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습관의 문법』
1. 강준만의 ‘세상을 꿰뚫는 이론’의 일곱 번째 책인 『습관의 문법』은 습관과 관련된 다양한 개인적, 사회적 이론을 소개한다. ‘습관’은 인간을 지배하는 강력한 힘이다. 인간은 ‘경로의존’이라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일상은 혁명을 망친다’라는 말처럼 반복되는 삶의 형태는 새로운 변화에 저항하고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인간의 ‘습관’적 성향을 이용하여 ‘습관 마케팅’이 사용되고, 작은 일이라도 먼저 실천해보라는 자기계발적 지침이 강조되기도 한다. 정치적 변화 또한 완전한 이상의 실현이나 거대한 변화의 기대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친숙한 놀라움’의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 정치학자의 ‘급진적 점진주의’에 대한 견해는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방향일 수 있다.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그나마 조금 더 나은 것을 얻는 것 혹은 그나마 덜 나쁜 결과를 얻는 것도 ‘작은 승리’라 생각하는 것이 좋은 태도라 본다. 막다른 분노와 냉소, 개탄으로 현실로부터 멀어지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가능성을 만들려는 꾸준한 노력없이 급진적 변화는 꿈도 꾸기 어렵다고 본다.”
2.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 존재이다. 또한 외부의 시선에 쉽게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도 하다. ‘개인’에 대한 중시는 ‘합리적 선택 이론’이라는 사회학적 개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데, 이것은 ‘방법론적 개인주의’와 ‘합리적 경제인’이라는 입장을 강조한다. ‘방법론적 개인주의’는 ‘모든 사회현상은 개인적 사실로서만 설명될 수 있다는 입장’이며, ‘합리적 경제인’은 모든 행위자는 합리적이고 경제적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그런 점에서 스타벅스의 직원교육 프로그램인 <LATTE>는 고객응대에 대한 기본태도를 반복적으로 학습시킴으로써 외부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작업에 대한 능동성을 심어주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인간의 자기중심성은 부정적 방향으로 전개될 때 위협적인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 자신의 특성을 끊임없이 확장시키려는 ‘자아팽창’적 경향은 능력과 상관없이 과도한 욕심으로 변질되며 자신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타인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자기고양 편향’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이런 태도는 결국 ‘권위주의적’ 위험성을 표출한다.
3. 개인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집단’의 힘을 강조하는 견해도 다수 등장한다. ‘집단지성’이라는 개념도 개인의 능력을 넘어선 ‘집단’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담겨있다. 하지만 ‘집단’은 오히려 비이성적이며 감성적인 요소가 과잉될 수 있다. 강준만은 니부어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의 내용을 참고하면서 ‘집단 이기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모든 인간 집단은 개인과 비교할 때, 충동을 올바르게 인도하고 때에 따라 억제할 수 있는 이성과 자기극복의 능력 그리고 다른 사람의 욕구를 수용하는 능력이 훨씬 결여되어 있으며, 집단을 구성하는 개인들이 개인적 관계에서 보여주는 것에 비해 훨씬 심한 이기주의를 드러낸다.” 집단적 의사 결정을 강경한 세력이 주도하는 것 또한 집단의 문제점이다. 니부어의 다음과 같은 충고는 집단 속의 인간이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빛의 자식들은 이기심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하지는 않더라도 그것이 인간 사회에서 갖는 영향력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들은 공동체를 위해서 개인적 이기심이나 집단적 이기심 모두를 기만, 통제, 이용, 억제할 줄 아는 지혜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4. 인간의 의사결정 능력에 대한 확신도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수많은 연구 결과는 인간의 의사선택과 결정이 지극히 편향된 관점이나 충동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는 ‘아는 것’과 ‘하는 것’에 대한 격차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지행격차’ 경향을 가지고 있으며, 때론 지나치게 ‘행동’을 중시하는 ‘행동편향’을 보이기도 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행위를 결정짓는 체계는 크게 ‘반사체계’와 ‘숙고체계’로 구분되는 데 긴박하고 위기 상황에서 작동하는 것은 대부분 ‘반사체계’라고 한다. 진화 과정에서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지만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인 ‘클루지’라는 것을 학습할 수 있다. 일시적인 효과를 보았지만 이러한 임시적인 사고형태에 지속적으로 지배당하는 ‘인지적 클루지’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흥분한 순간에 너무 자주 반사체계에 우선권을 넘겨주는 어설픈 자기 통제장치, 언제나 또는 거의 언제나 자기가 옳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어리석은 확증편향, 근거가 있든 없든 자신의 신념을 옹호하게 만드는 확증편향의 사악한 쌍둥이라 할 동기에 의한 추론, 어떤 사람에게 화가 날 때면 그에 대한 불쾌한 과거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맥락의존적인 기억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것들이 합쳐져 차가운 이성을 압도하는 ‘뜨거운 체계’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종종 분열과 전쟁으로 나타난다.”
5. 정치의 영역에서 ‘익숙함’의 방식은 ‘정체성 정치’로 종종 표현되고 있는 데 이것은 인종, 성, 민족, 이념 등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강한 선호 때문에 “모든 타자들의 배제를 통해 공동전선을 취하는 특정 공동체에 대한 절대적이고 완전한 헌신 및 그것과의 동일시”를 추구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토드 기틀러는 『공동 꿈의 황혼 : 왜 미국은 문화전쟁으로 파멸되고 있는가?(1995)』라는 책에서 정체성 정치의 위험을 경고한다. “정체성 정치는 문화와 자긍심 목표에 너무 초점을 맞춘 나머지 우리를 경제적 정의의 문제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건 정체성 정치가 분열적이라는 것이다. 정체성 정치의 주도자들은 타협이나 협상엔 관심이 없고 ‘전부 아니면 전무’를 원한다.”
6. 정치의 분열과 심각한 이념적 상황적 대립은 극한적 대결로 치닫고 있다. 이런 대립의 배후에는 자신들의 신념들에 대한 강한 확신과 믿음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믿음은 그 자체로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선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조너선 하이트의 ‘도덕기반 이론’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화이트는 우파와 좌파의 사회정치적 견해를 결정하는 도덕성 기반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좌파는 ‘배려-공정’이라는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면, 우파는 ‘충성-권위-신성’을 더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치 또는 도덕들은 삶에 있어 모두가 중요한 기반들이라는 점에서 상호이해에 대한 필요성이 전제되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가 실종하고 서로를 ‘악마화’하는 태도로는 결코 각자가 원하는 ‘좋은 사회’에 도달할 수 없다. 정치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다음과 같은 말은 새겨볼만한다. “진보주의자들이 정치에서 도덕과 신화와 감정적인 측면을 무시하는 한, 정책과 관심을 가진 그룹과 사안별 논쟁에 집착하는 한, 그들이 이 나라를 뒤덮은 정치적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게 될 희망은 전무하다.”
7. 강준만의 ‘세상을 꿰뚫는 이론’에서 소개하는 이론들은 우리의 시야를 넓혀준다. 인간은 때론 몇 개의 협소한 지식을 통해 세상을 설명하려 시도한다. 무능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더닝-크루거 효과’에서 설명하듯이, 자기 객관화가 부족한 사람들일수록 목소리는 크고 강경하다. 이런 편협하고 확증편향적인 사람들이 넘쳐날수록 세상은 어리석은 ‘신념꾼’들의 투쟁의 장이 될 뿐이다. 세상에 대한 점진적인 변화 대신 자신들의 의도와 신념으로만 만들어진 세계를 꿈꾸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강준만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개념을 소개한다. 때론 그런 다양성이 실천의 약화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정말로 중요한 실천을 위해서는 나와는 다른 관점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타자를 인정하지 않은 모든 변화는 ‘자폐적 방백’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다른 사람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나와는 다른 생각을 이해할 필요가 있고 그것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강준만의 작업은 매우 적절한 학문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최소한 어떤 이슈나 주제에 관한 다양한 견해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첫댓글 ♧ 습관은 행동!
삶을 나타낸다.
♤ 세상을 꿰뚫는 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