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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불빛이 꺼진 후에도 여명은 아직 한참 멀었나 보다.
떠이 호숫가에는 벌써 아침을 열어 제친 사람들로 북적인지 한참 오래 전인 것 같다.
호숫가 난간 지주대에 아슬아슬하게 올라서서 대어의 꿈을 안고 잉어를 낚는 강태공들,
빈 공간 사이로 무리지어 아침 운동을 함께 하는 동호인들, 어름푸시 보이는 그 주위를 바람을 안고 나는 달린다.
어제 8시간 정도 자전거 페달을 밟은 피로가 온 몸 구석구석에 흔적이 남아 뛸 때 마다 근육이 요동친다.
호수 건너 세라톤호텔의 불빛이 수면 위로 길게 바람과 함께 금가루 마냥 흣 뿌리면서 출렁인다.
출렁이는 여명 사이로 한 번 더 주먹을 쥐고 내 달린다.
베트남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되었다는 진국사(541년) 앞을 지날 때는 껍질을 비집고 나온 햇병아리 마냥
이제 날은 완전히 밝았다.
평소에도 커 보이던 태양이 오늘따라 왜 이리 더 붉고 커 보이는가!!
오늘이 춘천 마라톤 날이다.
이런 저런 바쁘다는 핑계로 근 2년여 마라톤 행사에 참가하지 못했었다.
아침 조깅을 시작하면서 일년에 한 두 어 번은 꼭 선수처럼 뛰어 보겠다고 마음속으로 약속 하고는.
하노이 정도 천년 기념 행사로 하노이 전체 행정이 한 동안 마비되다 싶이 하더니 나에게도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왔다.
행사 끝나고 서둘러 비자 신청을 했지만 이미 밀린 업무들이 산더미라 기다려야 한단다.
기다리다 못해 여권을 다시 찾아 벌금이라도 내고 출국을 시도해 보았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았다.
정식으로 벌금을 내고 그 영수증으로 출국하란다.
이번에야 말로 그 험난한 코스에 또 한번 도전해 보자고 굳게 결심했었는데 결국 기일을 놓치고 말았다.
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혼자서라도 조촐히 기일을 치루고자 이틀을 계획했다.
D-1일 날은 자전거 100킬로 이상 타고 D day는 호 떠이 한 바뀌 뛰고 돌아오는 길에
떠이 호수에서 수영을 하면 그야말로 간이 철인 3종 경기 아닌가?
마음먹고 내 짝쿵을 꼬득였다.
D-1일 날,
짝꿍과 함께 탕롱 대로를 질주하여 호알 락을 거쳐 수언마이 쪽을 돌아 하동 그리고
호아빙에서 흘러내리는 샛강 뚝방 길로 해서 탕롱 대로로 다시 나오는 만만찮은 코스를 택했다.
어림잡아 100킬로쯤 될라나?
탕롱 대로!! 정도 천년 행사에 맞추어 새로 명명한 길 이름이다.
새벽 길은 언제나 그러하듯 바람결이 좋다. 차도 그리 많지 않고 오토바이도 많지 않다.
먼지야 하노이에 살면서 함께 하는 땀띠라 생각하고 산지 오래다.
귓전을 스치는 바람결이 곱다.
이마에 흐르는 구슬 땀이 시원하다.
아스라하게 와 닿는 종아리의 피로가 몰려오는 피곤의 잠을 깨운다.
누가 이 라이더를 비실이라 칭했던가?
탕롱 대로 끝에 있는 퍼 집을 찾아 아침을 먹었다.
챙겨온 사과 몇 쪽을 나누어 먹고 다시 수언마이 쪽으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도로 확장 공사가 한창이라 흙 먼지가 많다.
여기 사람들은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아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눈만 마주치면 헬로를 외친다.
이동하는 군인들까지도, 그 응원이 나를 행복하게 힘을 부축 인다.
비실이는 혈기 넘치는 군인 청년들의 기를 받아 이 때부터 가 속도가 붙었다
수언마이 사거리에서 그냥 하동으로 돌아 오기는 시간이 남을 것 같아
짝꿍에게 넌지시 지금 몸 상태가 어떤지 점검해 본다.
경관 맛 좀 보고 갈까 아님 빨랑 집으로?
이미 마낀 몸 인디 맘대로 하시어라.
짝꿍은 자전거 시작한지 3개월째인데 저 깡이 부럽다.
시가지를 벗어나자 올망졸망 이리저리 비쭉 쏟은 산 봉오리들로 보는 눈이 즐겁다.
저 봉오리들을 하나하나 개척하여 회원들과 함께 등정할 날들을 미리 상상해 본다.
이 길로 쭉 더 내려가면 민빙!! 육지의 하롱이라 했던가?
여기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베트남에서 제일로 웅장한 츄아 바딩이 5년째 지어지고 있다.
자전거 라이딩 코스로는 이 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길은 오르락 내리락 산악 라이딩 코스를 합성해 놓은 것 같은데,
이제 가을이 깊었나 보다. 해 맑은 햇살만큼이나 바람결이 시원하다.
오늘 번개 산행은 이 부근 준봉 어디쯤 하나였으리라 짐작하니 왠지 회원님들께 미안함이 앞선다.
어제부터 이 행사(?)를 그만두고 몇 번이나 번개 산행 팀에 붙을까를 망설이다
고민 끝에 결정했음을 고백합니다.
이 여죄로 이 근처 그 어느 준봉 하나쯤 개척하여 산악회에 바쳐 일조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비실이 한적한 뚝방 길을 겁도 없이 씽씽 달린다 이때가 라이딩 6시간째
하동을 15킬로쯤 남겨놓은 쩡미라는 곳이다.
인심 좋아 보이는 컴 빙전 식당에서 점심을 청했다.
시원한 맥주 한잔은 그야말로 꿀 맛이 따로 없다.
둘이 먹기에는 좀 많이 시켰나 했는데 금새 바닥이다.
아침에 퍼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줄곧 이곳까지 달려 왔으니 그럴 수 밖에.
돌아오는 뚝방 길은 환상 그 자체다.
영화 글라디에이터(검투사)의 마지막 장면 막시무스 장군이 폐륜아 코모두스 황제와의 마지막 검투를 끝내고 눈을 감는 순간 고향에 남기고 온 처 자식을 찾아 영혼의 여행을 떠난다.
바람 결을 스치며 더 넓은 평원을 지나 갈대가 나부끼는 초원을 지나 아내와 아들이 기다리는 평온의 땅으로 돌아가는 길,
눈물이 날 것 같은 그 아늑함, 뚝방 길 15킬로는 바로 그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이 길의 이름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명한다.
진국사를 지나 도로 끝 부분 레익 비우호텔 사이로 호수 둘레길이 완전히 개통되었다.
호 떠이 둘레길 조성으로 하노이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축복일 것이다.
이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무엇이 혜택인지 모르겠지만, 좁은 골목길에 들어 서니 종아리가 아려온다.
허기가 느껴진다.
들고 온 물로 목을 조금 축인다.
싸하니 물이 목 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아릿함이 느껴진다.
감겨지려는 눈을 더 크게 떠보려고 눈을 부라린다.
달린지 두어 시간 가까이 되려나? 인티 코티넬탈 호텔 앞을 지난다.
길이 몇 갈래로 나누어져 있어 길 찾기가 쉽지 않다. 매 번 이 모양이다.
이 길은 인티 콘티넬탈 주차장으로 가로지르는 코스가 정답이다.
주차장을 벗어나니 여명을 뚫고 돌아 나온 호수 건너편 길이 아득히 보인다.
조금만 더 가면 환상의 연꽃 밭이 나오리라. 어금니를 조금 더 악 물고 자그마한 오르막길을 치고 달린다.
이쯤이면 춘천 땜을 기점으로 반환점을 돌아 3킬로 정도를 치고 오르는 마의 굴 다리길 수준쯤은 아니지만
그 길이라는 상념에 젖어 본다.
모든 달림이 들이 옆쪽으로 숨 구멍이 뻥뻥 뚫린 굴속에서 모두 함께 함성을 길게 지른다.
하늘이 무느질 것 같은 와~~~~하는 기합과 같은 함성이 공간을 넘어 허느적 거리는 나를 다시 한번 일어 켜 세운다.
지금은 볼품없이 한낮 거추장스런 말라빠진 가랑 잎에 불과하지만 어디 연이 그러하던가.
긴 인고의 겨울 잠에서 깨어나면 넓디 넓은 넉넉한 잎하며 입이 딱 벌어질 만큼 크고 아름다운 자태를 지닌 꽃,
어디 하나 버릴 것 없는 웰빙 그 차체 아니던가!!
그 길이 장장 1킬로가 넘는다. 봄이 오면 장관이리라.
이제 그만 뛰고 쉬고 싶다.
걷고 싶다.
그만 뛰어도 누가 뭐라고 할 이 없는데 왜 이리 바보처럼 자꾸만 뛰나?
대회를 가도 반겨줄 이 없고 나가지 않는다고 별 탈없는데 무엇이 나를 이것이 이렇게 열광케 할까?
아직도 그 답은 진행 중이다.
대회를 나갈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백발의 노익장을 과시하는 분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의외로 많다.
그리고 그 많은 여성 달림이 들을 보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그리고 젊은 건각들을 대하면 왠지 행복이 더 찐해 진다.
내가 봐둔 더 넓은 자연의 수영장이 이제 코앞이다.
한번 더 어금니를 악문다.
마지막 스퍼트로 호수로 들어가는 난간에 도착하니 기진 맥진이다.
머리에 두른 머리띠로 대충 얼굴에 흐른 땀을 닥 는다.
난간에 걸터앉아 들고 온 물 한 모금과 초코렛 한 조각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는데
-여기서 수영 할라꼬?
하지 마소. 이 더러운 물에서?
난 수영 못한다.”
꽹해 보이는 내 눈을 내려다 보면서 걱정스런 얼굴로 자꾸 못하게 말린다.
-힘드는데 그럴까?
아니 몸에 땀이라도 씻어야제?
-그라고 여기 한번 들어가 보는 게 소원 이였다
조금만 들어가 볼께.
-그라모 조금만 들어 가소.
송 사장의 그 큰 눈이 나를 직시한다.
물은 미지근하다. 물에 잠긴 난간 끝은 많이 미 끌 그린다.
물밑은 물 먼지가 퇴적되어 딱딱하게 굳어진 그 위로 물 찌꺼기 잔해가 가득하다.
그런대로 물은 맑은 것 같다.
더 이상 더러워지면 않 될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수영을 시작했다.
양쪽 어깨 위로 어제 탄 자전거의 피로가 몰려온다.
허우적 그리는 종아리로 아릿하게 피로가 와 닫는다.
멀리서 송 사장이 자꾸 돌아오라고 손짓한다.
이제 걱정 그만 끼쳐야지. 물가로 나와 난간에 손을 잡는데 미끈하고 넘어질 것 같다
겨우 난간을 부여잡고 위로 올라오니 송 사장이 타월을 내민다.
이래서 동지가 좋다.
호수 끝까지는 여기서도 3킬로는 족히 더 남았다.
몸에 물 끼를 닦고 옷을 입었다.
뛸 채비를 하니 송 사장이 걱정스런 얼굴로
-또 뛰실라고 예?
-집까지는 가야제?
대답 없는 송 사장을 뒤로하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한참을 뛰다 뒤를 돌아 보니 송 사장이 자전거로 천천히 내 뒤를 따른다.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하니 고개를 좌우로 살포시 젖는다.
이번 행사(?)는 분명 내 단짝과 늘 일 주일이면 두 세 번씩 자전거를 함께 타는 송사장이 있었기에
힘을 내는데 가능 하였으리라.
조정 경기장을 끝으로 호수 둘레길 한 바퀴는 끝이 난다.
새벽이면 조정 경기장은 식스 팩의 건장한 청 소년들과 미끈하고 건강하게 쭉 빠진 팔등신 미녀 들로 항상 북적인다.
즐거운 눈요기를 뒤로하고 내 달리려고 하는데 송 사장이 옆에 딸아 붙는다.
-이제 그만 뛰고 차나 한잔하고 택시 타고 가소 마. 그러다 병 난다.”
-집까지 간다고 택시비도 가지고 오지 않았는디?
-아따 내 택시비 줄께 그라소 마.
농담 잘하는 내 친구 농담이 생각난다.
어느 노 총각이 선을 보게 되었다.
-상대여자가 왜 이름이
-저랑 결혼하면 첫날 밤에 알려 주겠오.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신혼 여행을 갔다.
초례를 치루기 위해 신부는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신랑을 기다렸다. 이윽고 샤워를 마친 신랑이 신부 몸 위로 올라왔다.
신부는 엄청나게 큰 신랑의 물건을 보고 깜짝 놀라
-아니 그걸….. 다 ….. 집어 넣으실 건가요?
- 아 !! 그럼 이걸…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만 뛰자.
이 끝마침이 마지막이 아니라 우리들의 생활은 또 다른 내일로 연이어질 테니까
한꺼번에 다 넣을 것이 아니라 남기는 미덕도 가져야지.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데..
이 글이 산행 이야기와는 맞지 않아 글 올리기를 몇 번이고 망설였습니다.
내 짝꿍 또한 소문내지 말라고 야단이고..
우리들이 함께하는 생활 이야기라 생각하고 올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적지 않은 이 나이에 주책일 것 같아…
부디 회원님들의 이해를 간곡히 바랍니다.
이 글은 이재국회원님께서 쓰신 글과 사진입니다.
이재국 회원님을 대신해 제가 올리게 되었습니다.
좋은 글을 써 주신 이재국회원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첫댓글 소원하고 준비하셨던 춘천마라톤에 이곳의 행정지연으로 참석할 수 없었고 오늘서야 한국에 가실 수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지만 하노이에서의 시간도 참 멋지셨네요/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무슨 말씀이세요. 이런 글이야 말로 건강이 제일이라고 입으로만 외쳐대며 운동하는데는 게으름만 피우는 우리네들에게 정말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며 생활습관을 고치도록 권면하고 경종을 울려 주는 좋은 글이지요. 앞으로는 직접 올려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을 옮겨 놓으면서 이재국님의 도전정신에 앞에 감동을 그 열정 앞에 희망을 갖게 됩니다.
한국에 잘 다녀오시길 기원합니다.
좋은글과 활기찬 사진 잘 보습니다. 남기남
좋은글 감사드리며 다음에 기회되면 라이딩 한번 같이 하시죠.
글을 읽다 보니 자전거 못 타고 달리지도 못 하는 저는 서호 주변을 걷기라도 하고 싶어 집니다.희망사항으로 끝이 겠지만요.
글, 사진 잘 보았습니다.즐거운 한국여행길 되시길 바랍니다.
지난 주에 교회에 나오셨길래 한국다녀오신줄 알았더니만 그런 사연이 또 계셨군요. 글 쓰시느라 애쓰셨습니다.
항상 화이팅하십시오.
정말 철인 이재국님이시군요.평상시에 이런 단련을 하시니 산에서 날라다니시네요. 글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도 많이많이 올려주세요.
감사히 잘읽었습니다....3년전의 다짐을 아직도 못지키고 있는 제가 미안 쪼금 ~그렇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