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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1family 원문보기 글쓴이: 이영일
5개국(한국·미국·영국·이탈리아·일본) 46개 기관에 450점 출품, 전 세계에 흩어진 고려 문화가 한 자리에 모입니다. 이번에 놓치면 100년 동안 못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8. 12. 4.(화)부터 2019. 3. 3.(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청자과형병(국보 제94호), 아미타삼존도, 나전경함, 은제주자 등 230여 건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협력으로 고려(918~1392) 건국 1100 주년을 기념하여 특별전을 개최합니다.
918년 태조 왕건은 분열된 시대를 극복하고 통일국가 고려를 세웠습니다.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개경이 새로운 수도가 되었습니다. 고려(918~1392)는 다양한 민족과 난립하던 격변의 시기에 여러 나라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개방적이고 독창적인 문화를 이루었습니다.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하며 마련된 이번 특별전은 지금의 우리를 만든 시대에 대한 것입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긴 이야기를 모아 네 가지 테마로 '읽어주는 고려'를 준비했습니다.
* 고려의 건국과 희랑대사
위대한 성인을 우연히 만난다는 스토리는 영웅 일대기에 꼭 등장합니다. 새로운 세계로 출발한 영웅은 예상치 못한 도전을 맞닥뜨리고, 지혜와 연륜이 있는 인물이 나타나 어려움에 처한 주인공을 돕습니다. 태조 왕건과 희망대사의 만남도, 그러한 결정적인 만남이였습니다. 희망대사는 왕건의 정신적인 지주로 후삼국 시대 수새에 몰린 왕건을 도왔으며, 고려 건국 이후에는 왕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국가 수호의 핵심이 되었던 '왕건'과 국가 운영의 '정신적 기반'을 상징하는 두 사람의 조각상은 고려시대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인물 조각입니다. 조성된 후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스승과 제자의 천 백 년 만의 만남이 반드시 이뤄지기를 고대합니다.
▲ 태조 왕건(太祖 王建)은 고려 10-11세기. 북한 국보 평양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陜川 海印寺 乾漆希朗大師坐像, 보물 제999호)은 법보 종찰 해인사 조사였던 고려시대 희랑대사의 진영상(眞影像)으로 경상남도 합천의 해인사에 모셔져 있다. 고려 건국 당시 해인사 승려들은 견훤을 지지하는 남악파(南岳派)와 왕건을 지지하는 북악파(北岳派)로 나뉘어 있었는데 희랑은 북악파의 종주(宗主)였다. 이 상은 화엄종 북악파의 진면목을 적절하게 묘사하여 화엄종의 진리를 무언(無言)의 형상을 통해서 지금까지 끊임없이 설법하고 있는 우리나라 초상의 최고 걸작이다.
▲ 태조 왕건(太祖 王建)은 고려 10-11세기. 북한 국보 평양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 소장 ▲ 왕건왕릉(王建王陵), 북한 국보유적 제179호, 황해북도 개성특급시 해선리
특별전의 최대 기대작이었던 북한 조선중앙역사박물관 소장 ‘왕건상’이 오지 못한 점은 특히 아쉽다. 애초 박물관은 왕건의 스승인 합천 해인사 소장 ‘건칠희랑대사좌상’(보물 제999호)과 나란히 전시해 1100년 만에 스승과 제자의 만남을 연출하려 했다. 그러나 북한 측과의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결국 왕건상의 자리를 비운 채 전시를 개막하게 됐다. 배 관장은 “눈에 두드러지는 대비 효과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며 “왕건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설령 오지 않더라도 남북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청자 투각칠보문뚜껑 향로(靑磁 透刻七寶文蓋 香爐, 국보 제95호), 고려 © 국립중앙박물관. ▲ 청자 참외모양 병(靑磁 瓜形 甁, 국보 제94호), 고려 © 국립중앙박물관.
서긍이 찬탄한 고려의 문물뿐 아니라『고려도경』이후 고려가 이룬 문화적 성취가 이번 특별전에 소개된다. 고려는 통일신라와 발해의 문화를 이어 과거의 전통을 융합했고, 주변국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문화를 이루었다. 세계사적으로 ‘코리아’라는 이름을 알릴 만큼 예성항에는 많은 외국인이 방문했다. 이 시기 동북아시아는 송, 요, 금이 교체되는 격동기를 맞이하였고, 역사상 유례없는 몽골 제국이 등장하였다. 서긍이 보고 감탄한 고려청자가 당시의 신기술에 대한 고려인의 도전을 보여준다면, 정교하고 섬세한 고려불화의 아름다움과 나전칠기의 멋은 도전의 결과로 이룬 예술성의 정점이다.
▲ 나전 칠 모란넝쿨무늬 경전함(螺鈿漆牡丹唐草文經函), 고려 13~14세기. ▲ 나전 대모 국화 넝쿨무늬 합(螺鈿 玳瑁漆菊唐草文三葉型盒), 고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1123년 6월 고려의 수도 개경에는 송나라 황제 휘종이 보낸 사절단[國信使] 일행이 도착했습니다. 사신 서긍(1091~1153)은 고려에서 보낸 한 달을『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이하, 고려도경)이란 제목의 책에 담았니다. 서긍은 보고 들은 문물을 상세히 기록하고 직접 그림을 그려 황제에게 올렸다. 그러나 4년 후 북송은 금에 의해 멸망하고, 고려도경의 그림은 전란 속에 사라져 문장만이 전하게 된다. 이국인의 눈으로 본 고려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우리가 기억하는 고려와는 또 어떤 차이가 있을까.
▲ 기마도강도(騎馬渡江圖), 고려 14세기, 비단에 채색, 익재 이재현. ▲ 엽기도(獵騎圖), 傳 恭愍王(1330-1374), 고려 14세기, 비단에 채색, 중앙박물관.
전시에는 국보 19건과 보물 34건 등 국가지정문화재만 53건이 출품됐고, 해외 기관에서 소장 중인 국보·보물급 유물까지 더해져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왕실 미술품을 선보이는 1부 ‘고려 수도 개경’부터 고려의 불교 문화유산을 모은 ‘1100년의 지혜’, 고려인의 일상에 녹아 있던 차 문화를 소개하는 ‘다점(茶店), 차가 있는 공간’과 예술성의 정점을 이룬 공예 미술을 만날 수 있는 ‘고려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 개성전도(開成全圖), 조선 1872년 종이에 먹과 색,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개경을 그린 고려시대의 지도는 현존하지 않지만, 조선 후기에 제작한 여러 개성 지도에 고려시대 개경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지도에는 개경을 둘러싼 외성外城과 내성內城, 송악산과 그 아래 고려의 황궁터인 만월대滿月臺, 고려 태조의 능인 현릉顯陵 등이 표시되어 있다. 중요 항구였던 벽란도도 예성강禮成江가에 표시되어있다.
1. 고려 수도 개경- 최상의 아름다움, 왕실 미술
첫 번째 이야기는 고려의 수도 개경에서 출발합니다. 밖으로 열려 있던 사회, 고려의 바다와 육로를 통해 다양한 물산이 오고갔고, 예성강 벽란도에는 많은 외국인이 찾아왔습니다. 상업이 중심이 되고 물류가 국력이었던 시기, 왕실의 권위와 최고의 미를 상징하는 다채롭고 화려한 왕실 미술의 개경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현존하는 유일한 고려시대 은제 금도금 주자(注子·주전자)와 승반(承盤·그릇 받침)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 보스턴박물관이 소장 중인 이 주자는 연꽃 위에 날개를 모은 봉황 한 마리를 표현한 뚜껑과 대나무를 구부린 듯한 손잡이로 구성돼 기법과 미적 측면에서 고려 금속공예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에 불과 9점만 전해 내려오는 고려의 나전경함 중 하나인 ‘나전 국화넝쿨무늬 경함’(영국박물관 소장)과 한국 최고(最古)의 목판 ‘대방광불화엄경 수창년간판’(국보 제206-16호) 등 귀중한 유물들을 대거 만날 수 있다.
▲ 은제도금 타출 조문 표형병(銀製鍍金 打出 鳥文 瓢形甁), 고려 12세기, 은에 도금, 높이 11.1cm, 국립중앙박물관. 표주박 모양의 병은 중국 북방지역에서 11세기에 유행한 것으로 고려에서도 제작되었다. 이 작은 표형병은 고려시대 표형병 중 문양과 형태가 가장 아름답다. 봉황, 덩굴줄기, 포도송이같은 꽃 등 다양한 문양을 타출로 새겼다. ▲ 청자 상감당초문 완(靑磁 象嵌唐草文 碗, 국보 제115호) © 국립중앙박물관.
▲ 청자 인물형 주전자(靑磁 人物形 注子, 국보 제167호) © 국립중앙박물관. ▲ 청자 상감모란문 표주박모양 주전자(靑磁 象嵌牡丹文 瓢形 注子, 국보 제116호) © 국립중앙박물관
▲ 청자 양각도철문 방형 향로(靑磁 陽刻饕餮文 方形 香爐), 12세기, 고려 © 국립중앙박물관. ▲ 청자 투각연당초문 붓꽂이(靑磁 透刻蓮唐草文 筆架, 보물 제1932호) © 국립중앙박물관
▲ 청자 상감국화모란유로죽문 매병 및 죽찰(靑磁 象嵌菊花牡丹柳蘆竹文 梅甁 및 竹札, 보물 제1783호)
▲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靑磁 獅子形蓋 香爐, 국보 제60호), 고려. © 국립중앙박물관. ▲ 청자 어룡형 주전자(靑磁 魚龍形 注子, 국보 제61호), 고려. © 국립중앙박물관.
▲ 청자 꽃모양 발, 고려 12세기, © 오사카시립동양미술관.
▲ 은제 금도금 주자와 받침(銀製 金鍍金 注子 承盤), 고려 12세기, © Boston Museum of Fine Arts
▲ 은제도금 장도집(銀製鍍金打出花鳥文裝刀집), 고려 12세기, 길이 20.2cm, © 국립중앙박물관.
▲ 은제도금 화형 탁잔(銀製 鍍金 花形托盞, 보물 제1899호), © 국립중앙박물관. ▲ 은제도금 화형 잔 '복녕궁방고명'(銀製 鍍金 花形盞 '福寧宮房庫銘'), © 국립중앙박물관.
2. 1100년의 지혜- 사찰로 가는 길
고려시대에는 불교와 유교, 도교 등 다양한 사상이 평화적으로 공존했으나, 고려의 문화적 성취는 불교문화를 기본으로정점을 이루웠습니다. 1100년의 지혜가 담긴 신비한 마법과 같은 세계를 느린 걸음으로 걸어보시기 바람니다. 지역에 따라 다원적으로 전개된 고려의 불상, 불상 내부에 납입된 복장물腹臟物과 섬세한 직물은 동북아시아 불교 의례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중요한 퍼즐입니다.
최초로 공개하는 유물들이 눈에 띈다.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이 소장 중인 ‘아미타여래도’는 처음 고국에서 선보인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 전하는 고려불화는 160여 점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독존(獨尊) 형식의 아미타여래도는 10점이 채 안 되는 매우 희귀한 도상으로, 이번 전시에서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 ‘대고려전’에는 총 20점의 고려불화가 출품됐다.
▲ 합천 해인사 고려목판(陜川 海印寺 高麗木板, 국보 제206호). © 합천 해인사
▲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입불사의해탈경계보현행원품(紺紙金泥 大方廣佛華嚴經 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 보물 제752호), © 호림박물관 소장.
▲ 경전을 담는 함(나전 국당초문 경함螺鈿 菊唐草文 經函), 고려 13세기, © 영국 영국박물관.
▲ 목조 아미타불 좌상(木造 阿彌陀佛 坐像), 헤이안 12세기, © 東京国立博物館所蔵 Image:TNM Image Archives. ▲ 철조 비로나자불 좌상(鐵造 毘盧遮那佛 坐像), 고려, © 국립중앙박물관.
▲ 금동 삼존 불감(金銅 三尊 佛龕, 국보제73호) 고려, © 간송미술관
▲ 금동 보살 좌상(金銅 菩薩 坐像), 고려 14세기, © 일본 사가현 중요문화재. 일본 후묘지(日本 普明寺). ▲ 금동 보살 좌상(金銅 菩薩 坐像), 고려 말-조선 초.
▲ 금동 연가7년명 여래입상(金銅 延嘉七年銘 如來立像, 국보 제119호), 고려, © 국립중앙박물관. ▲ 금동대세지보살좌상(金銅大勢至菩薩坐像, 보물 제1047호) © 호림박물관. ▲ 금동대일여래좌상(金銅日如來坐像), 고려 ©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 금동미륵보살좌상(金銅彌勒菩薩坐像), 요 © 영국 영국박물관. ▲ 금동보살좌상(金銅菩薩坐像), 고려 11세기 국립중앙박물관. ▲ 목조관음보살좌상(木造觀音菩薩坐像), 宋 © 영국 영국박물관.
▲ 아미타삼존불좌상(阿彌陀三尊佛座像), 고려 1383년, 은에 금도금, 삼성미술관. 아미타불·관음보살·지장보살로 구성된 삼존불로, 드물게 대좌와 광배를 모두 갖추었다. 삼존상의 주위를 둘렀던 은제 난간과 청동함, 은합이 일괄로 전하고 있다. 관음보살상에서 발견된 복장 발원문에서 1383년 이라는 연대와 500명이 넘는 승려·재가신도들이 삼존상 제작에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시주자 명단에 당시 동북면 도지휘사이자 9년 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李成桂, 1335-1408)도 포함되어 있다. 이성계는 1383년에 2건, 1384년과 1385년에도 연이어 불사를 참여한 기록이 있다.
▲ 금동천수관음보살좌상(金銅千手觀音菩薩坐像), 大理國 11-12세기,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 십일면천수관음보살좌상(十一面千手觀音菩薩坐像), 고려 14세기, 국립중앙박물관.
▲ 아미타삼존도(阿彌陀三尊圖, 국보 제218호), 고려, © 국립중앙박물관.
▲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보물 제1426호), 아모레피시픽미술관. 중국에서 당송(唐宋) 시대 이후 형성된 33변화관음(變化觀音) 중 하나인 수월관음(水月觀音)의 모습을 도상화한 불화. ▲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고려 14세기 © 미국 메트로박물관 소장.
▲ <아미타여래도(阿彌陀如來圖)>, 고려 14세기,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 소장 © Museo delle Civiltà - MAO "G. Tucci", Piazzale G. Marconi 14, 00144 Rome. ▲ <아미타여래도(阿彌陀如來圖)>, 남송 13세기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아미타여래도(阿彌陀如來圖)>, 남송 13세기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아미타삼존불(阿彌陀三尊圖)>, 高麗. ▲ <아미타불·지장보살도(阿彌陀佛·地藏菩薩圖)> 高麗 ▲ <지장보살도(地藏菩薩圖)> 高麗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시왕도(十王圖, 第五 閻羅大王圖)>, 元 14세기, 일본 중요문화재 © 일본 나라국립박물관. ▲ <시왕도(十王圖, 第七 泰山王圖)>, 元 14세기, 일본 중요문화재 © 일본 나라국립박물관. ▲ <시왕도(十王圖, 第十 五道轉輪王圖)>, 元 14세기, 일본 중요문화재 © 일본 나라국립박물관.
▲ 불감(佛龕, 부처와 보살을 모신 작은 집), 고려 14세기,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청동 은입사 포류수금문 정병(靑銅 銀入絲 蒲柳水禽文 淨甁, 국보 제92호), 고려, © 국립중앙박물관.
▲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오대 10세기, © The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오대 또는 북송, © 영국 영국박물관.
▲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靑陽 長谷寺 金銅藥師如來坐像, 보물 제337호), 고려 © 청양 장곡사.
▲ 문경 대승사 금동아미타여래좌상(聞慶 大乘寺 金銅阿彌陀如來坐像, 보물 제1634호), 고려 © 문경 대승사.
3. 다점茶店, 차가 있는 공간-지식인의 문학과 예술
차 향기 가득한 다점茶店은 현대의 카페처럼 고려인의 일상 깊숙이 자리했던 공간입니다. 차는 국가와 왕실, 사찰의 각종 의례와 행사에서 그리고 고려인의 삶 속에 언제나 함께 존재했습니다. 이곳 다점에서 고려의 지식인, 문사층을 마날 수 있습니다. 고려 지식인은 국가 운영의 이념이였던 유교적 교양을 갖췄으며 관료적 질서 속에서 고려 사회를 이끌어 나갔습니다. 이들은 시와 서예, 그림과 같은 문예뿐 아니라 공예품을 향유하고 감상할 수 있는 감식안을 지녔기에, 이 시기 예술 수준은 더욱 높아질 수 있었습니다.
▲ 청자 투각고리문 의자(靑磁 透刻連環文 墩, 보물 제416호), 고려, © 국립중앙박물관. ▲ 청자 동화 모란 넝쿨무늬 완(靑磁 銅畵 牡丹 唐草文 盌), 고려 13세기 © 영국박물관.
4. 고려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 움직이는 활자, 세상을 연결하다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서는 예술성의 정점을 이룬 고려의 공예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기술을 어떻게, 어디에 쓸 것인가의 결정이 위대한 예술을 창조했습니다. 뛰어난 기술을 지녔다면 외국인 장인도 국가가 주도하는 공장에 소속되어 일할 수 있었던 포용적 기반에서 고려의 미술이 꽃피었습니다. 고려 사람들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했습니다. 금속을 녹여 활자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놀라운 창안이자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무수한 시도를 거쳐 이루어낸 찬란한 기술은 세상을 연결하는 힘이였습니다.
2015년 남북 공동 발굴조사로 개성 만월대에서 발견한 금속활자도 전시되지 못했다. 그 대신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인 딱 한 점의 고려 금속활자인 ‘복(윾)’자가 공개된다.
▲「금성관기장」이 쓰인 거울, 金 © 국립중앙박물관.▲「소주蘇州」가 쓰인 거울, 宋 © 국립중앙박물관. ▲ 거란문자가 쓰인 거울, 堯 © 국립중앙박물관. ▲ 청동 보주무늬 거울, 堯 © 국립중앙박물관.
▲ 육마도권(六馬圖券), 오른쪽 반 金 12-13세기, 왼쪽 반 元 14세기, 작자미상,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 청자 거북이 모양 연적(靑磁龜形硯滴), 고려 12세기,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 청자 사자장식 베개(靑磁師子形枕), 고려 12세기,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 푸른 옷의 작은 동자 살결이 옥과 같구나 무릎 꿇은 모습 지극히 공손하고 얼굴과 눈매도 준수하구나 종일토록 나태함 없이 물병 들고 벼룻물을 따르네. 이규보 푸른 자기 연적 綠瓷硯滴子.
⊙ 푸른 자기 베개는 물보다 맑고 손을 데면 옥을 만지듯 매끄럽구나 그 베개 베고 깊이 잠들지 마라 어지럽고 황량한 꿈일 뿐이니 한단邯鄲의 청구靑駒가 어찌 부끄럽겠구나. - 이규보(1168-1241)의 푸른자기 베개綠瓷枕 -
▲ 청자 구름·학·국화무늬 피리(靑磁 雲鶴菊花文 笛), 고려 13세기, ⓒMetropolitan Museum of Art.
▲ 청자기린유개향로, 靑磁麒麟鈕蓋香爐), 고려, 개인소장.
▲ 고려 금속활자(高麗 金屬活字) '복(㠅)' 국립중앙박물관
에필로그
과거를 만나는 순간은 무언가를 함께 하고 공감했을 때 짓는 미소처럼 투명하고 아름답습니다. 천 년 전의 누군가와 같은 것을 바라보고 느낐을 감정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느낌의 세계에서 우리를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오래된 물건, 오래된 이야기의 힘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실존했던 존재와 만나는 짧지만 강렬한 순간은 마치 마법과도 같습니다.
고려는 강인 하면서도 섬세한 나라였습니다. 인간의 정서를 포착하여 독창적인색과 재료에 투영하고, 여기에 기술적 성취를 발휘하여 미술로 구현해냈습니다. 조선 전기의 과학, 기술, 역법, 의학의 진보는 고려시대 다져진 토양과 자양분을 바탕으로 꽃피었습니다.
고려가 이룬 창의성과 독자성, 뛰어난 예술성은 우리 안에 있는 또 하나의 유전자입니다. 고려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일까요. 고려 오백 년을 지속할 수 있게한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대고려전에서 그 실마리를 찾으셨기를 바랍니다.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인 고려의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을 보지 못한 점도 안타깝다. ‘직지’를 대여하는 조건으로 프랑스 측이 요구한 ‘압류면제법’(해외 문화재를 들여와 전시할 때 압류·압수를 금지하는 조항) 입법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 삼국유사 권1~2(三國遺事 卷一~二, 국보 제606-3호)
▲ 청자 주자와 받침(靑磁 注子 承盤), 고려 12세기, 영국, 피츠윌리엄박물관.
이번 전시에서는 고려 미술에 담긴 우수성과 도전에 담긴 새로운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하였습니다. 고려가 이룬 융합과 포용, 통합의 성과는 우리 안에 흐르고 있는 ‘또 하나의 유전자’입니다. 특별전을 통해 더 이상 잃어버린 중세의 왕조가 아닌 고려의 현재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기 간: 2018. 12. 4.(화)~2019. 3. 3.(일)
○ 장 소: 기획전시실
○ 주 최: 국립중앙박물관
○ 전시품: 청자과형병(국보 제94호), 아미타여래도, 나전경함, 은제주자 등 440여 건
○ 운 영: 국립박물관문화재단
◇ 입장료 안내
* 예매처: 인터파크: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8016282
구분 | 성인 | 어린이 및 청소년 | 무료 입장 |
개인 | 8,000원 | 4,000원 | ·7세 이하, 66세 이상 ·단체(20인 이상) 인솔자 1인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의무복무 중인 군경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등록 장애인 및 동반 1인 ·박물관회 기부회원증, 기증자증 소지자 ·5.18민주유공자,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5.18민주유공자,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유족증 소지자 본인 ※ 무료·할인 대상자는 관련 증빙(신분증 등) 지참 필수 |
단체 | 7,200원 | 3,600원 |
※ 재관람 시 10% 할인 (매표소에 기존 관람 티켓 제시)◇ 개막 기념 명사 초청 국제 심포지엄
"고려 건국 1100주년, 통합과 화해의 시대, 문화에서 길을 찾다"
- 일 시: 2018. 12. 3.(월), 13:10-15:20
- 장 소: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
- 주 최: 국립중앙박물관·(사)국립중앙박물관회
◇ 연계 학술대회 <대고려: 그 찬란한 미술>
- 일 시: 2018. 12. 15.(토), 10:00-18:00
- 장 소: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
- 주 최: 국립중앙박물관·(사)한국미술사학회
◇ 전시 해설
- 평일 : 11:00, 14:00, 15:00 (3회)
- 주말 : 10:30, 13:00
* 대표 유물 30선을 안내하는 오디오가이드를 대여해 드립니다(유료 대여).
◇ 관람 시간
- 월·화·목·금 10:00-18:00
- 수·토 10:00-21:00
- 일·공휴일 10:00-19:00
- 휴관일 1월 1일, 설날 당일(2월 5일)
(참고 자료: 문화재청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유산정보/ 동아일보 제30262호〈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展 4일 개막〉기사)[이영일/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고려 건국 1100주년 특별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에서 선보인 고려시대 불상들.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보물 제337호), 대승사 금동아미타불좌상(보물 제1634호) 등 고려시대 불상과 같은 시기 일본(헤이안), 중국(요나라)의 불상도 함께 전시돼 중세 동아시아의 미술작품을 비교해볼 수 있다.
'마음은 화가와 같아서 모든 세상을 다 그려 냅니다' -「화엄경」에서.
지나간 일을 슬퍼하지 말며
오지 않은 미래를 염려하지 말며
지금 이 순간을 진실하게 살아가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