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의 형제(Brat'ya Karamazovy) (중)- 제 2부, 제 6 편 러시아의 수도사-2, 고(故)조시마 장로에 대한 기록,

[레아]

  (B)조시마 장로의 생애에 있어서 상서의 의의에 대하여(B)

  나의 생애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으며 또 듣고 있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하루하루가 찾아 올 때마다 이승의 나의 생활이 눈앞에 다가오는 새롭고 끝없는 미지의 생활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다. 이 새 생활을 예감할 때 나의 영혼은 환희에 떨리고, 나의 지성은 빛나고, 나의 가슴은 기쁨에 우는 것이다. .........친구들이여, 내가 이미 여러 차례 들어 왔고 최근에 와서 더욱 자주 들은 이야기지만 성직자들, 특히 시골에 있는 성직자들이 낮은 보수와 굴욕적인 지위에 관해서 여기저기서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언론의 힘을 빌어 ㅡ 나도 읽은 적이 있지만 ㅡ 그들은 수입이 너무 적어 사람들에게 성경을 가르칠 수 없고, 만일 루터파나 그 밖의 이단자들이 양떼를 빼앗아 간대도 자기들의 수입이 너무 적으니 그대로 내버려 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여, 그들에게 그처럼 중요한 수입을 늘려 주시옵소서' 하고 나는 생각했다(그들의 불평 역시 정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자면 이 문제에 대해 누구에게 죄가 있다면 절반은 우리 자신에게 책임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시간이 없고 늘 일과 예배에 시달린다는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늘 그런 것은 아닐테고 하느님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1주일에 한 시간 정도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1년 내내 일에 쫓기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엔 이틀만이라도 1주일에 한 번쯤 저녁때 자기 집에 모이게 하면 아버지들도 그 소문을 듣고 모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 일을 위해 큰 집을 지을 필요는 없고 자기의 오두막으로 오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들이 집을 더럽히지 않을까 염려할 필요는 없다. 고작 한 시간 이상 머무르지 않을 테니까.

사람들이 모이면 그들에게 이책을 펼쳐 놓고 읽어 주되 어려운 문자를 쓰거나 거드름을 피우지 말고 친절하고 부드럽게 읽어야 할 것이다. 이때 자기 자신이 낭독을 하고 있다는 것과 그들이 그것을 듣고 이해 한다는 것을 기뻐하고 이따금 농민들이 못 알아듣는 곳이 있으면 낭독을 멈추고 설명을 해주어야 할것이다.

염려할 건 조금도 없다. 그들은 무엇이든 이해할 테니까. 정교(正敎)를 믿는 사람들은 어떠한 말이든 이해할 것이다! 아브라함과 사라에 관해서, 또 이삭과 리브카에 관해서 읽어 줄 것이며, 그리고 야곱과 라반을 찾아가 꿈속에서 하느님과 싸우며 '이곳은 무섭다'고 한 말을 읽어 주면 농민의 경건한 마음에 깊은 감명을 줄 것이다.

  그리고 농민들에게, 특히 아이들에겐 다음의 이야기를 읽어 주면 좋을 것이다. 형들이 해몽의 명수이며 위대한 예언자인 귀여운 어린 친동생 요셉을 노예로 팔아먹고는 아버지에게 짐승이 잡아먹었다고 하며 피묻은 옷을 내보인다. 그 후 형들이 곡식을 사러 이집트로 갔더니 그땐 이미 형들도 못 알아볼 정도로 높은 지위에 올라 있던 요셉이 형들을 괴롭히고 죄를 뒤집어씌워 그 중 베냐민 형을 잡아 가두었다. 그러면서도  "저는 형들을 사랑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괴로움을 주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비록 옛날에 형들이 뜨거운 사막의 어느 우물가에서 자기를 상인들에게 노예로 팔았던 일, 그때 형들에게 제발 다른 나라로는 팔지 말아 달라고 울고불고하며 두 손 모아 빌던 일을 일평생 한번도 잊어 본 적이 없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이렇게 형들을 만나보게 되니 다시 그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셉은 사랑하면서도 그들을 못살게 괴롭히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심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형들 곁을 떠나 자기 침대로 가 몸을 던지고 울음을 터뜨렸다.

얼마 후 그는 눈물을 닦고 밝은 얼굴로 그들 앞에 나타나서 "형님들, 제가 요셉입니다. 당신들의 동생입니다!" 하고 자신을 밝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늙은 야곱이 그의 귀여운 아들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기뻐하였는지, 그것도 읽어 주면 좋겠다.

이 소식을 듣고 야곱은 고국마저 버리고 이집트로 가서 낯선 이국 땅에서 죽게 된다. 그때 그는 일생 동안 그의 온순하고 소심한 가슴속에 남몰래 간직해 두었던 위대한 말을 유언으로 남겼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그의 자손, 즉 유다의 자손 중에서 이 세상의 위대한 희망이며 화해자인 구세주가 나타나리라는 것이었다!

  수사, 신부 여러분, 여러분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고, 또 나보다도 백배나 더 능숙하고 요령 있게 나에게 가르칠 수 있는 이야기를 철부지 어린애처럼 지껄여대고 있는 내게 화내지 말고 용서해 주기 바란다.  나는 단지 기쁨에 넘쳐 이런 말을 하고 있으며 이 책을 사랑하기 때문에 흘리는 내 눈물을 용서해 주기 바란다.

이것을 읽는 성직자도 눈물을 흘리는 편이 낫겠다. 그렇게 되면 듣는 사람들의 가슴도 그에 대한 반응으로 떨기 시작하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필요한 것은 오직 작은 한 알의 씨앗뿐이다. 그것을 농민의 가슴속에 떨어뜨리기만 하면 그 씨앗은 죽지 않고 일생 동안 그의 마음속에 살아서 밝게 빛나는 불과 같이, 위대한 암시와 같이 암흑 속에서, 추악한 죄악 속에서 숨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구구하게 설명할 필요도, 가르칠 필요도 없다. 안 그래도 그런 것쯤은 다 알 테니까. 당신들은 농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는 가?

  그들에게 아름다운 에스더와 교만한 와스델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시험삼아 읽어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니면 고래 뱃속에 들어간 예언자 요나의 기적적인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도 좋을 것이고 하느님의 비유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주로 <루가의 복음서>에 대해서 말하는게 좋을 것이다(나도 그렇게 했었다). 그리고 <사도행전> 중에서는 사울의 개종(改宗) 이야기를(이것은 반드시 읽어 주어야 한다!), 또 <순교자전> 중에서는 하느님의 아들 알렉세이의 생애와 위대한 자들 가운데서도 위대한 기쁜 순교자요, 하느님의 목격자이며 그리스도의 숭배자인 이집트 마야의 생애를 택하여 읽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단순한 이야기를 가지고서도 그들의 가슴속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자기의 조그마한  수입 같은 건 생각지 말고 1주일에 한 시간만 그 일에 바쳐 보라.

  그렇게 하면 우리 백성들이 얼마나 자비심 많고 고마움을 아는 사람들인가 하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될 것이고 그들은 백배나 더 그것에 보답해올 것이다.  성직자의 친절과 그에게서 들은 감동적인 말을 기억하는 백성들은 자진해서 성직자의 밭일이나 가사를 도울 것이며 옛날 이상으로 그를 존경하게 될 것이다. 이리 하여 그의 수입도 증가할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단순하여 때로는 비웃음이나 사지 않을까 염려되어 입 밖에 내기조차꺼리는 일도 있으나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참된 말인가!

하느님을 믿지 않는 자는 하느님의 백성들도 믿지 않는 법이다. 하느님의 백성을  믿게된 사람은 그전까지 불신해 왔다 하더라도 백성들이 신성시 하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민중과 그들의 미래 정신력만이 모국으로부터 유리된 우리 나라의 무신론자들을 전향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한데 실례를 들지 않고서야 아무리 그리스도의 말이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민중의 영혼은 하느님의 말씀과 아름다운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갈망하기 때문에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이 없다면 파멸하고 말 것이다.

  젊었을 적에,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의 옛날 이야기지만, 나는 안핌 신부와 같이 수도원 기금을 모으러  러시아 전역을 두루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우리는 선박들이 오가는 큰 강 기슭에서 어부 들과 같이 밤을 새운 적이 있었다. 그때 얼굴이 반반하게 생긴, 열여덟 살쯤 돼 보이는 젊은 농부 하나가 같이 있었다.

그는 다음날 아침에 어느 상인의 거룻배를 끌기 위하여 목적지를 향해 급히 가는 중이었다. 젊고 감동 어린 눈으로 자기 앞을 바라보고 있는 이 젊은이가 내 눈에 띄었다. 고요에 잠긴 밝고 따듯한 7월 밤이었다.

넓은 수면에선 안개가 피어 올라 우리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었다. 이따금 물고기의 철벅거리는 소리가 들릴 뿐 새들의 지저귐 소리도 없었고 사방은 장엄할 정도로 고요하여 만물이 하느님께 기도라도 드리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잠을 자지 않은 것은 그 젊은이와 나 두 사람뿐이었다.

우리는 하느님의 세계인 이승의 아름다움과 그 위대한 신비에 대해서 얘기를 주고받았다. 한 오라기의 풀 잎, 한 마리의 곤충, 한 마리의 개미, 한 마리의 꿀벌, 이 모든 것이 지성이 없으면서도 놀랄 만큼 자기들이 가야할 길을 잘 알고 있고 하느님의 신비를 증명하며 끊임없이 그것을 수행하고 있잖은가.

나는 그 귀여운 젊은이의 마음이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는 숲과 숲에 사는 새들을 좋아 한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는 새 잡는 사람이어서 새들의 울음 소리를 모두 분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무 새라도 자기 곁으로 부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숲속에 있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을 모르겠어요" 하고 그는 말했다. "모든 것이 다 즐겁기는 합니다만."

  "그렇구 말구" 하고 나는 대답했다.  "모든 것이 다 즐겁고 아름답지. 모든 것이 진리니까. 말을 보아라.저 덩치큰 짐승이 사람 곁에 가만히 서 있지 않느냐?  그리고 황소를 보아라. 언제나 순하게 생각에 잠긴 채 사람에게 젖을 주기도 하고 사람을 위해 일을 하지 않느냐? 말이나 소의 얼굴을 보아라. 얼마나 순하냐?

걸핏하면 사정없이 채찍질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따를 수가 있을까! 그 얼마나 관대하고 그 얼마나 사람을 신뢰하며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들에겐 털끝만한 죄도 없다. 이렇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 오르지. 왜냐하면 인간을 제외한 모든 것은 죄를 짓지 않게 만들어져 있으니까. 그리스도는 우리 인간보다 먼저 그들과 같이 계셨던거야."

  "정말이예요?" 젊은이가 물었다.  "그럼 그리스도께서는 소나 말 곁에도 계신단 말입니까?"

  "안 계실 리가 있겠어?" 하고 나는 대답했다.  "그분의 말씀은 모든 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 모든 창조와 모든 창조물은 나뭇잎 하나하나까지도 하느님의 말씀을 지향하면서  하느님의 영광을 노래하고 그리스도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거야. 그러나 자기 자신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어. 다만 죄 없는 생활의 신비를 통하여 행하여지고 있을 뿐이지.

저 숲속에는 무서운 곰이 돌아다니고 있어. 사납고 위험한 짐승이지만 그건 그의 죄가 아니야."  이렇게 말하고 나는 옛날에 숲속의 조그마한 암자에서 은둔 생활을 학고 있는 위대한 성자 앞에 곰 한 마리가 나타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위대한 성자가 곰을 불쌍히 여겨 겁도 없이 가까이 다가가 빵 한 덩어리를 주면서,  "이제 물러가거라. 그리스도가 너와 함께 계실지어다" 하고 말하자 그 사나운 짐승은 해를 끼치지 않고 순순히 물러갔다는  것이다.

젊은이는 곰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물러갔다는 얘기와 그리스도가 곰과 같이 계시다는 말을 듣고 감동하였다.  "아아, 참으로 훌륭한 일이예요, 하느님의 일은 무엇이든 훌륭하고 멋져요!"  젊은이는 조용히 달콤한 생각에 잠긴 채 앉아 있었다.  내 말을 알아 들은 것 같았다. 그리고 내 곁에서 가볍고 순진한 마음으로 잠들었다. 

주여 이 젊은이에게 축복을 내리옵소서!  나는 잠자기 전에 그를 위해 기도를 드렸다. 주여,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에게 평화와 광명을 내리옵소서! 

[레아]

인간을 제외한 모든 것은 죄를 짓지 않는다,...^^??

[하늘]

참 아름다운 말씀입니다.!

[모나리자]

다른 동물들은 다 순리대로 사는데 사람들은 순리를 거스르는 경우가 많죠... 순리대로 살면 모두가 다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요....

[레아]

예,..그렇지요,모나리자님. 동물들의 그 순리대로 사는 동물의 법칙,..^^ 그럼에도 동물처럼 살 수 없음 또한 사람이기 때문 아닐런지요.^^

[햇살]

주님은 말씀은 모든 것을 위해 존재한다. 네, 하느님의 일은 무엇이든 훌륭하고 멋집니다 ^^

[사포]

모든 것이 진리니까...

[순수]

토스토예프스키가 진정 말하고싶은 것들이 이 글에 있는 느낌예요. 가슴을 밝히네요^^

아 극과 극의 인간군상들이 큰 그림자를 일렁이며 춤추는 어둔 공간속 촛불들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