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見 갖고 종단 발전과 화합 이끌겠다
설봉 스님(충혼각 주지)은 지난달 10일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3층 대불보전에서 개최된 태고종 제3대 원로의원 개원법회에서 태고종 제주교구 최초로 태고종 중앙원로회의 의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설봉 스님은 지난 2010년 8월 태고종단에서 수행과 학덕이 가장 높은 중앙원로의원에게 수여되는 승정(僧正)에 이어 태고종내 최고 의결기구의 성격을 갖는 원로회의 의장까지 추대됨에 따라 태고종단의 명실상부한 ‘법주(法主)’로서 존경받게 됐다.
본지는 설봉 스님이 태고종 중앙원로회의 의장에 추대되기 전까지 걸어온 길과 향후 태고종단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여쭤봤다. <편집자 주>
▲태고종 제1대부터 태고종 제주교구를 대표해 중앙원로의원으로 활동하시다가 올해 의장에 까지 추대되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설봉 스님=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원로회의 의원 22분은 태고종단 각 교구에서 대표하는 종단의 큰스님들로 학식과 덕망이 높고 인격이 출중하신 분들입니다.
제가 올해 세수 84세인데 그 가운데 가장 연장자이기 때문에 원로의원들이 저를 만장일치로 추대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원로의원들은 학벌을 앞세우기보다 종단에 대한 일념의 애종심을 갖고 한길을 걸어온 제 발자취를 높게 평가한 것 같습니다. 종도들이 의장에 추대한 것은 제가 아직도 종도들의 심부름 할 것이 남아, 남은여생을 종도들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라는 의미라 생각됩니다.
한편 원로의원은 임기가 4년으로 제1대 원로의원은 제주교구 본사에서, 2대는 태고종 중앙에서 추대돼 8년의 임기동안 부의장을 거쳐 수석부의장까지 역임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추대 받을 줄 몰랐는데 제주교구에서 추대해 주었고, 향후 2년의 의장 임기를 부처님이 주시는 마지막 사명이라고 생각해 종단 발전과 종도 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원로회의는 태고종단 내 최고 의결기구의 성격을 갖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원로회의 수장으로서 태고종단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구상이 있을 줄 압니다.
△설봉 스님=원로회의는 총무원장 인준권, 종단 종책 중요 조정권, 종정․승정 추대권, 종헌 종법 개정안 인준권, 대종사 법계 승인권 등의 태고종단 내 최고 의결기구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이날 부의장에는 대운 스님과 금용 스님이 추대됐습니다. 임원 스님과 22명의 원로의원 스님 모두가 태고종단의 어른인 만큼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원만한 합의를 통해 태고종단의 나아갈 방향을 올바르게 제시하고 인도하는데 힘을 모아나갈 예정입니다.
의장으로서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년 동안 중앙원로의원의 소임을 맡으면서도 원로회의가 유명무실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동안 전 총무원장이 관행과 파행으로 지금까지도 종도들의 불신과 혼란을 겪었습니다. 이를 올바르게 인도해야 할 전 중앙원로회의 의장이 제식구 감싸기를 하면서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의 잘못을 거울삼아 과거의 과오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총무원과 중앙종회가 잘못된 길이 아닌 종도들의 화합을 도모할 수 있도록 원로회의가 정견을 갖고 올바르게 지도 편달해 나갈 것입니다.
태고종단의 총무원, 중앙종회, 중앙사정원이 상호 분리 하에 서로가 소통하며 유기적 관계 속에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우리 원로회의가 윤활유 같은 역할을 통해 종단이 발전할 수 있도록 이바지 하겠습니다.
▲스님께서는 제주교구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주교구 차원에서 추진한 수많은 사업 가운데 가장 보람된 일이 있었다면?
△설봉 스님=평생을 부처님 일만 하다보니 이 나이가 됐습니다. 태고종 창종 당시부터 제주종무원에 투신해 재무․서무국장을 비롯해 사정원장․부원장 등 종무원 소임은 대부분 맡으면서 동산 스님, 진원일 스님, 변치봉 스님, 이성환 스님 등의 종무원장 스님들을 시봉했습니다.
그동안 태고종단 스님들과 불자들의 염원이었던 불교회관을 지난 1991년 준공, 태고종단의 위상을 드높이고, 불자들에게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펴 자비로움이 충만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는데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불교회관을 건립하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당시 종무원 임원을 맡아 1978년 영산대법회를 개최 이 불사금을 토대로 불교회관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불교회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게 됐습니다. 이어 1981년 수륙대제, 1987년 대승보살계, 1988년 영산제, 1989년 산상법회, 1990년 영산대법회, 1991년 유등제 등 7차례의 대작불사의 불사금과 시주금을 합해 지난 1991년 6월 현 제주시 삼도1동에 불교회관 기공식을 갖고, 그해 10월 지하 1층, 지상 3층의 불교회관을 완공하게 됐습니다.
불사 당시 제대로 된 승용차가 없어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도내 각 태고종단 사찰에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 등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 불사를 이뤄낼 수 있었는가하는 회상에 잠기기도 합니다.
불교회관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면 저는 그 당시 제주도심이 팽창할 것을 예견했습니다. 그래서 제주시 아라동에 회관을 건립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종도들의 뜻이 너무나 완강해 제 의지를 펴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내 뜻을 종도들에게 좀 더 이해시키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하지만 불교회관은 저 뿐만 아니라 태고종단의 승가와 불자들의 정성과 땀, 눈물의 결정체입니다. 이 같은 정성이 오늘날 까지 이어져 제주지역에서 도내 불자들에게 부처님의 씨앗을 심는 인연 공덕을 쌓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어느덧 20여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도 후배 스님들이 종단을 원만히 이끌어 태고종단이 도민들로부터 성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임진년 새해를 맞아 도내 불자들에게 덕담을 해 주신다면?
△설봉 스님=제주불교가 각 종파로 나눠져 있지만 100여년의 짧은 제주불교의 중흥 속에 그 뿌리를 보면 하나입니다. 우리 제주불자들은 종단과 종파를 나눠 시기와 질투 보다 일불제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공부하고, 실천해 성불에 이르러야 할 것입니다.
이 같이 하나라는 마음가짐 아래 제주불교는 화합하여 더욱 성숙된 불자의 자세를 갖추어 나갈 때 제주는 불국토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놓아야 합니다. 중생은 안이비설신의(눈귀코혀몸뜻․無眼耳鼻舌身意) 육근(六根)에 얽매여서 이것에 굳게 집착하여 이것을 사실로 여겨 죄업을 짓는 것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이 육근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주관이 바로 서야 합니다.
제대로 서지 못하면 욕심에 끄달리다 이 세상 허망하게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제주불자 여러분, 마음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큰 스님의 법문을 자주 듣고, 보살계를 받음으로서 자신의 잘못을 매 순간마다 참회할 때 ‘참 다운 불자’가 될 것입니다. 늘 정진하는 불자가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설봉 스님은
·1929년 제주시 한림서 출생
·1942년 애월읍 원천사에서 김고봉 스님을 은사로 득도, 이세진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수지
·1955년 백양사에서 송만암 스님을 전계사로 대승계 수지
·1956년 백양사에서 사집과 수료
·1958년 동화사·백양사 등에서 안거 성만
·1959년 정광사 주지 취임
·1966년∼현재 제주시 충혼각 주지
·1981년 태고종 제주종무원 부원장
·1995년 태고종 중앙종회 의원
·1964년 정광사에서 이종욱 스님을 전계사로 보살계 수지
·1980년 담양 용화사에서 유동산 스님을 법사로 건당
·1999년 종사 법계 품수
·2002년∼현재 태고종 중앙원로의원
·2012년 태고종 중앙원로회의 의장 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