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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전재능시낭송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김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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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uwnews.co.kr/(울산여성신문)
울산 시(詩)가 좋다
제2회 울산사랑 전국 시낭송대회 참가신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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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 (한글) (한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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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詩 | 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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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란 | 1. 위 내용은 사실과 다름없습니다. ( ) 2. 심사용 낭송녹음은 본인 육성임을 확인합니다. ( ) ※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른 경우, 참가 및 시상에서 제외 될 수 있습니다. | ||||||
위와 같이 제2회 울산사랑 전국시낭송대회 참가를 신청합니다.
2016년 월 일
신청인 (서명)
※ 자유시 작품전문 첨부 할 것
(주)울산여성신문 문화사업부 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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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울산사랑 전국시낭송대회 지정시 목록
순 | 제 목 | 시 인 |
1 | 간절곶 – 박제상부인의 돌조각 앞에서 | 신필주 |
2 | 간절곶 일출 | 정일근 |
3 | 겨울 가지산 | 서상연 |
4 | 꿈꾸는 장생포 | 권영해 |
5 | 다빈치처럼 | 박정옥 |
6 | 대숲에 내리는 눈 | 최일성 |
7 | 대운산 | 구광열 |
8 | 망해사에서 부르는 처용가 | 김태수 |
9 | 방어진 등대 – 울기등대 점등 100주년 기념 | 박종해 |
10 | 방어진 포구에서 | 문창길 |
11 | 방어진송림 | 이사빈 |
12 | 소금의 노래 | 권주열 |
13 | 신화마을 | 한영채 |
14 | 암각화를 위하여 | 이건청 |
15 | 어머니의 봄바다 | 오창헌 |
16 | 영남알프스 바람신 가라사대 | 배성동 |
17 | 울산바다 고래 봐라 | 김종경 |
18 | 음이탈(音離脫) - 태화강 대숲에서 | 이자영 |
19 | 저 참돌고래 떼처럼 | 박영식 |
20 | 정자바다 | 최종두 |
21 | 치술령 | 조홍제 |
22 | 태화강 5 - 물새 | 이상태 |
23 | 태화강에 흐르는 시 | 문송산 |
24 | 태화루여 날개를 펴라 | 조남훈 |
25 | 파래소 폭포 | 김성춘 |
1. 간절곶 / 신필주
- 박제상 부인의 돌조각 앞에서
기다리다 기다리다 그만 돌이 되었어요
망망대해 아무리 불러봐도
흰 파도만 무심히 밀려올 뿐 당신 소식 알 수 없군요
먼 나라로 떠날 때
흰 옷 한 벌 입혀보내고 나서
이내 돌아오신다 하여 갯가에 나가선 날이 백날도 넘었어요
하냐 파도가 행여 당신인가 하여도
아니고 말아 그 자리에 쓰러질 것 같아요
오늘은 간절곶 이 바다에
두 딸을 데리고 나와 아버지 기다리고 서 있어요
돌아오고 돌아오소 이 나라가 기다리고 있어요
지아비 잃은 지어머가 어디 저뿐이오만
당신은 너무 오래 돌아오지 않는군요
오늘 아침 정화수 떠놓고 빌면서
죽는 날까지 당신을 기다리기로 했어요
파도가 높으면 행여 못 오실까 조바심 내고
배가 없으면 또 못 오실까 빌고
더욱이 매정한 그 나라가 보내주지 않을까 염려하며
간절히 간절히 빌고 빕니다
간절곶 이 바닷가에 천 년도 좋이 서 있겠사오니
돌아만 오세요 당신의 조국에
하얀 파도처럼, 하얀 돛단배처럼
반가운 소식으로 돌아오소, 제발 돌아만 오소.
2. 간절곶 일출 / 정일근
신단수 아래의 쓸쓸했던 남자 환웅
쑥 한줌과 마늘 스무개의 외로웠던 여자 웅녀
그들이 만난, 뜨거웠던 첫날밤이 저러했으랴
우리나라 동쪽 바다를 금침으로 깔고
그들이 만나 한 몸이 된 것을 알리듯
해는 신성한 첫날밤의 흔적처럼 바다를 붉게 적신다
그대, 아직 살아있는 이 땅의 신화를 만나려거든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간절곶 바다에 서라
연오랑과 세오녀 만파식적 만만파파식적
처용량이 태어난 북위36도 아래의 바다
그 바다를 한 평 한 홉 남기지 않고 쩔쩔 끓이며
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해가 뜨는 간절곶에 서라
아직 미명 속에 잠긴 대륙과 산맥이
새벽 등불처럼 바라보는 그리운 동쪽이 바로 이곳이려니
지난밤 처음 남자의 여자로 여자의 남자로 돌아온
환웅과 웅녀가 만든 붉은 생명 붉은 신화가
수평선 위로 솟아 오른다
간절곶 일출로 비로소 아시아의 아침이 오고
유라시아 대륙의 또 하루가 기록 될 것이니
그들의 밤을 지킨 반도 호랑이 한 마리 운다
아주 크게 운다
3. 겨울 가지산 / 서상연
밀양 가는 길
눈 쌓인 산으로 터널이 있고
거기서 내려다보면 울산이
언양이 발아래 보이는 곳
커피 끓이는 아주머니의 손이
삶의 고샅길을 오르내리는 이야기로 얼었고
쉬어가는 차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산 아래 눈바람으로 날려 보내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차들은 또 떠나고 있다
멀리서 보는 가지산은
그 옛날부터 그랬던 것처럼
눈으로 덮였는데
산 아래 마을은 봄으로 오는가
햇볕들이 모여 속삭인다
가파른 눈길을 오르면서
가슴을 틔우고
살바위 쪽으로 난 길이 지렁이 자국처럼
보이는 능선위로
겨울은 눈 덮고 쉬는지
헐벗은 잡목들이
눈꽃을 달고 있는 가지산
골짜기로 흐르는 물소리 아득한데
등성이에 쌓인 무덤 하나
문득 바람 되어
백운산 자락으로 떠난다
4. 꿈꾸는 장생포 / 권영해
꿈이 없으면 잠들지 않네
장생포의 밤
낡은 닻줄은 어둠 속에 잠기고
갑판 위에서 출렁이는
발톱이 푸른 새떼
우리들의 낭만은 아직도
이곳에서 서성이는데
언제 다시 몸을 일으켜 세파를 헤쳐 보나
언제 목쉰 고동을 울리며 돛을 띄워 보나
잠들었으므로 꿈꿀 수 있네
장생포의 밤
오늘도 별은 떠서 가라앉고
좌초된 세월은 뱃머리를 눌러도
파도더미 위에 펄럭이던
싱싱한 과녁이여
아버지의 팔뚝을 솟구치게 할
포경의 꿈은 접을 수 없네
녹슨 방아쇠 당길 때
작살보다 먼저 날아오를
우리들의 희망을 버릴 수는 없네
5. 다빈치처럼 / 박정옥
반구대 암각화에 가면
돌아서다 자주 발길을 멈추게 된다
으스스 허물어지는 얇은 벽을 붙들고
바위 속에서 자꾸 누가 부른다
돌 속에 갇힌 아득한 소리
돌의 시간을 꺼내고 싶어
우리에 갇힌 아우성을 방류하고 싶어
애초 이것들은 누군가의 설계도이며
우리에게 던진 게임의 도전장이다
그는 기호학자이고 우리들은 독자이며
음각의 기호가 죽어 있는 마을
코끼리 게임으로 동심원을 돌면
헐거운 시간의 나사가 조여지고
모든 소리를 걸어 잠근
선명한 기호의 입구가 드러날 거야
바위엔 어떤 복선이 깔려있을지 몰라
아니 메로빙거 왕조의 반전이 똬리 틀고 있을 거야
방심은 뒤통수를 후려친다지
거대한 고래가 부뚜막에 꽂히고
카누가 울타리를 빗질하고
멧돼지의 식도가 태양을 향해 웃는다
뾰족 턱을 가진 네안데르탈인
비탈길 내려오던 벌거벗은 남자
아랫도리 더욱 부풀어 환해지며
바위에 박힌 화살촉을 뽑자 대곡천
생몰연대의 시간이 콸콸 쏟아졌다
저 소리 물속에서도 목이 타겠다
6. 대숲에 내리는 눈 / 최일성
대숲 바람 잠재우러
눈이 내린다.
서걱이는 슬픔이 가라앉는
대나무 뿌리 까지 잠재우러
눈이 내린다.
홀로 걷는 길
눈발 따라 길이 열리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이 자정 눈 맞으며
대숲에 기대보면 안다.
독(毒)으로 살아가는 것들을 잠재우러
눈이 내린다.
우리들의 슬픔을 덮고 있어서
눈(雪) 속에서도 눈(眼)을 뜨는
청정한 기운, 보아라
눈발마저 안심 시키는
청정한 위용.
솔바람에 묻히는 눈을 맞으며
이를 악문 슬픔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대숲을 걸어보면 안다.
7. 대운산 / 구광렬
그대 슬픈가. 대운산에 오라
우리 몸의 반은
주욱 짜면 흘러내릴 슬픔,
그냥 물 따라 흐르게 되느니.
그래도 슬픔이 남을 땐,
계곡에서 탁발(托鉢)하는
부처 속살 같은
바위들을 보라.
세월은 얼마나 세상을
어루만져 주는지.
계곡에는 물
하늘에는 구름
가끔 땅 위엔 사람도 흐르지만
시간은 이끼 되어
애기소(沼)에 머무나니,
그대 지난 세월 아쉬우면
대운산에 오라.
헤어졌던 시간들을
다시 만날 것이니.
8. 망해사에서 부르는 처용가 / 김태수
망해사에서는 오늘 바다를 볼 수 없어요
이따금 바람 몇 바다 쪽에서 와서는
잠시 머물다 옹아리 한 타래 풀어놓고는
대웅전을 한 바퀴 돌다 무심코
푸른 솔바람과 몸 섞고 바다로 갑니다
아직도 동해 바다를 희망이라고 하는가요
적조와 기름 뒤엉켜 누운 바다는
검붉게 시든 돌미역과 저 바다풀 이름은 무엇인가
아직도 닦아내고 있을 늙은 어부여
굵은 눈주름을 타고 눈물이 흐릅니다
옛날 안개와 구름은 어디로 갔을까요
처용의 땅은 공장 굴뚝만 무성하고
매운 연기 지천에 가득하다 병든 들판은
저녁답 소슬바람에도 흔들리며
붉은 잡초더미 위로 황혼이 내립니다
서울 밝은 달에 밤새도록 노닐다가
돌아와 잠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은 내 것인데 다른 둘은 뉘 것인가
빼앗긴 것을 어찌할거나 내 것인걸
망해사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습니다.
9. 방어진 등대 / 박종해
- 울기등대 점등 100주년 기념
캄캄한 바다가 한 줄기 빛으로
번쩍 눈을 뜨던 그날
백년 세월을 푸른 함성으로 파도치는
여기 국토의 끝, 동남해의 언덕 위에
세상의 모든 기운을 휘몰아 우뚝 선 울기등대
저 감푸른 태평양에 맞닿은
창망한 해양을 바라보며
흰 옷 입은 백의민족의 상징인 양
조국의 역사를 불 밝히고 있다
갈매기도 잠자는 한밤중에도
호올로 눈을 뜨고
만선의 노래를 부르며 돌아오는 배들을
어린아이를 기다리는 어머니처럼
등불을 들고 마중하고 있다
10. 방어진 포구에서 / 문창길
무심히 출렁이는 폐선을 따라
심상한 깃발들이 흔들린다
한없이 넓고 깊은 미궁의 우주 속에
물결 하나의 이미지도 못 되는
삶을 속물스레 부여안고
낡은 뱃전을 디뎌본다
무딘 관절이 욱씬거리고
싸아하게 다가오는 해풍들이
우매한 시간들을 밀쳐낸다
입안 가득 채워진 비린내가
짓무른 도시의 하수처럼 쏟아진다
해 늦은 금빛 포구엔
어느 새 물비늘이 반짝거리고
돌아 온 몇 척의 고깃배들이
해진 그물을 부려 놓을 때
뜨거운 삶의 욕망처럼 달구어진
쇠말뚝에 굵은 닻줄을 감는
나이 든 어부들의 무거운 어깨가
물바람에 출렁인다.
굳이 절망일 것도 없는 선창가
막술집에서 우리는 낯선 눈빛들을 나눈다
그들의 거친 팔뚝엔 이미
한 모금의 연기를 뿜어낸 담배꽁초가
한때의 열정을 식히며
쉽게 버려질 것을 예감하고 있다
꽉 막힌 허파꽈리 찬숨을 마시듯
출출한 뱃속에 텁한 사발술을 넘기는
집어등 같은 무리들
그들의 어깨 위로 달큰한
희망 한 점 살빛으로 일어선다
11. 방어진 송림 / 이사빈
방어진 송림 아름다운 이곳에 오면 수천 년 전해오는 바람의 노래를 들을 수 있나니 폭풍우 쏟아지는 깊은 밤 어두움 한가운데서 비와 바람이 서로를 뜨겁게 부둥켜안고 바다 속으로 투신하는 눈부시게 황홀한 광경 뉘라서 이토록 절절한 사랑할 수 있으랴
사랑은 스스로를 버려 그에게로 다가가 새롭게 변화될 때 이루어지는 고결한 선물 보라 밤새도록 끝없이 쏟아지던 폭풍우가 아침햇살 반짝이는 은빛바다로 동화되어 지난일은 까맣게 잊고 오늘을 맞는 모습 마치 예정된 오랜 약속을 지키는 것 같구나
사랑이 그리운 이여 사랑이 간절한 이여 사랑을 잃어버린 이여 방어진 송림으로 오라 이곳에 와서 수천 년 전해오는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라 설령 아픔이 몰려와 가슴을 두드릴지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영원한 사랑을 꿈꾸어라
방어진 송림 아름다운 이곳에 오면 수천 년 전해오는 바람의 노래를 들을 수 있나니 사랑이 그리운 이여 사랑이 간절한 이여 사랑을 잃어버린 이여 빈 가슴일지라도 오라 이곳에 와서 수천 년 전해오는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라
12. 소금의 노래 / 권주열
바짝 마른 바다
북어 같은 바다
강동상회 한 구석, 라면 박스 사이에서 바다를 찾는다
봉지마다 쓰인
가는 바다
굵은 바다
붉게 구운 바다
퇴근길에 바다 한 봉지 사서 집에 온다. 내 어린 날 키를 뒤집어쓰고 옆집 진술이네 집에 한 사발 얻어 왔던 바다. 바다 사이소, 바다 사이소, 큰형수 머리 위에 됫박으로 넘실대던 바다. 그 바다에 삶은 계란을 찍어 먹는다.
목이 마르다. 울대까지 모래가 서걱대는 바다. 자다 말고 일어나 냉수 한 컵, 바다를 희석시킨다. 일생 방파제 저 너머를 기웃댈 뿐, 한 번도 해변을 벗지 못하는 저 바다, 바다를 열면 혈맥 속으로 무수한 바다가 떠 내려와 관절 곳곳에 파고든다.
증발되고 남은 것이 너다. 다 퍼 주고 남은 게 너다. 바다가,
파도가, 바람이, 그리움이, 슬픔이 염병할 온갖 꿈이 다 증발하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안구건조증이라 했다. 의사는 5ml의 바다를 처방했다. 달의 분화구처럼 바짝 마른 동공, 약이 떨어지자 다시 건조한 바람이 불고, 사막이 몰려온다. 발이 푹푹 빠지는 지평선 저 너머 어디에도 낙타는 없다. 아픈 눈을 감으면, 쩍쩍 갈라진 혓바닥 위로 마침내 허옇게 드러나는.
내 살아온 40년의 바다
어느 새 염전(鹽田)이 되어 있다
13. 신화마을 / 한영채
고래가 가파르게 날숨을 뿜는다
신화로부터 멀리 와 버린
여기,
어디쯤인가
관절마다 뙤약볕이 욱신거린다
화첩처럼 펼쳐진 골목 고래들 벽면을 오른다
벽화 속 등대 같은 해바라기, 바람이 불어도 미동이 없다
어제 오늘의 경계가 없는 지금
흑등고래가 헤엄을 치는지
신화 속으로 골목이 파도처럼 일어난다
등뼈 굵은 황소 지나고
창문아래 나팔꽃도 핏빛으로 피어나고
늙은 아버지, 고래를 기다리다
뱃고동 소리로 돌아 올 때, 마을은 또 다른 신화가 된다
맑은 눈빛이 내려다보는
정낭 창문에 턱을 괸 누렁이 졸고 있는 사이
벽화에서 아이들 소리가 들릴 때
들숨을 뿜은 나도 벽화가 된다
평화구판장엔 막걸리 사발이 오고 가고
관절 식힐 먹구름이 신화의 언덕을 오르는
나는 고래 타고 산마을 내려간다
14. 암각화를 위하여 / 이건청
여기 와서 시력을 찾는다
여기 와서 청력을 회복한다
잘 보인다 아주 잘 들린다.
고추잠자리까지, 풀메뚜기까지
다 보인다. 아주 잘 보인다.
풍문이 아니라, 설화가 아니라
만져진다, 손끝에 닿는다.
6천여 년 전, 포경선을 타고
바다로 나아간 사람들,
작살을 던져 거경(巨鯨)을 사냥한,
방책을 만들어 가축을 기른,
종교의례를 이끈,
이 땅의 사람들이 살아 있는 숨결로
온다, 와서 손을 잡는다.
피가 도는 손으로 손을 덥석 잡는다.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한다.
어서 오라고, 반갑다고
가슴으로 끌어안는다.
한반도 역사의 처음이
선연한 햇살 속에 열린다.
여기가 처음부터 복판이었다고,
가슴 펴고 세계로 가는 출발지였다고,
반구대 암각화가 일러주고 있다.
신령스런 벼랑이 일러주고 있다.
눈이 밝아진다.
귀가 맑아진다.
잘 보인다. 아주 잘 들린다.
15. 어머니의 봄바다 / 오창헌
이월 파도는 그렁그렁 그립고
삼월 파도는 앳되게 피고 있다
이월과 삼월 사이
헤엄치는 대왕암은
커다란 혹등고래화석
뽀얀 젖물 넘치던
젊은 날처럼
저물녘 삶의 뒷편에
젖꼭지별 하나 걸어 놓으면
몰려드는 어린 고래들
삼월 파도를 타고
대왕암에 안겨
한 때 빛나던 어머니별을
하나 둘 세고 있다
밤바다는 그래도 어둡다
어머니에게 남은 봄바다는
마지막 기억인양 출렁이는데
이젠 몸도 마음도
가물가물 멀어지는 어머니
어머니의 봄, 어머니의 바다
파도가 울컥 울컥 소리 지른다
대왕암은 속절없이 앉아 있다
16. 영남알프스 바람신 가라사대 / 배성동
바람신 만나려면 영남알프스에 오시라
하늘 냄새에 가슴 벅찰 터이니 울음주머니 채워 오고
밥물 넘치는 억새평원
동풍이면 간월재 남풍이면 신불재 서풍이면 고헌재
눈썹마저 빼놓고 왔다면 바람 헤집고 다니는 사자평에 날려 보내시라
팔랑개비 인생이여
억센 바람 부는 날이면 가지산 눈발로 흩날리고
발로 지도를 그려 보았다면 운문산 표범으로 쏘다니시라
홀딱새 부르는 날이면 세상사 초연한 알몸으로 오고
단풍 물 끓는 학심이골에는 빨치산으로 뛰어들고
뜬구름 잡으려면 일흔아홉 고갯길 오두매기를 넘어보시라
가파르게 살고 싶은가
공룡능선에 올라 축지법을 써보시라
시시때때로 비뚤어지는 입을 날 세운 칼바위가 벨 것이다
달짝지근한 배내구곡에는 내 몸이 봄날이 되면 오고
고사리분교에는 평생 나물만 캔 화전민의 자식으로만 오시라
파래소 폭포에는 속까지 말간 투명인간으로 오고
걷기만 해도 수행이 되는 영축산 고개에는 묵언(黙言)으로 걸으시라
세상 모든 것과 만나고 싶은가
발목이 덜렁거려도 걸어야 하는 인생이라면 홀로 걷는 달이 되시라
그러나 걷다가 죽어도 좋다면 영남알프스 어디든지 끌리는 데로 오시라
그래도 바람신 못 만나는 불청객이라면 걷다가 죽어버려라
17. 울산 바다 고래봐라! / 김종경
간절함이 끝자락에 닿으면 소망한 걸 이룰 수 있으랴
그리움이 절정에 타오르면 바라던 걸 만날 수 있으랴
어찌 그걸 모르는 걸까
요즘 사람들
종일 망통에 올라 고래를 찾지만
눈은 늘 비어 있을 뿐이다.
고래는 다 어디로 갔나?
망망대해 사무침의 숲 너머 고래는 산다.
망망대해 애절함의 숲 너머 고래는 산다.
홀연
황홀경이다.
젖은 몸을 뒤집으며 수천의 고래떼 솟구친다.
난리판이다.
불쑥
그래 저 고래떼 봐라!
봄 그믐 밤 알싸한 밤꽃 피어나
육욕에 불 지피게 하듯
종횡무진, 무한질주, 야단법석, 온통 난장을 이루었다.
그리움이 절정에 타올라 오늘 고래떼 봤다.
간절함이 끝자락에 닿아 오늘 고래떼 봤다.
그래 울산 앞바다 저 고래떼 봐라!
18. 음이탈(音離脫) / 이자영
- 태화강 대숲에서
새소리 푸른 대숲에선
바람도 음계를 무너뜨립니다
한 번도 스스로 만들지 못했던 과거는
언제나 저음이었습니다
파격과 파괴 사이에서
고음으로 지체했던 앨버트로스,
이제 평면으로 노래하는 청정숲에서
소리의 결박을 벗어납니다
속 빈 관절로 대숲이 울어댑니다
진실한 울음 앞에서
목 아픈 날들은 고백합니다
논리보다는 생리로 세상을 받아들이겠다고
위선적 삶보다는 죄 짓는 삶을 택하겠다고
태화강 물살에 떠내려 온
발목 잘린 희망들
대나무 마디를 만들어 가며
상처 입은 살을 발라내고 있습니다
19. 저 참돌고래 떼처럼 / 박영식
반갑다 친구야
출근길에 손을 내미는 이
아침
사람에게 다가오는 저
참돌고래 떼처럼
너와 나 서로에게 친숙한
우리가 되자
지구촌의 보물
반구대암각화가 말해주듯
여기는 고래의 고장답게
우리 사는 울산 땅이 아닌가
남방 혹은 북방 해역에서
모여들어 일가를 이룬 저
고래 떼의 유영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기 좋은
이웃 한번 만들어 보려고
서울 경기 강원 충청 호남 제주에서
더군다나 다문화가족까지도
이곳 영남의 변방으로
숨 가쁘게 달려오지 않았나
쐬쐬쐬 꽃물살 일으키는
참돌고래 떼의 눈부신 장관을
보라 오늘 우리도
너와 내가 딛고 선 울산 땅에서
정말 보기 좋은 꽃물살 한번
일으켜 보자꾸나
뒷날 누군가가
우리 아이들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온다면
참 살기 좋은 곳 울산이라 말할 수 있는
그런 신명나는 일들 많이 만들며
한번 살아 보자꾸나
친구야
20. 정자바다 / 최종두
사모치는 그리움을 삭이고 싶으면
정자로 오라
정자바닷가의 끼룩대는 물새를
만나서 어인 정으로 그리 긴
입맞춤을 해야 하는지
나지막히 그 연유를 물어보라
어떤 이는 바다를 바라보면
그리움만 더 쌓인다고 하지만
푸덕이며 내려앉는 물새는 말하리니
사람도 짐승도 그리워하긴 매 한가지
정자바다는 그리움을 함께 나눌
우리가 있다고 하리니
사랑이여
누룩처럼 부글거리는 열정을 재우며
눌러도 눌러도 한사코 흐르는
그리움을 어쩔까
우리의 가슴으로 혹은 연인들의 황홀한 가슴으로
소리없이 흐르는 그리움을 어쩔까
정자로 오라
정자바닷가에서 사모치는 그리움을
싣고 떠나는
불 밝힌 밤배를 바라보라.
21. 치술령 / 조홍제
치술령 올라서면
아스라이 달려오는 동해가
흰 수건을 흔든다.
버들개를 떠난
박제상의 넋이
흰 파도됨인가?
신라의 넋이
검푸른 바다됨인가?
지어미 이 재에 올라 망부석(望夫石) 되었는데
어미 따른 두 달도 망부석(望夫石)되었다니
가상도 해라.
그 추신에 그 열녀 그 효녀로구나!
옛날엔 신모사(神母祠)로
그 넋 섬겼다지만
오늘은 은을암(隱乙岩)에
이끼만 무성하네.
치술령에 올라서면
나란히 선 모녀암(母女岩) 앞에
동해가 달려오며
흰 수건을 흔든다.
22. 태화강 5 / 이상태
- 물새
물새는 언제나 바람을 품고 날았다.
해거름 손잡이를 붙들며
숨죽인 십리대밭 빗기며 날갯짓 비상했다.
흔들리는 공업탑 가랑이 사이로
화학공단 연기다 피어올라 천기를 발설했다.
노을이 비듬 털며 산란하는 물이랑에
발을 담갔다. 부리로 쪼는 편지
태화강에 댓잎 하나 떠내려 왔다.
싱싱한 문수산 그림자만 발을 빼지 못하고
가파른 절벽을 만들었다.
물결 쌓아올린 강둑길 따라 경적을 울리며
서성거리는 발자국이 갈대를 스쳤다.
대답 없이 늘 질문만 하는 신호등
다만 길 따라 흘러가라고 불빛은 출발했다.
기름 냄새 젖은 하늘이 살점을 내어주고
강은 앞섶을 열어 젖을 물려주었다.
소인을 찍었다. 비명을 지르는 불길
수면 위로 흐르는 빛의 군무를 염탐하다가
동해의 날개가 파닥거렸다.
23. 태화강에 흐르는 시 / 문송산
태화강 십리 대밭 이슬을 먹고
바람에 아침 안개를 걷어 올리면
강물 출렁이는 하늘이 열린다
강바닥 깊숙이 들어앉은 하늘 자락에
시인들이 풀어놓은 은빛 언어들이 뛰어놀면
사람들은
시가 흐르는 태화강에 모여든다
눈이 예쁜 사람은 사랑의 시를
가슴이 뜨거운 사람은 정열의 시를
마음이 여린 사람은 이별의 시를
저마다의 빛깔과
저마다의 모양새로 노래한다
줄줄이 시가 흐르는 강가에서
오순도순 낚싯대 드리운 사람들은
인내와
사랑과
꿈을 낚아 올린다
시가 흐르고
인생이 흐르는 태화강
참
가슴 벅찬 풍경이다
24. 태화루여 날개를 펴라 / 조남훈
향기로운 물빛 살결에 미끄러지는
햇살의 사태로 아침은 오고
태화루 휘돌아 흐르는 강물은 깊고 푸르다
새들은 숨가쁘게 햇살을 베어물고 날아올라
은빛 꽃가루 천지에 뿌려댄다
아! 반구대 그 암각화에서 만난 고래도
물대포를 쏘아올리며 달려올 것 같은 아침이다
누군가가 올듯한 기다림으로
벚꽃은 강변을 돌며 흐드러지게 피워놓아
강물은 꽃빛으로 울렁거리며 흐르고
맑게 갠 하늘로 일순 날아오를 듯,
한 떼의 학이듯 활짝 날개를 편
품새가 한 천년을 거뜬히 날 것 같다
강물이 동여매고 흐르려해도
눈썹하나 까딱않는 태화루의 위용을 보라
이 나라 선비의 지조가 저러했으리
묵객의 부채살 위로 일렁였을
강물 위로 나는 새는 더 아름답다
저녁이면 푸른 하늘 날던 철새들이 떼지어
깊은 노을 속을 저어 건너와
성채처럼 빛나는 십리대밭에 날개를 접는다
우리들의 채워지지 않는 희망의 빈자리
우뚝 선 태화루는 우리들의 희망, 꿈의 날개다
태화루는 울산 팔경 중의 하나다
하늘의 별이여 총총히 빛나라
25. 파래소 폭포 / 김성춘
사람은 누구나 폭포처럼 사랑하고 싶다
낮과 밤, 사시사철도 없이
곧게 떨어지는
저 눈부신
사랑의 높이.
사람은 누구나 폭포처럼 사랑하고 싶다
천황산이 일어선다
간월산 골짜기마다 피가 돈다
나무들의 귀가 쨍쨍
온 몸에 싱그러운 피가 돈다
천황산이 일어선다
파래소 폭포여
밤에도 파란 눈을 뜨고 흐느끼는
저 눈부신 사랑의 절정
내 마음의 물보라여!
사람은 누구나 폭포처럼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