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코너입니다. 신차를 직접 타고 시승한 뒤 생생한 체험기를 전하거나 건설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현장의 모습과 분위기를 전하겠습니다. 코너명처럼 열심히 달리고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겠습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에 적용된 코트다쥐르 라이트 블루 외장색은 5.2m가 넘는 거대한 차체를 한층 우아하게 보이게 만든다. 사진=김윤겸 기자
차체는 분명 방지턱을 넘어섰다. 눈앞에 솟구친 요철을 확인하고 무의식적으로 몸에 힘을 줬지만 척추로 전해져야 할 충격은 마법처럼 허공으로 사라졌다. 전장 5m가 넘는 거대한 덩치에 23인치 휠을 신었다는 사실조차 순식간에 잊게 만든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 4MATIC 마누팍투어(이하 GLS 600)'는 숫자의 화력을 무작정 과시하기보다 탑승자를 얼마나 호사롭게 이동시킬 수 있는지를 먼저 보여줬다.
GLS 600의 전면은 수직으로 뻗은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과 마이바흐 레터링을 중심으로 대형 럭셔리 SUV 특유의 웅장한 인상을 강조한다. 사진=김윤겸 기자
GLS 600을 타고 서울 도심과 고속도로 등 약 500km를 주행했다. 운전석은 물론 2열 VIP석에서도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 시승차는 2025년식으로 가격은 2026년 기준 3억3700만원이다. 전장 5210mm·전폭 2030mm·전고 1840mm다. 휠베이스는 3135mm에 달한다.
GLS 600의 후면은 넓게 펼쳐진 차체와 크롬 장식을 조합해 거대한 덩치를 안정적으로 다듬으면서도 마이바흐 특유의 고급감을 이어간다. 사진=김윤겸 기자
첫인상부터 정형화된 쇼퍼드리븐(chauffeur-driven) 차량의 이미지를 벗어났다.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 해안의 풍경에서 영감을 얻은 마누팍투어 코트다쥐르(Côte d'Azur) 라이트 블루 외장색이 시선을 끈다. 수직으로 곧게 뻗은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과 23인치 마이바흐 휠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청량한 블루 톤은 웅장한 차체를 한결 우아하게 보이게 만든다. D필러를 비롯한 차체 곳곳의 마이바흐 엠블럼도 일반 GLS와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GLS 600의 실내는 요트 블루와 블랙 투톤의 익스클루시브 나파 가죽을 적용해 외관의 색채를 이어가면서 손끝에서도 고급스러운 질감을 느끼게 한다. 사진=김윤겸 기자
문을 열면 외관의 색채가 실내로 매끄럽게 흘러든다. 요트 블루와 블랙 투톤의 마이바흐 익스클루시브 나파 가죽(Maybach Exclusive Nappa Leather)이 실내를 감싼다. 시각적인 화려함보다 손끝에 닿을 때 느껴지는 가죽의 보송하고 섬세한 질감이 더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인 레이아웃은 GLS와 궤를 같이하지만 정교한 다이아몬드 패턴 퀼팅과 깊은 광택을 내는 피아노 라커(Piano Lacquer) 장식이 한층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GLS 600의 1열은 높은 시야와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고 2열은 운전석 뒤에서도 여유로운 무릎 공간을 확보해 앞뒤 좌석 모두에서 다른 방식의 안락함을 보여준다. 사진=김윤겸 기자
1열에 들어서면 높은 착좌 위치와 시원하게 트인 시야가 맞이한다. 전폭이 2m를 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지만 높은 시야와 360도 카메라의 지원 덕에 서울 도심에서도 크기로 인한 부담감은 예상보다 작았다.
이 차의 성격은 2열 문을 열 때 더욱 분명해진다. 굳이 조수석 뒤 VIP석을 고집하지 않아도 좋다. 운전석 뒤편에 앉아도 무릎 앞에는 아득한 광야가 펼쳐진다. 커다란 측면 유리창과 머리 위 파노라마 선루프가 넓은 공간감을 더한다.
GLS 600의 파노라마 선루프는 넓은 측면 유리창과 함께 2열의 개방감을 키워 거대한 실내를 한층 시원하게 느끼게 한다. 사진=김윤겸 기자
이그제큐티브 시트(Executive Seat)는 등받이를 최대 43.5도까지 기울일 수 있고 다리 받침대도 함께 움직이며 비행기 퍼스트클래스를 떠올리게 하는 안락함을 만든다. 11.6인치 후석 디스플레이 2개와 7.4인치 MBUX 태블릿도 갖췄다. 시승 기간 뒷좌석에 앉은 동승자들 사이에서는 공간과 승차감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GLS 600의 트렁크는 해외 공식 제원 기준 520L의 적재공간을 제공하며 넓은 2열 공간을 우선한 차량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진=김윤겸 기자
트렁크 적재공간은 메르세데스-벤츠 해외 공식 제원 기준 520L다. 5.2m가 넘는 차체를 고려하면 수치 자체는 크지 않다. 넓은 2열 공간과 독립 시트 구성이 이 차가 적재공간보다 후석 탑승자의 안락함을 우선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GLS 600의 전동식 사이드 스텝은 높은 차체에 오르내릴 때 탑승을 돕는 동시에 측면 디자인에도 마이바흐 특유의 고급스러운 디테일을 더한다. 사진=김윤겸 기자
주행을 시작하면 마이바흐가 추구하는 방향이 단번에 체감된다. 시승 중 계기판에서는 마이바흐 모드는 물론 일반 주행에서도 정차 후 2단으로 출발하는 경우가 자주 확인됐다. 초반부터 힘을 조급하게 쏟아내기보다 미끄러지듯 속도를 붙였다. 운전석에서도 출발이 매끄러웠고 2열에서는 몸이 뒤로 쏠리는 움직임이 크게 줄었다. 마이바흐 주행 프로그램(MAYBACH drive program) 역시 후석 승객의 편안함을 고려해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을 지향한다.
GLS 600의 후측면에서는 5210mm의 전장과 3135mm의 휠베이스가 만드는 긴 비율이 두드러지며 23인치 휠이 대형 SUV 특유의 묵직한 자세를 완성한다. 사진=김윤겸 기자
도심 주행 중 가장 강렬했던 부분은 E-액티브 바디 컨트롤(E-ACTIVE BODY CONTROL)이었다. 연이어 나타나는 과속방지턱을 통과할 때 시각적으로는 요철을 분명히 인지했음에도 신체로 느껴지는 흔들림은 기묘할 정도로 자취를 감췄다. 전방 카메라로 노면을 읽는 로드 서피스 스캔(ROAD SURFACE SCAN)은 요철에 맞춰 서스펜션을 조절한다. 23인치 휠이라는 물리적 조건을 잊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면 또 다른 차원의 안락함이 펼쳐진다. 노면에 바짝 붙어 사납게 달리는 스포츠 SUV와는 거동의 결부터 달랐다. 잔물결을 넘어서는 대형 요트처럼 거대한 차체가 아늑하게 노면을 다스린다. 긴 차체는 노면의 굴곡을 따라 천천히 상하로 움직였지만 직진에서는 흐트러짐이 적었으며 속도를 끌어올릴수록 큰 덩치가 만드는 여유로움과 고속 안정감이 더욱 살아났다.
GLS 600에 탑재된 4.0리터 V8 M177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557ps와 최대토크 78.5kgf·m를 발휘하면서도 일상 주행에서는 힘을 부드럽게 풀어냈다. 사진=김윤겸 기자
그 심장에는 4.0리터 V8 M177 가솔린 엔진이 자리한다. 최고출력 557ps와 최대토크 78.5kgf·m를 발휘한다. 또한 48V 전기 시스템과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ISG·Integrated Starter Generator)도 힘을 보탠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9초다.
하지만 평소 움직임은 예상보다 훨씬 차분하다. 일반적인 AMG의 V8과 비교하면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놀라울 정도로 정제돼 있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는 한 엔진은 자신의 존재감을 굳이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Sport Mode)로 바꾸면 달라졌다. 억눌러뒀던 8기통 특유의 배기음과 거친 결이 살아나며 V8 엔진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알려줬다.
GLS 600의 실내는 송풍구와 센터 콘솔 및 페달과 시트 조작부 곳곳에 마이바흐 레터링과 엠블럼을 새겨 세부적인 부분까지 일반 GLS와 차별화했다. 사진=김윤겸 기자
정숙성 역시 인상적이었다. 외부 차량과 노면에서 들어오는 소리가 크게 걸러졌다. 시내에서도 고속도로에서도 차 밖의 환경과 한 겹 떨어진 듯했다. 어쿠스틱 컴포트 패키지(Acoustic Comfort Package)에 29개 스피커와 1610W 출력을 갖춘 부메스터 하이엔드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Burmester High-End 3D Surround Sound System)이 더해졌다. 조용한 실내를 음악으로 채우면 운전석에서도 2열에서도 이동하는 시간 자체가 즐거워졌다.
GLS 600에 적용된 23인치 마이바흐 휠은 큰 차체와 균형을 이루며 E-액티브 바디 컨트롤과 맞물려 방지턱에서도 예상보다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사진=김윤겸 기자
하지만 완벽하게 충격을 지워내는 것은 아니었다. 낮 동안 마법처럼 방지턱을 지워내던 승차감은 밤이 되자 노면의 굴곡을 조금 더 솔직하게 드러냈다. 같은 방지턱을 지날 때 야간에는 충격이 낮보다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전방 카메라를 활용하는 로드 서피스 스캔의 효과도 낮과는 차이를 보였다. 기본적인 승차감 자체가 불편해지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주간에 보여준 능력이 워낙 강렬했던 만큼 야간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게 다가왔다.
약 500km의 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에 남은 연비는 4km/L 후반대였다. 공인 복합연비 6.1km/L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만 4.0리터 V8과 5.2m가 넘는 차체가 만들어내는 여유를 생각하면 이 차에서 연비는 가장 먼저 따질 항목은 아니었다.
약 500km를 함께한 GLS 600은 넓고 안락한 2열뿐 아니라 높은 시야와 V8의 여유로운 힘 및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직접 운전하는 즐거움까지 남겼다. 사진=김윤겸 기자
마이바흐 GLS 600은 분명 뒷좌석을 위해 태어난 차지만 직접 운전대를 잡는 즐거움조차 남에게 넘기기 아까웠다. 2열에서는 넉넉한 공간과 안락함을 누릴 수 있었으며 운전석에서는 높은 시야와 V8의 여유 그리고 노면을 다스리는 서스펜션의 정교한 움직임을 즐길 수 있었다. 앞좌석이든 뒷좌석이든 목적지까지 오가는 과정 자체를 편안한 시간으로 만드는 것. 약 500km 주행 끝에 남은 마이바흐 GLS 600의 가장 선명한 가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