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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발은 통통하고 끈기가 있어 쫄깃한 맛을 더하고, 배를 두둑하게 해준다. 주인장들의 손놀림도 예사롭지 않다. 밀가루 반죽에서 수제비를 뜯어내고, 김과 양념장을 얹고, 깨와 후추도 살포시 뿌리는 손에서는 연륜이 묻어난다.
20년 넘은 '엄마손칼국수' 강영옥(59) 주인장은 "매르치(멸치), 땡초(매운 고추), 파뿌리 등을 우려낸 국물이 다른 곳보다 진하고 시원하다"며 반송시장 칼국수만의 비법이 있음을 일러줬다.
칼국수촌(?)으로 가는 길은 네 가지 이상이다. 시장통만의 매력이다. 반송새마을금고 맞은편 조아라헤어라인과 빅세일마트 사이 골목이 대표적이겠다. 점심때가 대목이다. 이 즈음을 지나서도 허기진 배를 채우려는 손님이 줄 잇는다. 반송시장 들머리에 50대 남짓 주차 공간이 있다. 창원종합운동장에 차를 대고 600m 남짓 걸어가도 좋을 듯하다.
◇마산 깡통골목 '쑥칼국수' = 따르릉. 전화 한 통이 걸려오고 굵직한 남자 학생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 중앙고인데요. 한 시간 뒤에 다섯 명 내려갈 낍니더." 마산 깡통골목 한편에 자리 잡은 '쑥칼국수'. 십 년 새 마산 중앙고 또는 제일여고에 다닌 학생이면 한 번쯤은 학교에서 가게까지 500m 정도 되는 거리를 냉큼 달려 들렀을 집이다.
학생들이 바글바글해 전용식당이라는 오해 섞인 얘기도 들었단다. 10년 된 이 칼국숫집을 지키는 이남애(59) 사장은 가게 코앞에 있던 판자촌이 뜯겨 나가고 도로로 변하는 과정도 지켜봤다. 이전에는 세 집이 모여 함께 칼국수를 팔았는데, 지금은 뿔뿔이 흩어졌다고 했다. 가게 문을 연 당시 '쑥 칼국수'라는 호기심 때문에 찾아오는 이가 많았지만, 지금은 단골이 대부분이다. 출입문을 열면 왼편에 주방부터 훤하게 보인다. 꼭꼭 주방을 숨겨두지 않았다.
봄에 저장한 쑥은 1년 내내 쓴다. 새 쑥이 날 때까지를 기다리며 장사를 하고 있다. 밀가루 반죽을 할 때, 쑥을 갈아 넣어 면은 새파랗고 속에는 쑥이 빼곡하게 보인다. 쑥은 직접 캐오거나 시골 장터 할머니들이 산청군 생초면 등에서 손수 채취해온 것이라고 했다.
'후루룩' 마음 든든해지는 소리
뜨끈하고 참깨가 들어 있어 고소한 국물은 계절 가리지 않고 손님들이 찾는 메뉴다. 매끄러운 쑥 면발을 걸쭉한 콩국에 말아주는 쑥콩국수(5000원)는 여름 별미다.
"판자촌이 있던 예전에는 연탄이 한 개 250원이었는데, 이제 600원 합니더. 가스비는 1만 8000원에서 4만 원까지……. 2000원 하던 칼국수 값도 올릴 수밖에 없데예." 하지만, 이남애 사장은 밀가루 값이 폭등하지 않는 이상 더는 칼국수 값을 올릴 생각이 없다.
"분식은 사람들이 밥 먹듯이 먹는 게 아니잖아요. 지나가다 출출할 때 즐기는 분식 값이 손님들한테 부담은 없어야 한다고 봅니더." 꾸준히 장사한 덕분에 친언니가 지난해 7월 마산 석전초등학교 옆에 똑같은 이름으로 가게를 차렸다고 한다. 칼국수 3500원·쑥칼국수 4000원. 마산 중앙동 1가 11-9번지. 055-248-9951. [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