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미래다 / 최종호
청년들의 미래가 암울하다. ‘이생망’, ‘N포세대’, ‘흙수저’, ‘헬조선’ 등 새롭게 유행한 단어에서 이들이 처한 현실과 미래의 두려움을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어렵지 않는 때가 없었겠지만 지금의 상황을 우리 사회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취업준비생 10명 가운데 4명이나 되는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지만 합격률은 1.8%에 불과하다.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한 나머지 98.2%는 다시 시험을 준비한다. 가장 활발하고 빛나는 한 시절을 보내야 할 청춘들이 핏기 없는 얼굴로 도서관 구석에서 책과 씨름하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현실이 안타갑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연간 17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취업이 어려우니 경제적인 자립이 어렵고, 결혼 적령기가 되어도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연애는 물론 결혼과 출산은 물론 꿈과 희망마저 없다는 뜻에서 이들은 자조적으로 ‘N포세대’라고 한다. 설령 정규직으로 취업을 했더라도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일이 큰 숙제다.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른바 ‘흙수저’는 꿈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령 서울에서 월 300만원을 버는 사람이 한 푼도 안 쓰고 20년을 저축해야 겨우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 않는가! 이는 다른 도시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름의 적절한 투자처를 찾는다고 한다.
가상화폐라고 하는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주식이나 금, 은 그리고 달러에도 투자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고 버팀목 역할을 하는 데는 ‘동학개미’, 즉 젊은이들의 개인투자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주식에 관심을 갖는지 알 수 있다.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거래가 줄어야 하지만 오히려 활발했던 것도 무리한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는 이른바 ‘영끌매수’(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산다는 의미)를 했기 때문이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수익을 내는 투자에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현상을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위정자들은 이런 상황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와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면 ‘청년층을 위한 미래전략위원회’라도 만들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가시적인 목표에 이르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치의 복잡성과 현실의 어려움을 모르고 하는 얘기인지 모르겠으나 문제해결의 시급성을 깨닫고 합심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있겠는가?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도 필요하다. 법무부 장관 청문회 과정에서 보았듯이 과거에 통용되었던 불공정한 사례들이 지금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고위층 자녀의 대학 입시 특혜, 취업과 관련된 인사 청탁 등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잃게 만든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회가 열리고 법과 원칙이 통하는 정의로운 사회일 때 꿈과 희망을 갖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기업에 취직하려고 해도 원서를 제출할 때부터 학연과 지연에 따라 제한을 받는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2018년 통계를 보면 신혼부부 10쌍 중 4쌍이 자녀를 낳지 않고, 출생아 수도 평균 0.78명으로 초저출산 국가 대열에 들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2800년에는 마지막 남은 한국인이 숨을 거둘 것이라고 통계청 슈퍼컴퓨터가 예측한 바 있다. 저출산의 원인으로 소득과 고용의 불안정, 일과 가정의 양립 곤란, 자녀 양육의 어려움 등이 꼽힌다고 한다. 원인이 있으면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건강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도록 국가가 지원책을 마련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최근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에 이어 세계 3대 투자 대가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앞으로 100년 뒤에 소멸되는 국가로 일본을 지목했다. 재정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아베노믹스’를 계승해 그 부담을 현재의 일본 젊은이들이 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만큼은 아시아 성장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일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지출을 줄이고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행하게도 우리나라는 북한이 개방되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조건에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라를 만들어가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을 잘 하고, 의료 체계가 잘 갖추고 있어 의료면에서는 우리가 살기 좋은 국가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최소한 ‘헬조선’이란 말은 쓰지 않게 된 것이다.
청년들은 다음 세대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주축이다. 이들이 국가의 미래이기에 희망을 가지고 생활하도록 국가의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아직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이들을 위해 필요하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한 때 논란이 되었다가 잠잠해진 반값 등록금, 신혼부부를 위한 10년 장기 임대주택, 직장 다니면서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육아 대책, 젊은이들을 위한 양질의 좋은 일자리 창출 등에 사회적인 연대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얼마 전 공무원들의 연월차 수당을 줄여 한명이라도 더 채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런 노력이 사회 전반에 들불처럼 번진다면 희망적이지 않겠는가?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모두가 청년층에 관심을 갖고 발 벗고 나선다면 안 될 것이 없다. 2050년경에 한 사람이 부양해야 할 노인의 수가 4명꼴이 된다고 하는 데 지금의 청년층이 20~30년 후에 부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나라가 어찌 될 것인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것이 꿈이나 공상의 세계를 동경하는 한낱 낭만주의자의 넋두리인가?
첫댓글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긴 글 읽고 댓글까지 달아주어 감사드립니다.
취준생이 우리집에도 1명 있는 상황에서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지원과 정책이 청년층으로 집결되기를 바랍니다
취준생은 우리집에도 있답니다.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나라가 되기를 우리 모두 바란다면 그런 날이 오겠지요.
교장선생님 글 간절한 마음으로 되새기며 읽었어요.
우리집에도 그 1인이 있거든요.
문제는 위정자들이 청년들의 고통을 절박한 심정으로 체감 못하는 것이지요.
그들의 집에는 취준생이 없잖아요.
금수저를 물고 나온 아이들은 절박할 이유가 없습니다.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차별화되는 사회를 바라는지도 모릅니다.
위정자들은 상대 당에 표심이 쏠리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알고 있으면서도 강건너 불 보듯 하고 있는 게지요. 이들은 말로만 국민을 위하는 척하고 국가의 미래를 말합니다.
답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