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공개념 / 김석수
요즈음 엘에이치(LH) 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정국이 시끄럽다. 엘에치는 국민주거 안정 업무를 담당하는 공공 기관이다. 그 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사전에 신도시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산 것이다. 명백한 땅 투기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부동산 정책에 실망하고 있어서 그 분노가 더욱 크다.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에 문제는 땜질 처방이라는 데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토지를 공공의 재산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땅은 애초 있었지 누가 만든 것이 아니다. 토지는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이자 기반이다. 땅이 없으면 집을 짓거나 작물과 가축을 기를 수도 없다.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것이 이곳에서 나온다. 공적 재화로서 성질이 강하다. 따라서 토지 보유로 나온 이득을 적절하게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생각에서 나온 것이 토지 공개념이다.
토지 공개념은 토지 소유의 권리를 공적으로 규제하자는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가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 1879)≫에서 주장했다. 그는 토지의 사유화를 반대했다. 왜냐하면 토지 소유자가 경제 발전 이익을 대부분 가져가서 노동자는 가난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근로 소득세를 없애고 토지에서 나온 이익을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그를 유명하게 한 '지대 조세제'다.
우리나라는 노태우 정부가 토지 공개념 법을 재벌들 반대를 무릅쓰고 도입했다. 1980년대 후반 주택 수요가 많았지만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집을 살 시기여서 경기 호황으로 투기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집값만 오른 게 아니라 전·월세금도 폭등했다. 서민들이 전세비를 마련하지 못해서 민심이 흉흉했다. 정부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대책으로 나온 것이 제1기 신도시와 토지 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부담금법)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법이 헌법과 불일치하다고 위헌 결정했다. 우리나라 토지 문제의 심각한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확정한 개헌안에 토지 공개념 내용이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에서 마련한 헌법 개정안에서도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에 따라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개헌은 오리무중이다.
부동산 정책의 근본 해결책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가능한 한 없애는 것이다. 토지나 건물은 생산 수단이지 그 자체가 생산물을 낳고 상품 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땅이나 건물 임대료는 노동의 결과로서 나온 생산물이나 가치의 일정분이 소유자에게 지급되는 것이다. 땅 주인이나 건물주가 노동자보다 많은 이익을 가져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3년 전 서울 재건축 아파트가 3억에서 5억 하던 것이 현재 10억에서 15억 한다고 한다. 광주도 내가 사는 곳과 동생이 사는 곳의 같은 평수 아파트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어디든지 지역과 위치에 따라서 부동산 가격 차이가 심하다. 이런 현상에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꿈을 포기한다. 우선 내가 살 집이 있어야 결혼하고 아이도 낳을 것 아닌가?
정치권도 심상치 않은 민심을 의식했는지 여기저기서 연일 말잔치를 벌이고 있다. ‘용납할 수 없는 일’,‘부동산 범죄와의 전쟁 선포’,‘엘에이치 해체’ 등. 의혹을 받는 국회의원들도 즉각 매각하거나 혹은 기부하겠다고 한다. 이제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대처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인 토지 공개념을 하루빨리 도입하도록 공론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