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남쪽 나라 부산으로 이동한다.
에쿠스 구닥다리 몰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린다.
마음 한켠 에는 시원섭섭함이 밀려오고, 그동안 안산에서 나의 역할이 고작 이것 밖 에 안되었나 자괴감도 넘친다.
그래도 특유의 천성이 쾌활하고 명랑한 필자는 곧 잊어버리기로 했다.
정신건강을 위한다는 핑계로...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귀청 터져라 볼륨을 높이고 휘파람 불며 고속도로를 달리니
차량 전광판에 불이 깜박인다.
이크! 기름을 달라는 신호가 눈에 들어온다.
기름을 많이 먹는 차량이라, CNG와 휘발유 겸용으로 연료통을 교체했지만, 가스조차 충전 안했으니, 나의 불찰이 크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이참에 휴게소에 들러 요기라도 할 생각으로 차를 몰았다.
천안 호두과자와 믹스커피를 들고 차 안에서 먹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래도 또 다른 군것질이 하고 싶어 어묵으로 만든 핫바를 손에 쥐고 차로 향했다.
뜨거운 핫바를 다 먹을 때쯤 쓰레기를 버리려고 봉투를 든 순간 갑자기 천안시 마크가 눈에 들어온다.
“그렇지 여기는 천안시지, 천안도 언론사가 있겠지, 인구도 많은 중소도시니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래 일단 시간은 많으니까 천안시청에 들러 알아보고 가자 뭐 늦어면 자고 가도 되고...”
혼자 말을 중얼거리며 천안시청을 네비에 의존하여 찾아갔다.
홍보관실을 방문하여 지역신문사를 물어보니, “여기는 지역신문사가 없어요”한다
“아니 지역신문사가 없는 지자체도 있냐”며 반문하자 “어디서 왔냐”고 곱지 않는 시선으로 되 묻는다.
경기도 안산시청 출입기자라고 말하자 그때서야 경계를 풀고 “사실 이 지역에는 이렇다 할 신문사가 없습니다”라며 대전일보, 중도일보, 충청투데이 등을 알려준다.
소위 말하는 대전 3사(뒤에 알았지만)만 신문사로 취급받고 나머지는 신문사로 대우를 제대로 못 받는 상태였다.
그렇게 의구심을 지워버리지 못한 채 돌아서다 테이블 위에 놓인 ‘충남신문’이 눈에 들어왔다.
“충남신문은 지역신문 아닌가요”묻자 “지역신문은 맞지만 별로 인지도가 없어서...”
라는 대답에 “그렇다고 홍보관 실에서 대 놓고 얕보면 됩니까? 지역신문의 소중함과 중요도를 모르시군요”라며 일침을 가한 뒤 충남신문에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충남신문사에서 근무를 희망한다고 말하자 대표님께서 일단 회사로 찾아오라고 친절히 길을 안내해주셨다.
생각보다 쉽게 회사를 찾아간 필자는 약 2시간여 동안 대표님과 면담을 했다.
그동안 커피는 두 잔이나 더 마셔야 했고, 대표님의 신문사 창립부터 현재까지 길고 긴 역사의 설명이 끝났다.
그중 인상 깊은 말은 초창기(창간 이후 1~2년 동안)믿고 함께 했던 기자들이 급여가 1달 정도 밀리자 모두 동시에 떠나, 폐업의 위기까지 가게 된 사연을 설명하며, 오랫동안 함께 일할 사람이 보기 드물다는 말과 신의와 배신에 관해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장 월요일부터 출근하라며, 거주할 원룸을 구해 주셨다.(보증금은 회사가, 월세는 급여에서 공제한다는 조건으로.../급여액 결정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나의 기자 생활은 또 다른 곳에서, 하늘 아래 가장 살기 편안한 곳이라는 天安에서 둥지를 틀게 되었다.
2015년 10월 17일 그날은 충남신문 입사일이자 첫 출근일이다.
입사한 다음 해인 2016년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로, 연말을 기점으로 예비후보 등록 등 선거 시계는 바쁘게 돌아갔다.
2015년 12월부터 선거전에 돌입하자 선거 관련 취재 및 기사를 작성하고 보도 해야하는 필자로선 천안지역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매우 힘들었다. 아는 사람도 없고, 더구나 지역 언론 기자들 간 텃세가 심하고 지역 연고(학연 지연 등)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도시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렇다 보니, 필자의 기자 생활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필자만의 필살기가 있어 걱정은 안 했다. 어딜 가도 이 방법은 통하니까...
예를 들면, 시청에서 보내주는 주간행사계획표를 보면 한 주간의 주요 행사 안내가 잘 나타나 있다.
그중, 많은 사람(약 1~20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장에는 반드시 취재를 나간다.
흰 머리에 배불뚝이, 단신으로 카메라를 메고 뛰어다니면 사람들 눈에 대번에 들게 된다.
처음에는 필자가 누군지 잘 모르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가 몇 차례 다니면 공무원들이 자기들이 잘 아는 기자들에게 물어본다.
누구냐고?
그러면 한 두 사람은 충남신문사 기자인 것 같다고 알려준다.
며칠 후에는 공무원들인 충남신문사 홈페이지를 통해 기사보도 내용을 파악한다.
그때 행사장에 나타난 기자의 기사가 어떻게 보도되었는지(기사의 수준을 가늠해 보는)
이때, 기사의 수준이 기대 이하이면, 처음부터 얕잡아보기에 최대한 훌륭한 기사로 인식되도록 작성해야 한다.
홈페이지에 검색 후 수준 이상으로 판단되면, 이후 어떤 행사장에서 부딪히면, 먼저 다가와 인사하고 명함을 주고 받는다.(실력 있는 기자여야 만이 공무원도 인정해준다)
그다음에 필자는 담당과장 정도의 명함을 저장한 뒤 해당하는 부서의 기사를 보도할 경우 반드시 카톡으로 보도기사를 전송한다.
담당 공무원은 좋아 죽는다. 감사하다고 이모티콘과 하트를 연발한다.
필자를 알리는 제일 빠른 방법이기에 어떤 지자체를 가도 이 방법은 통한다.
그렇다고 얕은수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과 자신을 알리는 중요한 방법이며, 이는 비단 기사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해당 된다.
즉, 어떠한 행사장을 방문했을 때 주관하는 분을 사진으로 담아 전해 준다거나, 관계있는 풍경 사진을 해당자에게 보내주는 방법은 사용하기에 따라 상대방으로 하여금 호감을 이끌어 낼수 있다.
이렇게 몇 차례 지나고 난 후, 천안시청을 방문하면, 담당과장이 먼저 인사한다.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모르는 정보도 접할 수 있고, 어떤 공무원은 다음 행사를 친절히 안내하며, 취재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공무원도 있다.
드디어 본격적인 선거철이 시작되면, 각 언론사들은 소위 말하는 대목을 맞이한다.
즉, 후보자들의 선거 홍보 광고를 서로 많이 차지하기 위한 또 하나의 전쟁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광고는 선거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인터넷 홈페이지에 등재하는 베너광고부터 후원회(지자체장, 국회의원, 도지사 후보 등)광고, 지면광고 등 여러형태로 나뉜다.
그러나 선거비용이 정해져 있기에 후보에 따라 광고를 안 하는 후보도 가끔 있다.
선거비용은 한정되어 있어, 다른 부문에 비용을 사용하다 보면 홍보비 책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가 입사할 당시 충남신문은 천안지역을 주로 다루었고, 인근 시이지만 아산시는 거의 보도자료에만 의존하는 형태였다.
주재기자가 없었고, 담당할 기자조차 그만두고 나간 상태라 어찌 보면, 아산지역은 황무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변이 발생 했다.(당시 대표님 말씀)
필자는 그동안 선거전에도 많은 경험이 있었기에 아산지역은 충남신문 존재조차 모르는 후보들이 대부분이었으나, 필자는 1명만 빼고(이후 후보 사퇴했기에) 전 후보에게서 광고를 수주했다.
이는 충남신문의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었으며, 이는 필자의 능력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 했다.
(이어서 다음호에)
첫댓글 역시, 불사조!
천안시에 둥지를 틀기를 잘하셨습니다.
충남신문을 지역언론의 선두주자로 올린 장본인이
국장님이셨습니다.
충남신문을 통한 국장님과의 인연도 감사하구요.
우연이 아닌 필연이지요?
저는 국장님보다 언니가 몇 배 좋습니다. 헤헤^^
헐~^^
언니를 더...
내가 아내덕을 보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