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年輪)이 쌓인다’는 말이 있다. 연륜(年輪)을 우리말로 풀어쓰면 ‘해의 바퀴’ 또는 ‘해의 수레’ 정도가 된다. 이는 삶에 대한 동양의 오랜 관점에서 비롯된다. 예전 중국 주나라의 수레바퀴는 30개의 바퀴살로 구성되어 있었다. 30개의 바퀴살은 한 달을 30일 기준으로 판단한 월륜(月輪)의 시간을 의미한다. 여기서 수레바퀴는 시간의 바퀴를 뜻한다. 월륜이 모여 연륜이 된다.
연륜 또는 월륜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수레에서 중요하게 자리매김하는 것은 바퀴이다. 바퀴를 이루는 것 중 폭(輻, spokes), 곡(轂, hub), 축(軸, axis)이 있다. 폭은 수레의 바퀴살을 뜻한다. 축은 바퀴와 바퀴를 연결하는 굴대를 가리킨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곡은 바퀴살통이다. 30개의 바퀴살, 폭이 박히는 자리이며, 1개의 굴대, 축이 끼워지는 곳이다. 바퀴살통에 바퀴살이 박히고 굴대가 끼워져야 바퀴가 되고, 바퀴가 굴러감에 의해 수레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30개의 바퀴살과 1개의 굴대가 한 개의 바퀴살통에 끼워지려면, 바퀴살통의 속이 비어있어야 한다. 비어있기 때문에 바퀴살과 굴대를 받아들일 수 있고, 바퀴살과 굴대가 제노릇을 하게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바퀴가 굴러가도록 할 수 있다. 바퀴살통의 속이 비어있지 않으면 바퀴살과 굴대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고, 이는 수레바퀴 자체가 존재할 수 없게 하며 수레가 갈 수 없게 한다.
한동안 허브(hub)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그런데 유행하던 허브의 노릇이 가진 느낌이 본디와 ‘살짝’ 달랐다. 스스로 비워진 상태가 되어 흩어진 것을 모이게 하는 것이 허브인데, 유행하던 허브는 흩어져 있던 것들보다 두르러지고 우월하게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느낌을 주곤 했다. 중심부로 우뚝 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허브와 흩어져 있는 것들 사이에 경쟁과 배제, 종속과 지배가 표현을 달리하고 자리한 부분도 있었다.
살펴본 바와 같이 허브는 ‘갖춤’이 아니라 ‘비움’에서 그 쓸모를 찾을 수 있다. 다른 것을 뜻대로 조율하고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 와서 맘껏 어울리고 더불어 하여 모두를 위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도록 비어있는 곳을 내주는 것이 허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조직 사이, 조직과 조직 사이에서 서로를 이어주고 모이도록 하는 허브 노릇을 하는 사람과 조직이 있다. 이런 노릇을 하는 사람과 조직은 다른 사람과 조직을 압도하고 이끌 만큼 많은 것을 갖추고 강해지는 것을 굳이 좇을 필요가 없다. 흩어지고 따로 있는 사람과 조직이 모여서 맘껏 어울리고, 여기서 만들어진 것을 더불어 두루 누리도록 비어있는 판을 제공하는 것으로 족하다.
평생교육의 연계 활동에서 “그릇은 그 그릇의 비어있음에 쓰임이 있고 방은 그 방의 비어있음에 쓰임이 있다. 그릇과 방은 있다. 그러나 있는 것의 이로움은 그 없음의 쓰임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나 또는 우리 조직이 인원이 많고, 규모가 크며, 예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허브 역할을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과 조직을 누르거나 군림하려고 하면 안 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