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서
보통은 끝자리 4자만 입력하라고 한다. 회의가 있어 들른 신라스테이 호텔은 주차확인을 위해 차량넘버 전체를 입력하라고 했다. 그걸 다 외우고 다니는 사람이 있나? 참석자 대부분 차량 전체번호를 외우지 못해,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이나 메모를 확인한 뒤 썼다. 그런데 처음에 한번은 그냥 생각이 나서 잘 썼다.
어제는 두 번째였고, 처음에 제대로 썼기 때문에 틀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심코 숫자를 봤는데 전에 타던 차량의 번호였다. 나는 부랴부랴 번호를 지우고 새로 썼다. 그전 차량의 앞자리는 33버였고, 지금의 차는 33너이다.
나는 여러 곳에 들러야 했기 때문에 일행 중 가장 먼저 나왔는데 주차요금 정산기계가 작동되지 않았다. 직원호출을 해 놓고 기다리는 사이 뒤를 돌아보니 내 차 뒤로 몇 대의 차가 붙어 있었고 주차장 출구는 가파른 오르막이었다.
위험해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위험하다는 판단을 서둘러 했기때문에 일이 꼬인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여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자 그냥 내 카드로 정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하더라도 내릴 필요까지는 없었다. 어쨌든 허둥대느라 시간을 꽤-실제로는 몇 분이었을지 모른다.-보냈다. 그 사이 주차막대기가 올라갔고 나는 그곳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신라스테이에서 다음 목적지인 경제진흥원까지 가는 길은 가까울 줄 알았는데, 울산역방향에서 갔더니 출입구가 반대차선에 있어 한 바퀴를 돌아야 했다. 가는 동안 하루종일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친정 부모님 생각이 나서 친정에 먼저 가야 하나, 경제진흥원에 먼저 들러야 할까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마을공동체 직원 퇴근시간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경제진흥원으로 먼저 갔다. 마을공동체지원단체 사무실로 가서 담당자를 찾았다. 서류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몇 가지 확인을 했고, 혹시 보완할 게 더 있으면 메일로 보내도 되겠느냐 확인을 한 뒤 서둘러 나왔다.
친정은 복산동이다. 얼마 전 김장거리를 가져왔는데 아버지께 용돈을 드리지 못하고 왔었다. 용돈 외상하고 온 셈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아파트입구에서 돈을 찾을 생각이었다. 당연히 옆 좌석에 있어야 할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경제진흥원에 손가방을 두고 와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시간에 쫓겨 한 번에 몇 가지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한두 번 있는 것도 아닌데, 더구나 가방을 흘리고 다니는 일은 좀체 없었는데 별일이구나 싶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신라스테이 주차장 건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날은 어두워졌고 점심을 안 먹은 탓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가방을 찾으러 가려고 차를 빼는 중 쿵 소리가 났다. 세상에! 주차해놓은 차를 박았네. 아파트경비를 불러 피해차량 연락처를 확인하고 사진 찍은 뒤, 경제진흥원으로 다시 갔다. 가방을 찾아 차를 타고 시동을 걸었다. 차는 T자 주차코너가 아닌 안전구역에 주차해둔 상태였다.
차 한 쪽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얕은 턱을 못보고 차가 턱에 올라탔는데 차 오른쪽이 박살 난 것 같았다. 내려 보니 타이어가 기역자로 찢어져 있었다. 오늘 뭔가 이상해, 문득 소름이 오싹 돋았다.
‘아, 오늘 살아서 집에 갈 수 있을까.’ 차를 버리고 갈까, 친정에는 오늘 못 가겠다고 해야 할까, 아니 친정에 가서 좀 쉬었다가 갈까, 자동차보험사는 어디였더라......‘
남편하고 통화를 두어 번 하고나서야 겨우 진정을 하고 긴급출동서비스를 불렀는데, 이 기사님 타이어교체가 서툴러 몇 번이나 나사를 놓치고 다시 돌리고를 반복하는 게 아닌가. 정말 불안했다. 가다가 타이어 빠지는 것 아닌가싶어.
‘아 오늘 살아서 집에 갈 수 있을까.’ 나는 마음속으로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묻고 있었다.
그 날 하기로 한 일중 친정에 가는 일을 미루고 집으로.
집 근처 최상식자재마트부근까지 무사히 도착했다는 생각에 안도하면서 최상식자재마트에 들어갔다. 오늘 고생했고 배가 너무 고프니 방어회나 밀치회를 살 생각이었다. 아, 씨바. 끝까지..... 횟집이 휴무였다. ㄴ
첫댓글 우째 이런일이 ~~
너무 힘든 하루였군요.
수고 많았어요.^^
진짜로 그런날도 있나 싶네요ㅠ 큰사고 액땜했다고
쳐요 ㅠ 사람안다친게 다행이라고
고생하셨어요"
맛난걸로 보상해드려야 겠군요 ^^
액땜했다고 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오늘은 통도사 극락암과 자장암 두 군데 들러서 108배 두 번 하고 왔어요. 인디언 퐁카족은 12월을 무소유의 달이라고 한다더군요. 침묵의 달, 다른 세상의 달이라 하기도 하고요. 저는 마음챙기는 달이라고 해야할 것 같아요. 12월은 마음 붙들어 매는 달......
아 정말 하루가 너무힘들었네요 액땜했군요 다행입니다
내년에 더 좋을라고
잠깐 힘들었던것같아요
맛난 회,한번 쏠께요.
희한한 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