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종 순
지난 주말은 상큼한 기분으로 시작됐다가 참담한 기분으로 끝났다. 중국여행에서 한달만에 돌아와 오상회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며 변산반도 소풍 다녀온 일, 단체로 손량 회장 모친상을 조문하고 귀가길에 광역버스에 놓고 내린 전화기를 다음 날 아침에 되찾은 일로 상큼한 기분이었다가, 박대통령의 빛나는 방미성과에 먹칠하다 못해 숫제 욕보인 청와대 대변인의 행적으로 똥 먹은 참담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국민이 중심 잡고 일의 경중을 가리는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나도 이런 참담함에서 오는 격앙된 분통을 가라앉히고 이번 중국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베이징(北京)에 22일 정도 머문 것으로 베이징을 말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임은 잘 안다. 하지만 과거 현업에 있을 때의 여섯 번 출장과 이번 여행은 달랐다. 현업에 있을 때는 오성호텔에 묵고 상대회사에서 마련해준 교통편으로 왔다갔다 하느라 편하긴 했으나 체험한 게 없었다. 휴일에 팔달령 장성, 명 13릉과 고궁을 봤고 슈수이지에 짝통시장 쇼핑도 해봤지만 한 마디로 기념사진 찍고 이리 저리 끌려다닌 정도였다. 여행사가 주선하는 단체 여행의 경우에는 여러 곳을 보겠지만 이와 대동소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내가 몸소 부딪치는 완전 자유여행을 택했다. 교통은 지하철과 버스에다 발품을 주로 하고 먹거리는 중국식, 한식(한국인이 많은 지역에는 한식당이 꽤 있다.) 가리지 않을 참이었다.
숙소는 차오양취(朝阳区) 왕징(望京)에 있는 민박으로 하기로 했다. 민박요금이 1인당 하루 중국돈 200위안에서 300위안 사이라 250 정도로 생각하고 교섭했더니 2인 1실(실업중인 아들과 동행), 아침제공, 세탁서비스 포함하여 300위안으로 정하고 한달간은 6,500위안으로 정했다. (결과적으로는 22일 숙박하게 되어 한달요금인 6,500을 지급하겠다고 했더니 주인 내외가 경우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며 6,500을 30일로 나눠 하루 220x22 으로 계산하여 4,840위안, 나를 감동시켰다.) 혹시 이용할 분을 위해 홈페이지를 밝힌다.
다송민박: www.motelbj.com
왕징의 숙소가 있는 아파트 원경, 오른쪽 c박스의 1602호. 노랑 구조물은 전철 왕징역앞의 길
까페로 바쁜 출근자들의 아침을 해결해준다.
2013년 4월 8일 예정시간보다 40분 늦게 베이징에 도착해 민박주인 박영호씨의 혼다 승용차로 숙소에 도착하여 짐 풀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이 근처 버스정류장을 찾아 교통카드인 쟈오통카(交通卡)를 사는 일이었다. 20위안(약4,000원)에 카드 사고 30을 충전했다. 충전은 지하철역은 다 된다. 바쁜 시간에는 줄서서 표사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짜증을 피하려면 카드가 참 편리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든 15호선의 왕징역. 주변에 한국식당이 밀집해 있다.
15호선까지 명명된 지하철(3, 7, 11, 12, 14는 건설중인지 빠져있음)이 베이징 도심을 중심으로 잘 엮여있어 2위안 내고 환승하면 어디든지 갈 수 있어 값싸다. 중국어와 영어로 열심히 안내방송을 해준다. 왕징시(望京西), 둥즈먼(东直门) 환승역은 꽤 먼거리를 오르락내리락 복잡한 동선으로 되어있고 일방통행을 유도하여 양방이 충돌하지 않게 하느라 철책을 설치했다. 호선별 전구간거리는 서울의 지하철에 비해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13호선의 우다오커우역(五道口站)의 퇴근시간에 늘어선 지하철승객. 대학근처라 젊은이들이 많다.
출퇴근시간(오전8~9시, 오후5~6시)은 미어터지고 나머지 시간에도 항상 만원이다. 환승역에서 이동하는 장면은 데모군중이나 군대행열을 방불케 한다. 한국처럼 에스컬레이터에서 급하게 걷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다 싶더니 웬걸 출퇴근시간에는 젊은이들이 냅다 뛴다. 내리기도 전에 먼저 타려고 밀고 들어가는 모습은 보기에 안타깝다. 경로석은 따로 없지만 "尊老爱幼是中华民族的美德. 淸把座位让給需要帮助的乘客, 谢谢合作. (노인을 존중하고 어린이를 사랑하는 것은 중국의 전통미덕입니다. 좌석을 도움이 필요한 승객에게 양보해 주십시오. 협조에 감사합니다.)"는 전광안내가 계속 나오고 노인이나 아기를 안고 타는 엄마에게 싹싹하게 자리를 내어주는 모습을 여러번 보아 흐뭇했다. 그런가 하면 휴대폰에 머리를 박거나 눈 감고 모른 척하는 풍경은 한국의 수도권 광역버스에서 하도 보아 낯설지 않다. 나를 촌로로 보았는지 자리를 비켜주는 사례가 한번 있었지만 아쉽게도 한 구간 탑승이라 호의를 받지 못했다. 그후로는 한번도 노인대접 받은 기억은 없다.
버스는 카드를 이용하면 할인이 있어 좋다. 버스요금은 거리 병산제로 기본 1위안에 거리에 따라 추가되는데 에어컨디셔너(空调)가 있으면 곱절이다. 그러나 대부분 1위안으로 해결되는 노선이다. 버스도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도착정류장을 전광판으로 표시하고 안내방송도 해주는데 영어가 곁들인 노선도 있다. 2008년 올림픽이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갖춰줬다.
택시는 3킬로미터 기본요금 10위안에 1킬로미터마다 2위안씩 올라가다 15킬로미터를 넘으면 또 달라진다. 차종은 2008년 올림픽 때 정해진 현대자동차의 엘란트라이다. 해뜨는 시각에 톈안먼광창(天安门广场) 오성홍기 상기식을 보러 가느라 탔더니 51위안 미터요금에 2위안 더 내라기에 고속도로 통행요금인가 생각했는데 나중에 민박주인 말이 무슨 부과금이란다.
조금 변두리의 갓길에는 불법영업을 하려는 자가용이 늘어서있는데 가격을 흥정해야한다. 그 거리의 택시요금을 알고 80~90%로 흥정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지 않으면 바가지 쓰게 되니까. 귀국하는 날 부르는 대로 두말 않고 100위안 내고 공항까지 타고 갔는데 그전에 민박주인의 차로 150위안을 계산한 기억때문이었다.
첫댓글 베이징의 제모습을 구경합니다.
강초의 중국여행 흥미진진해 집니다. 앞으로 가게될 실크로드 등 더욱 기대됩니다.
강초의 여행기,제대로 중국 한번 알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