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재를 시작하며
문일수 교수
붓다, 마음 속성·작용방식 꿰뚫어 간파한 ‘뇌과학자’
방황하는 마음은 불행…‘지금 여기’에 집중할 때 가장 행복
붓다는 마음의 괴로움 소멸시키고 행복 얻는 수행법 개발
마음에 대한 부처님 법을 뇌과학적 이해하면 수행에도 도움
문일수 교수는 “부처님은 위대한 마음과학자이자 번뇌로 물든 마음을 열반의 마음으로 바꾸는 마음공학자”라고 말한다.
수년 전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들이 특별한 iPhone 앱을 개발하였다. 앱은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불쑥 다음과 같이 묻고 곧바로 답하게 하였다. 그 순간의 행복도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 질문은 행복에 대한 질문이었다: ‘지금 기분이 어떻습니까?’
두 번째는 행위에 대한 질문: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마지막으로 마음이 집중하는지 아니면 방황하는지를 물었다: ‘현재 행하고 있는 것과 다른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까?’ 응답자들은 마음이 현재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것에 대해 생각하는지 답한다. 그리고 생각하고 있던 내용이 즐거운지, 중립적인지, 아니면 불쾌한 것인지도 물었다. 83개 국가에서 86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18~88세)에게서 수집한 수백만 건의 대답을 분석했다.
그들은 두 가지 중요한 결과를 얻었다.
첫째, 무엇을 하든 사람들의 마음은 수시로 방황했다. 사랑을 나눌 때를 제외한 모든 활동에서 반 정도(46.9%) 사람들의 마음은 방황하였다.
둘째, 마음이 방황할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덜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의 마음은 흔히(표본의 42.5%) 재미있는 딴생각으로 빠져드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현재의 행위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덜 행복하였다. 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사람의 마음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에 방황하고 있고, 방황하는 마음(wandering mind)은 불행한 마음이라는 것이었다.
역으로 말하면 지금 행하고 있는 일에 마음을 두는 것, 즉 ‘지금 여기(here & now)’에 머무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는 것이다.
‘마음을 지금 여기에 머물게 하라.’ 부처님은 이미 이런 진리를 알고 계셨다. 마음의 괴로움을 소멸시키는 방법을 찾아 나선 29살 청년 고따마 싯다르타는 위대한 마음 과학자였다. 그는 이미 2500여년 전 마음은 여섯 가지 알음알이[안식·이식·비식·설식·신식·의식]라고 하였고, 색·성·향·미·촉을 감각하는 오감뿐 아니라, ‘생각’을 지각하는 감각기관인 의근(意根)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또한 의근을 관리하는 기능인 싸띠[sati, 염(念)]가 존재함을 간파하였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싸띠힘(sati power)을 키우면 탐·진·치 3독의 번뇌를 소멸하여 열반에 이를 수 있음을 알고, 그 수행방법까지 개발하였다. 그는 마음의 속성과 작용방식을 꿰뚫어 간파한 뇌 과학자였고, 번뇌로 물든 마음을 열반의 마음으로 바꾸는 ‘마음공학자’이기도 하였다.
17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하였듯,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간의 뇌는 ‘생각’하는 뇌로 진화하였다. ‘생각 기능’은 과학을 발전시켜 사회를 진보하게 하였다. 문제는 ‘나 자신의 잣대’로 세상을 분별하고, 평가·판단한다는 것에 있다. 우리의 뇌는 그렇게 진화하고, 또한 삶이 그런 나를 만든다. ‘자아’의 형성과정이다. ‘이야기하는 자아(narrative ego)’는 망상하는 마음을 낳았다. 그것은 매우 강력하여 집중하여 일을 할 때도 30%의 시간은 망상에 빠지게 한다. 자동이다.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흘러가는 작동방식을 기본작동이라 한다. 우리의 뇌도 그렇다. 정신을 차려 현재를 알아차림하지 않으면 뇌의 기본작동신경망(default mode network)이 활동하여 과거나 미래를 망상한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10초에 한 가지 생각을 한다. 16시간 깨어있다고 보면 하루에 6200여 가지 생각이 오간다. 과연 ‘생각하는 갈대’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생각은 쓸데없고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을 망상들이며, ‘기분 좋은 망상’을 하여도 현재 행위에 마음을 두는 것보다 덜 행복감을 느낀다. 망상은 번뇌의 신경회로만 강화시킬 따름이다. 참으로 불행한 인간의 마음이다.
우리는 이모티콘을 보고 웃음짓지만 카카오 프로그래머는 이모티콘을 만드는 전자회로를 생각한다. 자동차 경주의 관객은 쏜살같이 달리는 자동차를 보지만 엔지니어는 엔진을 생각한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마음, 화내는 마음을 보지만 뇌과학자는 그런 뇌의 신경회로를 생각한다. 뇌과학자는 부처님의 법(法)을 뇌과학으로 풀어서 이해한다. 법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번뇌도 마음이다. 번뇌는 뇌의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일어날까, 왜 인간은 끊임없이 번뇌의 마음을 일으킬까, 왜 지금 하는 일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방황할까, 방황하는 마음을 잡아두는 싸띠는 뇌의 어디에 있을까, 마음을 현재에 머무르게 하면 왜 번뇌가 소멸될까, 해탈·열반한 마음은 어떤 뇌일까…. 수많은 질문들이 생겨난다.
질문은 이어진다. 마음이 찰나(1/75초)생 찰나멸하고, 17찰나의 짧은 시간에 인식을 끝낸다고 하는데 뇌가 그렇게 빠른가, 이를 어떻게 알았을까. 후대의 학승(學僧)들은 마음을 의식(意識)·말나식(末那識)·아뢰야식(阿賴耶識)으로 구분하였다. 인식하고, 사량하고, 저장하는 마음이다. 뇌의 어떤 구조들이 이런 마음을 만들까? 불가(佛家)에서는 마음거울을 깨끗이 닦아 존재(存在)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림하는 지혜로운 마음으로 바꾸라고 한다: 오염된 아뢰야식을 거울같이 맑은 대원경지(大圓鏡智)로, 요리조리 분별하는 말라식을 평등성지(平等性智)로, 천방지축으로 나도는 의식을 잘 다스려 제법의 모양을 신묘하게 관찰하는 묘관찰지(妙觀察智)로, 오감[전오식(前五識)]을 잘 관리하여 선업을 짓는 성소작지(成所作智)로. 모두 뇌를 바꾸는 수행이다. 수행은 어떻게 뇌를 바꾸며 전식득지(轉識得智)한 각각의 마음들은 어떤 뇌일까? 뇌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뇌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짐작만 하던 뇌기능에 대한 지식이 실험적으로 손에 잡힐 듯 눈으로 보는 듯해졌다. 마음에 대한 부처님의 법을 뇌과학적으로 이해하면 불법이 더 오묘함을 알 수 있고, 수행정진에 도움이 된다. 뇌는 신경세포들이 11차원으로 연결된 회로이다. 우주가 11차원이라고 한다. 그 복잡성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회로들이 작동하여 마음을 만든다.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종교가 개입할 자리가 열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는 것만큼 삶은 가벼워진다. 함께 ‘붓다마음의 뇌’를 알아보자. 이를 수용하고 청안한 마음을 만드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문일수 동국대 의대 해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