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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매가 있다. 이들은 학부모로, 직장인으로, 워킹맘으로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어떤 삶이 가장 올바른 삶이냐고? 인생을 살아갈 때에 잘못된 방향이란 없다. 다만 어떠한 방향이든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진짜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것에 대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는 지난 2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여기(女氣)모여라'의 주인공, 제일모직 리조트디자인그룹 박재인 상무가 강연을 시작하며 한 말이다. 박재인 상무는 제일모직 리조트디자인그룹 첫 여성 임원으로, 에버랜드의 '로스트 밸리'를 비롯해 '스카이크루즈', '키즈커버리', '호러메이즈' 등을 지휘한 실내 디자인 전문가다. 이날 박 상무는 인생을 행복하게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과 장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여성 후배들을 위한 입사 TIP을 강연에 담았다.
익히 알려졌듯, '여기(女氣)모여라'는 삼성의 여성 임직원이 직장 생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여성 인력의 꿈과 열정을 응원하는 행사다. 참여 신청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받는데, 매번 신청자 수가 7백 명을 넘을 만큼 소셜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에도 높은 경쟁률을 뚫은 1백여 명의 여성이 함께 자리했다.
에버랜드의 '로스트밸리'의 설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박재인 상무가 강연자로 나선다는 소문을 듣고 모인 소셜팬들! 그들은 유난히 디자인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는데, '여기(女氣)모여라' 행사에 처음 참여한다는 이채린(20, 계원예대) 양도 그중 하나였다. 이 양은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에버랜드의 로스트밸리를 디자인하신 박재인 상무님이 강연하신다는 소식에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했다"며 강연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우선이다
박재인 상무는 학창 시절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그녀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번번이 더 잘하는 사람들 앞에서 좌절됐다. 중학교 때,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탄 박 상무는 이후 스스로 글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 본인보다 더 잘하는 친구를 만나면서 그 생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방송에 자신감이 붙어 방송학과에 진학했다가도, 다른 사람에 비해 말재주가 없음을 느껴 크게 실망하기도 했다. 박 상무는 '잘한다는 것'은 상대적이라고 말한다. 반면, '좋아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박 상무는 "내가 절대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좋아하는 것'을 결정짓는 기준은 '며칠 밤을 새우며 고민해도 지겹지 않은가' 하는 것에 있다. 박 상무에게는 디자인이 꼭 그랬다. 일주일 동안 한 시간씩 자며 프로젝트에 매달려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을 찾으세요. 그것이 자신의 경쟁력을 가장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세상의 잣대를 넘어서는 목표를 세워라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면 그것을 성취하고자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목표는 세상의 잣대와 달라야 한다. 박 상무는 "누가 봐도 좋은 학교에 다니고, 남들이 보면 부러워할 회사에 다니는 것은 목표라고 할 수 없다"며 "허무맹랑하더라도 나만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따라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박 상무는 구체적인 시기와 도달점이 보이는 세분화된 목표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상무 역시 단발적인 목표들을 성취하며 이 자리까지 왔다. 대학을 졸업한 후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에 진학했고, 대학원을 졸업한 후엔 실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을 느껴 시애틀, 플로리다, 뉴욕 등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실무를 익혔다. 한국에 와서는 맡은 일에 따라 브랜드 디자인, 축제 기획 등 새로운 분야를 섭렵했다. 현재 박 상무의 목표는 캐릭터를 정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 시점이 지나면 어떤 사람이 되어 있겠다'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박 상무는 조언한다.
유명 인사에게서 배우는 성공 전략
박재인 상무는 하버드 대학교의 에이미 커디 교수, 페이스북의 COO 셰릴 샌드버그,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선수 등 유명인사들의 말을 인용하며 강연을 이어나갔다.
먼저 박 상무는 '당신의 자세가 당신의 마음가짐을 결정한다'는 에이미 커디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주눅 들거나 웅크리지 말고, 늘 당당하게 'High-Power Pose(강력한 포즈)'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지금 당장은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도 그런 '척(fake)' 하면 어느 순간 정말로 그런 사람이 되어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계속해서 박 상무는 셰릴 샌드버그의 말을 빌려 "남자도 결혼한다. 그런 이유에서 일을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예쁘고 착한 여사원이 되기보다 맡은 일을 척척 해내는 여사원이 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99도까지 열심히 온도를 올려놓아도 마지막 1도를 넘지 못하면 물은 끓지 않는다'는 명언으로 유명하다. 박 상무는 이를 바탕으로 "다 됐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두 시간 더 하고, 두 번을 다시 하면 결과물의 퀄리티는 놀라울 만큼 달라진다"며 "이 정도면 됐다 싶은 순간에 한 번 더 짚어보는 습관을 가지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재인 상무는 장석주 시인의 시 '대추 한 알'을 들려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심지어 대추 한 알도 태풍과 천둥의 아픔을 딛고 맺어지듯이 누구에게나 고민은 있습니다. 이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마음으로 용감하게 헤쳐나가세요."
| (왼쪽부터)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조세형 차장과 제일모직 리조트디자인그룹의 박재인 상무, 김지희 선임, 하은미 주임
삼성의 디자이너들이 들려주는 입사 TIP!
박재인 상무의 강연이 끝난 후, 올해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 '여기it수다'가 진행됐다. 이날 '여기it수다'에는 박 상무와 같은 리조트 디자인그룹 소속의 김지희 선임, 하은미 주임이 함께 해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하는 소셜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했다.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에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1. 정형화된 것이 아닌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라!
박재인 상무는 피카소의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명언을 들며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정형화된 포트폴리오가 아닌 나만의 것으로 승화시킨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박 상무는 하은미 주임이 면접 당시 가져온 일기장 속 일러스트를 언급하기도 했다. "인상적이라 뽑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렇게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2.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라!
박 상무는 "실기시험에서는 어떠한 분야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며 작품을 완성하는 것에 열중하기보다는 최대한 디자이너의 감각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귀띔했다. 또, "면접에서는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 수집한 자료가 곧 디자인의 원천이다!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서 생기느냐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김지희 선임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김 선임은 인터넷 리서치, 전시 관람, 여행 등 다양한 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자료를 수집한다. 지금 당장은 필요 없는 것처럼 느껴져도 훗날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는 디자인의 원천으로 작용한다고.
4. 여성이 가지는 섬세함을 활용해라!
여성 디자이너가 가지는 경쟁력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세 디자이너 모두 '섬세함'을 꼽았다. 김지희 선임은 "섬세하고 디테일한 부분은 특히 가족을 주 타깃으로 하는 테마파크를 디자인할 때에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개성이 뚜렷한 디자이너들과 팀워크를 쌓는 것이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도 있었다. 보통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모이면 마찰이 생길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렇지 않단다. 하은미 주임은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박재인 상무 역시 "개성 있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한다는 자부심이 팀워크를 더욱 살린다"고 밝혔다.
5. 나만의 강점을 만들어라!
사회생활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박재인 상무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천막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의 일이다. 천막에 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시급히 조치를 취해야 했던 상황이다. 그때 결로(結露) 전문가를 만났다. 덕분에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다."
결국 전문가가 되면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발탁돼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것이 나만의 강점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 이유다. 박 상무의 말처럼 남들이 뛰어넘을 수 없는 경쟁력을 키우자. 그것을 증명해 보일 기회는 반드시 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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