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마루도서관 팀은 날씨라는 복병을 만났지만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 매주 아이들과 약속을 지키고 있다.
토요일마다 방문하는 우두LH의 경우 다행히 단지 내 비어있는 실내 공간이 있어 비가 오거나 온도가 낮은 날에는 실내에서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화요일 방문하는 롯데인벤스의 경우 실내 공간이 마땅치 않아 야외 운영을 강행하고 있지만 바람을 막아주는 대형 천막과 담요, 손난로 등의 보온용품을 넉넉히 준비해 큰 무리 없이 도서관을 열고 있다.
'북캠핑' 4단계 실험 현장
#캠핑장? 도서관?
11월 진행되는 실험단계에서는 도서관에 대한 물리적 거리(이동도서관)와 함께 심리적 거리를 줄여보고자 한다. 멀거나 바빠서 도서관에 갈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책에 거부감이 있는 혹은 엄숙한 도서관이 싫어 방문을 꺼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꿈마루도서관팀에서는 드디어 오랫동안 준비한 북캠핑장을 오픈했다.
야외 분위기를 한껏 살릴 수 있는 텐트를 몇 동 치고 캠핑 테이블과 캠핑 의자를 곳곳에 설치. 누워서 타는 그네 역할을 해줄 해먹도 준비해 여느 캠핑장 못지않은 낭만적인 공간을 조성했다.
‘전혀 도서관 같지 않으면 어떡하지?’ ‘책에 집중은 할 수 있을까?’ 우려했던 것과 달리 방문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 친구가 먼저 텐트 안에서 책을 펼치자 아이들은 너도나도 따라서 텐트 안 독서를 시도했다.
마치 소풍을 나온 것처럼 한 가족은 캠핑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책을 보고, 간식을 먹으며 가을 햇살을 즐기기도 했다.
책에는 관심 없는 아이들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텐트에 발을 들였다.
텐트는 처음이라며 벌렁 드러누워 굴러 보기도 하고, 살랑이는 해먹에 누워 하늘을 실컷 감상하기도 했다.
까르르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치는 도서관.
숨소리도 조심스러운, 볼 것이라곤 글자가 전부인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하늘이 지붕이 되고, 자연이 친구가 되며 꼭 글로 배우지 않아도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도서관.
책만 봐야 하는 곳이 아닌 이런 곳이 도서관이라면 아이들은 매일 오고 싶다고 했다.
캠핑장으로 꾸며진 '북캠핑' 현장
'캠핑 열람공간'으로 만들어진 '북캠핑'에서는 이전의 '이동 도서관'보다 더 많이 모이고 오래 머문다.
#책을 전하는 100가지 방법
도서관이 그저 종이책만 가득한 공간은 아니다.
도서관은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하고 아이들의 교육에 일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으로 문화센터의 역할도 병행한다.
찾아가는 간이 도서관이라고 해서 책을 보여주는 기능에만 충실한다면
기존의 이동도서관과 다를 것이 없어 아쉬울 것 같았다는 꿈마루도서관팀.
11월 실험부터는 특별한 프로그램들도 준비했다.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책 소감이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는 ‘책놀이’.
책 속에서 만난 장면들을 이용해 소품이나 책 표지를 직접 만들어보는 ‘북아트’.
전문가가 아이들을 만화 속 캐릭터로 그려주는 ‘캐리커처’.
엽서에 아이들이 원하는 문구를 예쁘게 써서 선물해 주는 ‘캘리그래피’.
책의 줄거리를 토대로 구현한 ‘미니 인형극’.
모든 프로그램은 전문 강사들이 진행하며 참여비는 무료이다.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없는 미취학아동이나 정독이 어려운 아이들이 책을 좀 더 쉽게 접하고,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고민 끝에 준비한 프로그램들이다.
다채로운 프로그램들 중 인형극이 가장 참여도가 높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인형극 소식에 아이들이 한 번에 몰려 거리두기 방침이 걱정될 정도였다.
캠핑장 같은 도서관에서 열리는 흥미로운 프로그램.
다음 주에는 어떤 책의 이야기로, 어떤 즐거움이 펼쳐질지
아이들은 매주 도서관이 오는 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북캠핑'에서 진행한 문화프로그램들 (캘리그라피, 책놀이, 책인형극)
#아이들의 원하는 도서관
작은 텐트를 아지트 삼아 책 놀이에 푹 빠져있는 꼬마들.
그 앞을 지나가던 아이가 머뭇거리자 아빠는 시간이 없다고 가던 길을 마저 가자고 재촉한다. 서두르는 아빠의 목소리는 모르쇠. 아이는 처음 보는 광경에 눈도 발도 뗄 생각이 없다. 몇 번의 권유에도 도통 달라지지 않는 아이의 눈빛에 아빠는 결국 ”그럼 잠깐만 보는 거야~“ 하고, 슬쩍 손을 놓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