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회장은 입주자대표회의 대표회장을 처음 맡은 이후 매월 관리사무소장으로부터 제출받는 지출결의서를 검토하고 은행 출금전표에 업무직인 날인을 찍는 일의 내용이 궁금하고 궁금한 점을 물어볼 때마다 불편하다.
관리사무소장의 말로는 이미 계약된 내용에 따라 정기적으로 대가를 지급하는 내역이 대부분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행여나 금전사고가 생겼을 경우 그 책임을 떠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소장님, 경비용역비가 지난 달보다 더 많이 청구되었는데요? 왜 이렇죠?”
“아...... 제가 경리주임에게 물어보고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청구내역을 읽어 보던 관리사무소장은 자리를 떠나 한참을 경리주임과 얘기를 나눈 뒤, 경리주임과 같이 들어온다.
소장이 아닌 경리주임이 답한다.
“네 회장님. 지난 달에 경비원 한 분이 교체되었는데 새로 오신 분은 이전 근무한 경비원과 달리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가 지출되기 때문에 용역비 청구액이 늘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아 보다 자세히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역시 경리주임이 첨부되어 있던 용역비 청구금액 중 공제금액 내역을 지난 달과 비교해주면서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경리주임은 다시 자리로 돌아갔고, 강회장은 계속 지출결의서를 검토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번 궁금한 점은 있는데 소장님에게 물어볼 때마다 자리를 떠나 경리주임에게 묻고 돌아오는게 좀 불편하네...... 검토하는 요령이 담긴 지침서가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공동주택의 운영·관리·유지·보수·교체·개량 업무가 관리사무소장을 통해 집행되도록 의결하며, 그에 따라 관리사무소장은 해당 업무를 집행하기 위한 관리비 및 장기수선충당금이나 그 밖의 경비의 청구·수령·지출을 이행한다.
그리고 입주자대표회의를 대표하는 회장은 해당 업무의 집행을 위해 요청하는 자금의 이체 및 인출을 승인하는 업무를 하게 된다. 즉, 관리사무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한 업무 집행을 위해 필요한 자금의 이체 및 인출 요청 기안서를 대표회장에게 보고하며, 대표회장은 보고된 기안서를 확인 후 해당 자금이 출납이 되도록 출금전표에 업무직인을 찍는다.
그러면 관리사무소장은 출금전표에 찍인 대표회장 업무직인 옆에 자신의 업무직인을 찍어 회계담당자를 통해 은행을 방문하게 하여 출금전표에 적힌 금액을 이체 및 인출하도록 지시한다.
공동주택 회계처리기준에 따르면 이처럼 아파트 명의의 금융계좌 및 출납관련 업무를 집행할 때 관리사무소장이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신고한 업무직인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입주자대표회의의 대표회장 업무직인을 같이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수직인을 사용하는 이유는 관리사무소의 회계담당자와 관리사무소장의 악의적인 자금횡령을 예방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