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 준비를 부산하게 하면서
엇? 어제보다 덜 더운데? 하는 느낌이 살짝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벌써 성급하게 여름에게 굿바이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찌됐든 이 여름도 떠나가는 때가 오겠지요.
누군가는 어디 시원한 곳을 찾아 휴가를 즐기고
더위를 피해보겠다고 하는데
실은 더위를 피할 최적의 장소는 에어컨 그늘 밑이라는 것을
폭염의 날들속에서 절절히 깨닫기도 합니다.
일반적 진리처럼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이 더위를 모른 척하고 잊어버리고 싶을 때에도
독서는 매우 유용할 수도 있다는 것~ㅋ
갈수록 눈이 침침해져서 책보는 것 싫어하지만
마음을 다른 곳에 보내기에 독서는 큰 몫을 합니다.
그래서 모처럼 책읽기에 돌입 중~ㅎㅎ
어느 해 여름 초입에 사놓고
몇 페이지를 못넘기고 머리맡에, 책장에, 다시 머리맡에 쌓아두었던 책.
쌓아둔 책 중에서 독서하게 된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합니다. ^^
<여름은 오래 그 곳에 남아>
여름이 절정에 오를 때 펼쳐든 책을 한 달이 안돼 책장을 덮을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다.
큰 사건도 별로 없고 기복도 없이 잔잔한 서사가 주된 책이라 그런지 생각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초반 고비?를 잘 넘기고 나니
정갈하게 오래 뜸들인 듯한 세밀화같은 묘사에 읽는 즐거움이 생기고
그 때부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 시간을 조금씩 조바심 내며 기다리게 되었다.
건축과를 갓 졸업한 젊은 주인공이 첫 입사한 건축사무소는
매년 여름 한 철을 어느 산자락의 한 별장으로 옮겨 업무를 보는데,
이 건축사무소에서 존경하는 노건축가 밑에서 보낸 별장에서의 몇 달을
30년이 지난 후 주인공이 그 때의 기억을 소환하는 것이 소설의 주 흐름이다.
건축을 설계하는 시선과 기준에 대한 철학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일상과 숲속의 다양한 것들에 대한 감각적인 느낌과 표현들을 따라
소설속에서 시간은 유유한 강물처럼 느리고 더디고 부드럽게 구비구비 흘러간다.
책을 읽는 동안은 주변의 시간과 관계없이
천천히 그 시간의 흐름을 타고 있다는 비현실적 감각에 종종 빠졌다.
오래 스며들어 자연스러워진,
유별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소중하고 큰 어떤 가치,
혹은 어떤 존재가
장작불이 사그라들 듯 서서히
세상속에서
마음에서
기억에서
스러져가고 소멸 되어가는 것을
유려한 언어로, 자연스런 구성으로 묘사된 것을 읽다보면
어느샌가 잔잔하게 애잔함이 밀려온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애잔함이 이런 것일까.
아마도 어느 여름은
오래 어딘가의 그 곳에 남아 끝내 사라지지 않고 먼 훗날 나를 부를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너를 완독한 즐거움을 마음에 새긴다.
첫댓글 그동안 여름 피서철에 생기는 통계가
얘기치않는 임신이 많다는 설입니다
이런것으로 보아 여름은노출과 더위에 사랑하기 좋은때인가 봅니다
그 열정이 너무 즉흥적으로 이어져서 문제가 생기지만 않는다면
여름은 오래도록 그것에 정서가 남아 있을수도요 ~~
역시 여름은 노출의 계절이고~ 사랑은 눈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하고~~
예측하지 못하는 것들로 삶은 또 다른 길을 열기도 해서~
여름의 뜨거운 열정은 또 그 나름대로 좋은 것도 있는 듯 해요~^^
소설에서는 오히려 여름의 열정보다는
여름의 열정 뒤안의 평화로움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시간 나시면 읽어보시는 걸 권합니다~ㅎ
어떤이는 장작불처럼
어떤이에겐 모닥불처럼..
서로가 느낌이 다른거죠..
한사람은 장작불처럼
확 지피우곤 유유히 떠나고
또 한사람은 남은 모닥불처럼 잘 꺼지지않는
불씨를 한없이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어본다..
말없이 떠난 그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쨌든지
각자 다른 모습의 태도와 자세를 가졌더라도
그걸 수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틀린 답은 아닌 게 인생인듯 해요~^^
10일에
떠날 때는 말없이~~~이런 노래 부르시는건가요? ㅎ
@아라연
울지마요~
Don't cry
박상민 노래할까 합니다..
이노래 듣고 옛생각에 울지않았으면 합니다..ㅎㅎ
썬그라스 모자등..
여러개 가져가서 학우님들 노래나 춤 추실때. 소픔으로 쓰라고
조금 가져갑니다~~^^
@자영 눈물나면 모자 뒤집어쓰고 썬그리로 가리라는 거죵? ㅋㅋ
@아라연
역쉬 쎈쑤쟁이십니다..ㅎㅎ
그러나..버뜨
즐거워서 흥나서 눈물흘릴수도 있지요~~ㅋㅋ
아라연님
미쓰이애마사시 작가는 건축에 대해 상세히 알고 소설에 그려져 있다고 했는데, 아라연님 이책읽고 건축하는거 아니예요? ㅋ
맛있는 식사하세요.
아~ 정말 읽다가
건축과 설계의 깊이와 철학과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떤 구절은 몇 번이나 되돌아와서 명상하 듯 읽기도 하고.
그리고 살면서 누군가를 깊이 존경해 본 경험이 있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것 같기도.
티플님...
점심 맛나게 드시고
언능 건강해져서 어느 좋은 곳에서 봐요~^^
불같이 뜨거운 이 여름...
장작불의 여운처럼...
좀처럼 식지 않는 무쇠솥처럼...
오래오래 머물기를.......
총알처럼 빠른 시간을
비현실적으로라도 머물게
하고 싶네요. ㅎ
그 즐거움 오래 누리시길..... ^^
음...저는 원래 여름을 잘 견디는 사람인데
갈수록 더위도 못 견디고 이 여름이 언제 가나 싶어집니다. ㅎ
비현실속에 머물기에
재밌는 책에 빠지는 것이 최고 경지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지민님
남은 여름도 건강하기요~~ㅎ
제목과 책표지만 보고도
여름의 숲속에 와 있는 느낌이에요..
때론 수많은 책중에 제목만 보고도 책을 살때가 있어요.. 이책이 그러한듯..
아라연님의 추천에 진심을 놓고 갑니다~~ㅎ ^^
진초록님 닉이 진짜 여름닉이구나하고 방금 깨달았어요.^^
이 책은 정말 작가가 누군지도 잘 모른 채,
어느 초여름에 책 제목과 표지에 홀려서 샀던 책이었네요 ㅎ
묻지마식으로 고른 책 중에 성공 넘버3에 듭니다~^^
여름 한 철 저도 별장의 건축사무실에서 같이 일하고 사색하고 요리하고...그런 느낌.
뭔지 모르지만 왠지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서로 이해할수있는 두사람은 각자의 다섯사람 보다 훨씬 강하다.
르꼬르 뷔제.
이렇게 건축은 사람과 사람을 공간으로 연결시켜주는 인문학 이자 자연과학 입니다.
팔로알토님도 혹시 건축학 전공?ㅎ
르 꼬르비제는 비정형건축으로 유명하네요. 찾아봤어요.^^
공간이 인간의 행동과 감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많던데 그래서 건축에 인문학적 사고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겠죠.
이과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인문학적 소양을 가졌다면 분명한 매력요소가 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