑傷 及耳.
이 해 7월에 나는 현저동에서 행촌동으로 이사했는데, 그의 집이 몇 십 걸음의 거리에 의당 형의 사는 집이었다. 더위를 식히려고 함께 집 뒷산에 올라 서로 이야기하며 더위를 날리면서 이에 이르렀다.
(1)
卜居猶得小山佳
작은 산자락에 터를 잡아 산다면 좋겠네,
又接芳隣日夕偕
또 좋은 이웃을 만나 밤낮을 같이한다면.
一片靑萍無価値
한 조각 부평초의 가치는 없다고 하지만
三間白屋是生涯
허술한 세 칸의 초가는 일생의 집이라네.
村砧搗月惟詩境
다듬이소리에 달 뜬 마을 시를 생각하면
飾樹聞寒却旅情
단풍들어 찬바람 불 땐 나그네 외롭다오.
國末春秋何地讀
나라가 끝날 무렵 춘추를 어디서 읽었나, 1)
阿郞散曲揮平街
아랑의 노래는 평민거리에도 휩쓸었는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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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춘추(春秋): 공자(孔子)가 쓴 노(魯) 은공(隱公)에서 애공(哀公)까지의 242년간의 역사책, 인간사회의 흥망과 변천과정을 알려주는 유학(儒學) 오경(五經) 중의 하나다.
2) 아랑산곡(阿郞散曲): 아랑의 노랫가락, 밀양(密陽) 아리랑의 억울하게 죽은 아가씨의 원혼(冤魂)을 달랜 밀양 영남루에 관련한 비화(悲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