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주의 춘천 이야기27
춘천의 전통 굿 신용연 용신제
<굿으로 풀어내는 신명 놀이 신용연 용신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라.”
이 말은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 말고, 굿 구경을 하다가 자기 몫이나 챙기라는 우리나라 속담이다. 이 말에는 굿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는 행위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춘천에는 여러 곳에 굿당이 있어서 거의 매일 굿이 열린다. 그 가운데 매년 예맥무천예술보존회에서 행하는 굿 축제가 있다. 장소는 봄내영화촬영소 마당이고, 날짜는 10월 둘째 주 일요일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12거리 굿이 펼쳐진다.
춘천 굿 축제를 주최하는 예맥무천예술보존회 이름에서 보듯 원시종합예술이 행해지던 강원도 고대사회의 제천행사를 재연한다고 보면 된다. 그 때문일까. 신용연 용신제에서는 축제에 걸맞게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용신을 축제장에 모셔오는 길놀이 퍼포먼스의 행렬부터 이채로웠다. 용신께 소지를 올려 기원을 하고, 바가지로 물을 떠서 물항아리에 담아 이고 축제장으로 왔다. 강릉단오제 때 신이 내린 신목을 들고 단오장으로 오는 신맞이 행위와 같은 영신제(迎神祭)이다. 이후 대북 공연, 한자로 용(龍)자를 쓰는 서예 행위예술, 난타, 신을 불러 굿 축제를 연다는 축원무가, 용신제사, 부정거리 굿, 용신 선황거리 굿, 산신거리 굿, 그네 작두 굿, 선녀 굿, 동자 굿, 칠성거리 굿, 대감거리 굿, 살풀이춤, 검무와 작두 굿, 마당놀이 굿, 뒤풀이 한마당으로 신을 보내는 송신(送神)을 했다. 굿이 진행되는 내내 신명이 넘쳐 나서 참석한 사람들 모두 흥에 겨워했다. 마치 고대의 제천행사를 눈앞에서 보는 듯, 용신굿의 종합예술을 접할 수 있었다. 이는 춘천시 고유의 것이기보다는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서 행해지던 고대 무천(舞天), 영고(迎鼓) 등처럼 굿 축제이며 추수 감사제 같이 보면 된다. 이를 춘천에서 행하는 신용연 용신제이기 때문에 춘천 고유의 굿 축제가 되는 것이다.
<운명을 묻고 답하는 신의 말씀 무꾸리>
굿에서 절정은 신이 내리는 말씀인 공수이다. 신어(神語)라고도 한다. 그 말씀을 들어 답을 듣는 일을 무꾸리라 한다. 일종의 점을 치는 일이다. 사람이 치는 점이 아니라 신이 사람마다 과거의 억울함을 달래주고 미래를 예언해 주는 말씀이며 점이다. 이때 신을 받은 무당은 신의 능력을 보이기 위해서 작두날을 타는 등 여러 영험함을 보인다.
사람은 미래를 모르기에 궁금함이 참 많다. 그리고 더 나은 현재를 가꾸고자 한다. 과거의 억울한 삶은 보상 받고자 한다. 한 치 앞을 못 보는 게 사람이라 했다. 그러니 얼마나 미래가 궁금할까. 미래를 보지 못하는 인간의 답답함이 갖가지 점을 치는 행위를 만들었다. 동서를 막론하고 점쟁이가 많은 원인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점쟁이가 시공을 초월한 신(神)이 아니겠는가. 예맥무천예술보존회에서 행하는 굿 축제에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무꾸리를 하는 이유이다. 무당은 바리데기처럼 억울한 영혼을 달래서 더 좋은 세상으로 천도(薦度)하는 일이 주요 업무이다. 그래서 무꾸리에 많은 공력을 들인다. 위로받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용이 사는 신용연>
용(龍)은 물을 관장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므로 최고의 지위를 상징하기도 한다. 용이 가진 여의주(如意珠)는 원하는 모든 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슬이다. 용이 화가 난다거나 용을 잘 대접하지 않으면 비를 내리지 않아서 온갖 곡식이 말라 죽게 만든다. 이에 사람들은 비가 내리지 않아 생명이 죽을 지경에 처하면 용에게 비를 내려달라고 빌었다. 이를 기우제라 했다. 춘천에는 이현석(1647~1703) 부사가 기우제를 지낸 기우제문이 남아 있다. 수춘지에 의하면, 춘천 부사가 신용연, 대룡산, 가리산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했다. 이 전통을 이어서 신용연 용신제를 지내면서 굿 축제를 연 것이다. 용신제는 우리나라 전통문화 중 하나이다. 잘 계승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