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옆을 지나다가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오르간 소리를 들으면.즉시 안으로 들어가 귀를 기울이세요.혹시 오르간 앞에 앉을 기회가 허락된다면,그대의 작은 손으로 직접 연주해보고 그 전능한 음향에 흠뻑 취해보세요.” 역사가 오래된 오르간을 향한 경외심과 존경심을 담은 슈만의 말입니다. 오르간은 고대에 극장과 아레나에서 ‘사회적인 상승’을 경험하고,그 후 교회로 뚫고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고딕 시대의 교회 건축물은 그 규모가 엄청나지요. 지금까지의 교회음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고, 더 강력하고 음량이 풍부한 악기를 요구합니다. 그리하여 등장한 초기 오르간은 소리를 끝없이 울리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다성 오르가눔의 길게 끄는 성부를 연주하기에 적합했지요. 오르간은 14세기부터 유럽 전역에 자리를 잡고 지금과 비슷한 형태를 갖춥니다.그리고 17, 18세기에는 교회 전례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지요. 이제 오르간은 합창석에서 웅장한 위엄을 자랑하고, 심지어 제단을 압도하기까지 합니다. 아르프 슈니트거Arp Schnitger나 질버만 형제 같은 제작자들은 그 어떤 악기로도 따라잡을 수 없는 화려한 색채,역동적인 긴장,풍부한 음역을 빚어냅니다.또 성녀 체칠리아가 천사의 노래를 따라하기 위해 오르간을 만들었다는 신비스런 전설이 전해지면서 오르간의 신비함과 명성은 더욱 높아져만 가지요.
모차르트는 슈만보다 훨씬 앞서 이 악기의 신성함에 경탄하여 오르간을“악기의 왕”이라고 선포합니다. 그래서 피아노가 주도적인 악기라고 믿고 있던 그의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지요. 19세기,오르간은 웅장한 교향곡의 음향을 추구합니다.그렇다고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그대로 흉내 낼 수는 없지만,음향의 풍부함과 다양함은 결코 오케스트라에 뒤지지 않습니다.지금도 오르간을“악기의 여왕”으로 떠받들 것인지에 대한 견해는 감상자 개개인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현재 널리 쓰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오르간은 아마 피아노와 어깨를 견줄 만한 악기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오르간에는 다른 악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점이 있지요.오르간만큼 공간과 밀접히 결합하는 악기는 없습니다.오르간의 음향은 설치된 건물에 퍼져나가면서 직접적으로 반응하고,건축물과 하나의 통일체를 이룹니다.고딕 양식의 성당이든,작은 예배당이든,큰 콘서트홀이든,공간 자체가 오르간의 공명통이지요.오르간은 음향과 건축의 섬세한 융합을 통해 지금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출처:쾰른음대 교수진,‘클래식 음악에 관한101가지 질문’_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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