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버섯처럼 보이지만 암 전단계의 피부병인 광선각화증
광선각화증
시골에서 평생 농사일을 하며 5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내신 60대 후반의 안정순 할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햇볕에 장기간 노출된 탓인지 얼굴 여기저기 거뭇거뭇한 검버섯과 노인성 반점이 유난히 많은 편이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할머니의 뺨에 손톱 만한 크기의 붉고 옅은 갈색의 부스럼과 비슷한 딱지가 하나 생겼다. 별다른 자각 증상은 없었으나 세수할 때 까칠까칠하게 만져지기에 신경이 쓰여 딱지를 억지로 손으로 뜯어냈다.
이 후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같은 자리에 처음과 비슷한 반점이 다시 생겨났고, 또 긁어서 뜯어내기를 몇 차례 반복하였으나 이상하게도 병변은 계속 재발하였다. 심지어 처음과 달리 조금만 긁어도 점상 출혈이 생기고 약간의 작열감과 함께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대수롭게 넘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할머니는 결국 아들과 함께 피부과를 찾았다. 병원에서 할머니는 진찰과 피부 조직검사 후 ‘광선각화증’이라는 다소 생소한 병명을 듣게 되었고, 종종 피부암으로 발전되기도 하므로 가급적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는 의사의 권유를 받았다.
광선각화증은 햇빛과 관련된 병변으로 ‘일광각화증’이라고도 한다. 진단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랜 시간 햇볕에 노출되는 부위에 발생하는 각화성 피부 종양이다(사진). 장기간 야외 노출이 많았던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며 고령의 나이, 남성, 일광 화상을 잘입는 피부타입, 면역억제와 같은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발병률이 높다. 주로 얼굴, 두피, 입술, 귀, 목, 팔, 손등과 같은 일광 노출 부위에 발생하며, 일반적으로는 향후 암으로 발전될 수 있는 암 전 단계의 피부 병변으로 간주한다. 유전자 손상이 지속적으로 병변 부위에 누적되는 경우 편평세포암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광선각화증이 반드시 피부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 저절로 없어지기도 하고 일부는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지속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침습적인 편평세포암으로 발전되면 피부 깊숙이 침투하여 전이를 일으켜 사망까지 다다르거나 예후가 썩 좋지 않을 수 있으므로 가급적 조기에 발견, 진단하여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작은 경우 냉동요법, 전기소작술, 이산화탄소 레이저 및 소파술을 통해 제거가 가능하며 병변 부위가 넓고 그 수가 많은 경우에는 광역동 요법을 적용하거나 세포분열을 억제 및 조절하는 특수한 연고를 발라 치료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 통계자료에 따르면 광선각화증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수는 2009년 6547명에서 2013년 1만1522명으로 약 76% 상승하였다. 생활 패턴이 변화하면서 개인의 야외 활동량이 늘어나고 고령화 현상에 따라 노령 인구 비율이 높아지면서 광선각화증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만일 과거에 만성적인 일광노출이 있었고, 나이가 들면서 붉은색 또는 갈색의 반점이 일광 노출부위에 나타나거나 부스럼 같은 딱지가 생긴 후 증상이 잘 낫지 않는다면 대수롭게 넘기지 말고 한번쯤 가까운 피부과를 찾아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광선각화증의 예방을 위해서는 자외선 차단제를 일상적으로 바르고 지나친 자외선 노출을 피하는생활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