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중생 이야기입니다 중생은 불교 용어지요 범어 사트바Sattva의 옮김말로서 유정有情이라고도 합니다 삶을 누리는 모든 생류生類며 흙 나무 기와 돌 같은 무정물에 대해 인간을 비롯하여 의식이나 감정을 지닌 생물을 말합니다
특히 부처님이나 관음 보현 지장 등 대승보살들처럼 깨달음을 이룬 이들에 견주어 아직까지 미망의 세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가리켜 중생이라 얘기하기도 합니다
또한 불교적 관점에서 중생은 저《반야바라밀다심경》에서처럼 오온개공五蘊皆空의 철리를 조견照見하지 못한 이를 가리키는 존재 개념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부처님을 비롯하여 문수 보현 관음 지장 보살 등 완벽한 깨달음을 이룬 이들 외의 모든 생명있는 존재는 다 중생입니다
중생을 인간에 국한시킬 경우에는 사람/더 피플the people이고 인류/맨카인드mankind이며 또는 세상/더 월드the world입니다 중생의 중이 뭇사람의 뜻인데 번체자 중衆으로 보면 붉은 피血가 돌고 있는 사람 셋㐺이 한 데 어울려 있음이고 간체자 중众으로 보면 세 사람이 더불어 사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중생을 거론하면서 인간에게만 국한시킬 수는 없습니다 중생의 중이 '뭇'의 뜻이고 생은 '생김' '삶'의 뜻이 있지요 그러니까 태어나는 것도 결코 어느 한 가지 인연으로 태어날 수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도 뭇 인연이 있어야지요
어느 누구도 홀로 생길 수 없고 홀로 태어날 수 없고 태어나더라도 더불어 살아갑니다 이를 영어에서는 뭐라 하던가요 심비오시스Symbiosis입니다 심Sym이 '더불어'의 뜻이라면 바이오시스Biosis는 생명 또는 삶의 뜻이니 곧 공생共生이지요 다시 말해 함께 사는 것입니다 얘기가 중생에서 너무 빗나가나요 공생의 다른 이름이 중생입니다
공생의 종류로 크게 나누면 상리相利공생 편리片利공생 기생寄生이 있고 세부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편해片害공생 더부살이공생 변태變態공생 운반運搬공생 등이 있고 심지어 적대적 공생도 있습니다
적대적 공생은 세계 강대국들이 잘 쓰는 기법으로 다른 말로 푼다면 심리心理공생이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남북한 관계도 어쩌면 냉전 시대 미소 관계와 별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견제 속에서 실리를 추구하고 기득권을 지켜나가려는 심리의 세계 특히 정당 정치에서 국민을 볼모로 벌이는 여야의 심리전이 바로 적대적 공생 관계입니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국민을 위함인데 알고 보면 국민은 늘 뒷전이니까요
민생 문제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정치인들은 제 식구 감싸기와 자당의 이익만을 추구할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우리나라든 외국이든 정치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중생의 대표격이라 보고 있습니다
중생은 뭇 삶衆生입니다 공생관계라는 틀 속에서도 중생은 분명 중생이 맞습니다 여기서 만약 불교의 설을 빌리면 중생은 2가지 틀 안에 있습니다 하나는 중생이라는 '존재'고 다른 하나는 '환경'입니다 존재의 틀을 중생세간이라 하고 환경의 틀을 기器세간이라 합니다
이 기세간, 곧 그릇 세간에는 다시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공간 세간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 세간입니다 중생 세간에도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육신의 세간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의 세간입니다
우리 생명의 역사 다시 말해 중생사는 언제부터일까요 우주가 열린 지 약 90억 년 남짓 뒤 태양계가 시작되었습니다 태양계가 시작될 때 우리 지구도 만들어졌는데 어느덧 46억 년 남짓 흘렀습니다 지구가 생성되고 8억 년쯤 뒤 단세포 생물이 살았다는 흔적이 그린란드 이수아에서 고스란히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겨우 100분의 1mm밖에 안 되는 그 작은 생명체에서 발견된 탄소 형태는 경이로움 그 자체지요 덴마크 지질박물관의 미니크 로싱Minik Rosing 박사에 따르면 가장 오래된 생명의 흔적이랍니다 물질에 생명이 깃든다는 것 이 얼마나 경이로움입니까 바로 이 생명의 경이가 그 작은 흔적에 담겨 있습니다
거기서부터 생명은 진화하고 인연 창조를 거듭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고 알고 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체가 여기 지구에 자리 잡은 것입니다
중생이 공생이라고 했습니다 공생은 생물학 연구의 근간입니다 그런데 중생이란 단어와 같이 공생이란 단어도 불교용어입니다 어떤 이들은 내게 말합니다 "스님께서 좀 심하신 거 아십니까?" 내가 되물었습니다 "나의 어떤 점이 심하던가요?" "모든 걸 불교와 관련짓잖습니까?" "그래요? 모든 것은 아닌데~"
내가 과학에서도 특히 자연과학 분야에서 우주와 불교의 관계뿐만 아니라 지구과학이나 화학을 거쳐 생물학 진화론 창조론과 유전공학에 이르기까지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에서 끈 이론까지 관련지으니까 그럴 만 하겠지요
그러나 해당되지 않은 것을 연결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 공생만 하더라도 없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불교 경전에《수능엄경》이 있는데 줄여서《능엄경》이라고도 합니다 긴 이름을 다 늘어놓으면 지구를 한 바퀴 돌지도 모릅니다
이 경에 공업 중생共業衆生과 별업別業 중생 말씀이 있습니다 공업 중생이란 같은 일을 함으로써 맺어지는 인연 중생들이고 별업 중생이란 글자 그대로 각기 다른 일을 하면서 업이 달라지는 인연 관계를 뜻합니다
이를테면 38억 년 전 100분의 1mm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생명체에서 시작된 생명 역사가 공업과 별업에 따라 식물계 동물계 균계로 나뉘고 같은 식물계에서도 그들이 짓는 별업에 따라 각양각색의 식물이 생긴 것입니다
같은 동물계라면 공업의 중생이기 때문에 모두 동물계에 속한 게 맞습니다 이 같은 동물계에서도 업에 따라 문門으로 나뉘고 강綱으로 갈라지고 각기 다른 목目이 생겨나고 과科로 벌어지는가 하면 속屬으로 종種으로 나뉩니다
능엄경에서는 이처럼 계문강목과속종이라는 분류로 자세하게 한 것은 아니지만 생명이, 중생이 왜 분류되고 왜 인간이 다른 길을 가게 되었는지 공업중생과 별업중생으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공업중생의 줄인 말이 생물학에서 말하는 공생이지요 다시 말해서 공생이란 능엄경 공업중생에서 온 말입니다
경전에서는 공업중생과 더불어 별업중생을 말씀하시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떠한 일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길이 달라진다 하셨습니다 예를 들면 지구 생명들은 모두가 공업중생이기에 한 지구에 태어나 살아갑니다
그러나 지구 생명들이 어디 인간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계문강목과속종으로 보더라도 참으로 다양한 생명들인데요 다들 별업에 의해 갈라진 것입니다 갈라짐은 우열의 문제가 아닌 특성의 다양성입니다 이를테면 흑인은 부족하고 백인은 뛰어난 게 결코 아닙니다
따라서 일란성 쌍둥이라도 그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인생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업業이란 하는 일, 곧 직업입니다 업이라고 하면 무턱대고 선업 악업부터 가를 게 아닙니다
가령 일란성 쌍둥이 자매라도 언니는 우주인이 되어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가고 동생은 사업가가 되어 지구에서 생활한다면 각자가 처한 환경으로 인하여 언니는 아주 천천히 늙고 동생은 상식대로 빨리 늙겠지요
중생이란 태어날 때부터 여러 가지 인연이 모이고 모여 태어나기도 하지만 중생이란 뭇 인연衆으로 삶生을 살아가는 존재란 뜻입니다 따라서 뭇 인연이라는 것이 공업 속에 속한 별업입니다 비록 한날한시에 태어났다 해도 환경이 다르면 운명이 달라집니다
교우관계에서 학문의 선택에서 배우자에 따라 삶이 갈라집니다 자녀가 태어나 성장하면서 자녀의 교우관계 자녀의 학문 세계 자녀의 결혼과 직장에 따라서도 또 어떤 믿음을 갖느냐도 별업에 한 몫을 더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주四株 하나로 어떤 사람의 운명을 점친다고요 태어나는 순간은 짧습니다 산모의 산도를 벗어나 산소라는 외기와 맞닥뜨리면서 첫울음을 시작하는 순간은 아무리 넉넉잡아도 1분입니다
그 짧은 1분의 시간으로써 인간의 약 80년 생애 4천204만8천 분이나 되는 긴 시간을 예단한단 말씀인가요 능엄경 말씀이 아니더라도 사주 하나로써 남의 운명을 예측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아직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