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조교입니다.
월간 김어준 들으면서 카페 가입해서 초반에 목공으로 만년필 트레이 만든다고 글 열심히 올리다가, 개강하고 바빠서 카페 방문이 뜸했습니다.
지난가을 펜쇼에 가고 싶었지만 다른 일정과 겹쳐서 못 가고, 이번 봄 펜쇼는 마침 날짜가 맞아 여자친구까지 꼬셔서 참가했습니다.
오송역에 주차하고, KTX 타고 용산역에 내려서, 지하철 갈아타고 동대문역사공원역에 내려서 중구구민회관까지 걸어갔습니다. 지하철은 괜찮은데 KTX 너무 비싸네요 ㅠ_ㅠ (왕복이면 잉크가 몇 병이야..)
설렌 마음으로 11시쯤 펜쇼장에 도착했습니다. 라벨 프린터로 즉석에서 만들어주신 명찰을 목에 걸고 펜쇼장에 입장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당황했습니다. 물론 카페에서 사진으로 몇 번 봤지만,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으니까요.
첫 펜쇼니까 분위기 파악할 겸 슥슥 훑어보며 한 바퀴 돌아보는데 살짝 공황이 왔습니다. 저는 사는 동네도, 직장도, 평소 다니는 곳도 사람이 워낙 적은 곳이라, 사람 많은 곳에 적응을 잘 못해요. 그래서 주말에 백화점이나 아울렛, 마트, 놀이공원 같은 곳에 가면 잘 견디지 못합니다.
물론 강당이 넓었지만 제 평소 기준에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답답하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왔습니다ㅎ 펜에 크게 관심이 없는 여자친구까지 데려왔으니 그 부담은 더 심했죠. 어떻게든 정신을 부여잡고 파카51을 살 수 있는 테이블을 찾아갔지만 너무 늦었는지 다 팔리고 없었습니다.
그러면 파카51님께서 파카21 판매하신다고 했으니 그거라도 사러 가야지 했는데 줄이 길었습니다. 저는 만년필 사는 것도 줄을 서서 자기 차례가 와야 가능한 줄 알고 줄 서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줄은 만년필 점검 요청 줄이었고, 파카21은 다른 분이 와서 그냥 사 가시더라고요.. 그렇게 파카21 구입도 실패했습니다. 잘 모르면 줄 서기 전에 물어보기라도 해야 되는데, 그것도 못한 제가 멍청했죠.
2실패 후 공황은 더 심해졌습니다ㅎㅎ 여자친구가 이왕 온 김에 잉크라도 사 가라고 해서 잉크 한 병 사고, 잠깐 쉬러 나가신 파카51님 붙잡고 인사드렸습니다. 카페에 글 몇 번 쓰고 처음 뵀는데 닉네임만 듣고도 기억해 주셔서 정말 놀랐습니다ㅎ 작년 가을 펜쇼 전에 제 목공 트레이 글에 댓글로 한 번 보고 싶다고 하신 게 기억나서, 챙겨온 만년필 트레이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파카51님 뵙고 멘탈을 회복해서, 가져온 만년필 점검받아야지 하며 부스 갔는데 점심시간이라 실패... 여자친구는 좀 더 구경하라고 했지만 다음 전시회 일정을 잡아놓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저는 시간 제약이 있으면 불안해서 여유롭게 구경을 못하거든요. 여유 부리다가 버스나 기차 놓쳐버린 경험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건지.. 암튼 그렇게 도망치듯 펜쇼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저의 첫 펜쇼는 완벽히 '부적응'이었습니다. 제 성격과 준비 부족 탓이죠. 잉크 하나 달랑 사 올 거면 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앞으로 안 갈 것은 아니고, 가을 펜쇼때는 계획을 좀 제대로 세우고 가볼까 합니다.
- 혼자 간다 (동행의 눈치 보지 않도록)
- 돌아오는 차편을 늦게 예약한다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일찍 가서 바로 산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 모든 테이블에 다 앉아서 이것저것 물어볼 것
- 살 수 있는 건 어지간하면 다 살 것
가을 펜쇼에는 잘 적응해 보겠습니다.^^
첫댓글 저도 사람 많은 장소에 약한지라 첫 펜쇼는 어디서 무얼 해야하는지 이리저리 헤맸던 기억이 납니다^^ 멀리서 오셨는데 고생하셨네요ㅠㅠ 행사 개최 전 몇 주간 데스크(부스) 소개글이 계속 올라오고 당일에는 부스 위치 안내도도 업데이트 되니 가보고 싶은 부스의 위치를 조사해보고 오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소개글도 읽고 부스 배치도도 저장받아 갔는데 막상 현장에선 데스크별 설명이 없는 곳도 많아서(판매용/전시용인지, 어떤 필기구인지),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고 동행은 좀 답답했다고 합니다. 물론 데스크별로 운영하시는 분 마음이지만, 아무 설명이 안 붙어있으면 필기구 문외한이나 왕초보 입문자, 소심쟁이들은 그냥 눈으로만 보고 지나갈 수 밖에 없겠더라구요.ㅠ_ㅠ
저는 사실 사람 많은 곳에서는 누워있어도 지치는 사람이라 10년째 부적응입니다. ㅎㅎㅎ
제가 처음 갔던 12년 가을 펜쇼는 지금 행사장의 1/4정도의 공간이라 30분만에 펜 한자루 파우치 하나 사고 이벤트 경품으로 잉크 한 병 받고 나왔었어요.
그래도 다음 펜쇼를 기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다음 펜쇼는 이번 펜쇼보다 더 재미있을거에요.^^
10년 전 펜쇼라면 저도 잘 적응했을 것 같군요^^ 가을 펜쇼에서 뵙겠습니다.
@박조교 1/4 의 공간에 사람이 꽉 차있었답니다. ㅎㅎㅎ 지나지도 못할 정도로요…
정말 사람도 많고 심지어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는 당황하기가 쉽죠 ㅠㅠ 만년필 회원들로 이루어진 펜쇼의 특성상 판매하는 매물이 많지도 않고 전시하는 만년필들이 잔뜩 있다보니 정말 어쩔 수 없이 적극적으로 달려가야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처음 오신 분들에게는 힘들 수 있어요. 소장님은 워낙 손님도 많고 수리받으시는 분들이 많아서 물건 사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 결국 구매하지 못하셨다고 해서 같이 모니터를 붙잡고 울었습니다. ㅠㅠ
저도 세번째 펜쇼 참가지만 그동안 펜쇼에서 지우개 두개ㅎㅎ; 만 사고 이번 펜쇼에 와서야 드디어 파우치랑 만년필을 구매할 수 있었답니다. 다음 펜쇼에서 다시 꼭 만나요!
그러셨군요ㅎ 누구나 처음엔 비슷했겠죠? 다음 펜쇼에는 좀 더 전투적(?) 마인드로 참가하겠습니다. 닉네임 기억했다가 꼭 찾아갈게요!
안녕하세요 저도 이번 펜쇼가 처음이었는데 몇마디 하지 못하고 슬쩍슬쩍 구경만 하다 왔습니다😅
저같은 경우엔 너무 늦게 가서 이미 많은 분들이 정리하고 계시던 중이라 사람은 적었는데, 그래서 오히려 특정 테이블에 사람들이 몰려계셔서 그거대로 헤맸던것같네요.다음엔 더 일찍, 마음 다잡고 가보려구요. 파이팅입니다.
저도 너무 쉽게 생각하고 갔나봐요. 말씀대로, 화이팅입니다!
전 9시 50분에 도착해서 5시 20분까지 있었어요. 그래도 다 본건 아니고, 눈으로 쓰~윽 훑어본 곳이 대부분이고 관심 있는 부스에는 장시간 머물렀어요.
그러나 그냥 스~윽 훑어보는 걸 5회 이상 반복 했어요. 그러다 보면 쓰윽 눈에 들어오는 게 있거든요. 그러면 거기 머물며 보고.
그리고 구매 안할거라도 눈으로 보고, 질문하고, 허락 받고 만져보고, 시필이 가능하다는 건 시필도 해보고... 그러며 즐기는거죠.
다음번엔 폐장 이후 시간 차 타고 가세요^^
저도 혼자 갔어요.
저는 잉크만 몇병 사야지 하고 갔다가 made in Japan 샤프 펜슬 여러자루 득템한 걸 비롯 셰퍼에서 나온 페라리 콜라보 만년필 국내 2개 남은 마지막 물량 중 하나를 특별 할인 가격에 득템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참고로 몇년 전에는 장소가 훨씬 협소해서 덥고, 폐소공포가 있는 저는 숨쉬기도 불편해서 몇번을 나가서 숨쉬고 들어가서 듈러보고를 반복했었어요. 그때를 생각하고 갔다가 이번엔 너무 널럴하고 좋더라구요. 넓고, 천장도 높아서 숨쉬기도 편하고.
다음엔 시간 여유 충분히 갖고 여러바퀴 둘러 보며 즐기세요.
아는 사람 없으면 먼저 인사하면 다 아는 사람 됩니다.^^
제가 낯을 가려서 먼저 인사하는 게 참 어렵더라구요. 댓글은 잘 쓰면서.... ㅎ 다음 펜쇼에는 시간도 넉넉히 마련하고, 얼굴에 철판도 두껍게 깔아보겠습니다!
@박조교 서로 댓글 주고 받았던 사람들은 닉네임만 보면 바로 친근해져요. 걱정 안하셔도 되지요.^^
아, 참... 혼자 가서 아는 사람 없어서 뻘쭘하면... 혹시라도 제가 보이면 저한테 말 걸어주세요.
제가 펜후드 내 아는 사람 되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저도 사람없는 남쪽 끝 시골마을에 살아서 안가길 잘했다. 싶다가, 계획을 잘 세워서 가면 되는구나.... 하고 배웁니다.
첫 펜쇼라 정신이 없었지, 다음엔 훨씬 나으리라 기대합니다.
부적응이라...
저도 처음 펜쇼를 방문했을 때는 그랬었는데 이번 펜쇼에서는 완전히 적응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전보다 익숙해져서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 펜쇼는 작년 펜쇼보다 오리지널 파카51의 수가 많이 적었는데 오리지널 파카51과 파카21을 구하시려는 분들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설 정도로 많았다 보니 오리지널 파카51만 해도 펜쇼가 열린지 1분만에 전멸한 정도더라고요.
그나마 파카21은 오리지널 파카51보다는 오래 남았지만 역시 빨리 사라졌던걸로 기억해요.
가고 또 가다보면 점차 적응하지 싶습니다ㅎ 파카는 가을 펜쇼를 노려보겠습니다.^^
@박조교 네, 저는 이번 펜쇼로 이상에 가까운 새제품을 얻어서 파카51 플라이터가 아닌 이상 이제 미련은 특별히 없을 것 같은데 다음 펜쇼에서 원하는 오리지널 파카51 새제품을 꼭 구하실 수 있기를 바랄께요~!
@피스투스 크.. 잘 모르지만 영롱해보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조교 네, XF(EF)사이즈의 닙이 달린 미국산 마크2 모델인데요.
새제품인데도 불구하고 원래 주인이 배럴에 이름 각인을 새겨서 그런지 제 앞에 계셨던 분들이 기피하셨고 덕분에 구할 수 있게 되었어요.
마침 제가 구매 목적이 실사용이었고 이런 각인은 시간이 지날 수록 생각보다 빠르게 닳아서 사라지기 쉽다 보니 그걸 고려해서 구매를 결정하게 되었고요.
박조교님이 꼼꼼하게 쓰신 첫 펜쇼 적응기 잘 봤습니다. 멀리서 귀한 시간 내서 왔는데 계획데로 잘 안되서 속상하셨나봐요. 근데 뭐 그럴수도 있죠.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요? 저도 첫 펜쇼였고 아무 생각없이 그냥 구경하러 갔습니다. 물론 혼자서요. 구경하다가 맘에 드는 소품들(잉크, 도장 등) 몇 개 샀고요.
박조교님은 잉크하나 달랑 사고 계획없이 가서 부적응 했다고 하셨는데 제가 볼 땐 전혀 부적응한 거 같지 않으니 신경쓰지 마세요. 앞으로도 뭘 너무 해야겠다는(사고 싶은 게 있으면 일찍 가서 바로 산다, 모든 테이블에 다 앉아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살 수 있는 건 어지간하면 다 산다.) 생각이 많은 것 같은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컵에도 물 가득 채우면 마시기도 전에 흘러 넘쳐요. 그냥 편한 마음으로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파커 만년필 못 구하신게 마음에 걸리시는거 같은데 다음에 구하면 되죠. 당장에 ㅇ베이에 들어가만 봐도 아주 많으니 이번에 못 구하셨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구요.
모든 건 시간이 다 해결 해 줘요. 그러니 부디 걱정말아요~
저도 처음갔는데 정말사람많아 놀랐죠 만년필을 사러갈 생각은 없었고 사람이 많아 살엄두도 못낸것 같아요 만년필 3자루 점검받을생각으로 점검받으니 마음이 편해지내요 즉석에서 파카51님이 1자루 고쳐주셨는데 정말 전하고 틀리네요 몽블랑만년필 않좋아했는데 점검받고 쓰니 좋네요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만년필여러개 있으면 다른만년필또 사기전에 루페부터 사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저도 루페는 하나 꼭 사고싶습니다 다만 어디서 사야할 지를 모르겠어요ㅎ
제가 처음 참가했던 펜쇼가 떠오르는 후기네요^^ 오면 올수록 볼 것도 많아지고 구경할 것도 늘어나는 것이 펜쇼인 것 같습니다. 펜을 구경할 때 루페가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어떤 것을 살지 모르겠다면 펜쇼장에 오셔서 다른 분들이 어떤 루페를 쓰시는지 보고 사셔도 좋을 것 같아요.
도움이 많이 되는 후기네요 저두 지방사는 사람이라 ㅠㅠ 이런 체험기 좋으네요 ㅎㅎ "하루를 체험관에서(만년필에게 시간투자를...) 보낼 채비를 하고 출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