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기도 (효심편 35)
먼저 부모의 마음을 염려하는 자녀 되게 하소서 늘 보잘것없는 연약한 이 무리들과 더불어 수고하시는 아버지, 외로운 자리에서도 항상 참으시면서 저희들을 권고하시는 아버지, 슬픔의 환경을 홀로 책임지시고 저희들의 안위의 한날을 개척하기 위하여 선두에 서서 나오신 아버지, 그러한 아버지이신 것을 생각할 때, 아버지를 심정의 주인으로 모시지 못한 불효막심한 저희들을 용납하여 주시옵소서.
무한히 무한히 영원한 생명으로 저희 자체를 부활시키어 오늘도 창조역사를 계속하시는 아버지이신 것을 미처 몰랐던 부족한 저희들을, 아버지, 용납하여 주시옵소서. 이제 옷깃을 여미고 당신의 거룩하신 성상을 바라보면서 흠모와 사모의 심정에 사무칠 수 있는 한 시간을 고대하고 있사오니, 분부하시고 싶은 것이 있으시거든 찾아오시어서 저희 몸 마음에 사무칠 수 있게끔 분부하여 주시옵고, 새로운 명령의 인연을 통하여 당신이 원하시는 곳을 향하여 가지 못하거든 아버지, 채찍을 들어 쳐서라도 그 자리에 갈 수 있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아버지 앞에 제물로 바쳐져야 할 저희 자신들인데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오니, 아버지께서 몰아서라도, 끌어서라도 당신의 제단까지 저희들을 이끌어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철 모르는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산을 향하여 가는 아브라함에게 그 자식인 이삭이 제물로 쓰일 양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게 될 때에, ‘그것은 네가 걱정할 것이 아니다’라고 하던 아브라함의 마음을 살필 적마다, 그 부모의 마음을 살필 적마다 저희들을 이끌어 주시는 아버지의 마음에 그 얼마나 슬픔이 앞설 것인가를 느끼게 되옵니다. 저희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염려하기 전에 자기 자신과 자기 주변의 사실들을 염려할 때가 많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될 때, 이제 저희들은 자신을 넘어서 먼저 아버지의 마음을 염려하고 아버지의 주류를 지킬 수 있는, 진정한 효 중의 효를 다하고 충에 충을 다하는, 아버지 앞에 없어서는 안 될 아들딸이 되고 그 나라의 백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는 이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자각뿐만이 아니라 신념과 더불어 맹세하는 이 시간이 되게 허락하여 주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오면서, 모든 말씀 참부모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1971.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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