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를 다녀온 후, 김희호 씨와 다온빌에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도서관에 갈지 정하기 위해서다. 아침에 장로님 차를 기다리며 이를 잠깐 언급하였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이야기할 시간이 있는지 여쭈었다. 시간 괜찮다고 하신다.
다온빌 3층에서 회의를 시작하였다. 가려고 했던 내수 도서관이 문을 닫아서, 새로 찾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희호 씨, 우리 가기로 했던 내수 도서관이 월요일이 쉬는 날이래요. 그래서 다른 도서관 알아봐야 해요."
"책?"
"네, 우리 월요일에 책 보면서 여행 장소 정하기로 했잖아요. 차 무엇으로 할 건지, 잠 어디서 잘 건지도 정하고."
"...."
"희호 씨, 힘들면 다 안 해도 괜찮아요(한 가지만 해도 돼요.)."
"아니에요, 재밌어요." 이내 샐쭉 미소 지으신다.
"두 밤 자?"
두 밤 잔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 일단 설명해 드린다.
"네, 두 밤 자요. 어머니랑 하루 자고, 아버지 산소 갈 때 하루 자고. 희호 씨는 두 여행 다 자고 왔으면 좋겠어요?"
"다 괜찮아."
…
다시 한번 더 여쭙기로 한다. 도서관에 가서 해도 괜찮은지를.
"내일 밖으로 나가서, 도서관 가서 여행지 정하는 거 괜찮아요?"
"응."
…
"빵 사 먹을까?"
"빵이요? 좋아요. 그런데 도서관에서는 음식 먹으면 안 될 거예요."
"색칠."
"희호 씨 색칠하는 것 좋아해요? 좋아요! 그러면 색칠하면서 여행 어디 갈지 정해볼까요?"
책에서 찾은 것. 그리고, 칠하며 장소를 추리고, 정해볼까. 잠시 행복한 상상을 했다.
"색칠 놀이!"
이때까지도 내가 생각하는 색칠 놀이와 다름을 몰랐다. 내 멋대로 상상했다.
"마트 가서 사야 해."
"스케치북 사고, 책에서 찾고 색칠하면서 스케치북에 담을까요?"
"응."
…
김희호 씨가 도서관 있는 데를 안다고 하신다. 행정복지센터 안에 있다고 하신다. 이를 검색하려면 도구가 필요하다. 당장은 내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밖에 없었다. 아이패드는 당장 김희호 씨가 쓸 일이 없을 것이다. 김희호 씨에게 친숙할 휴대폰을 사용했다. 행정복지센터 이미지를 검색해 보여드렸다.
"여기가 희호 씨가 아는 데예요?"
"응."
"여기 안에 도서관이 있어요?"
"응, 여기가 언니가 다니는 데야."
"(도서관 이미지 찾아 보여드리며) 이렇게 생겼어요? "
"응, 언니가 다니는 데야."
"아하, 그런데 여기가 월요일 날, 내일 쉬는 날이래요. 내일 도서관 가야 하는데."
전날 내가 알아봤던 도서관과 같은 도서관이었다. 말짱 도루묵이다. 함께 도서관을 찾아보며 ‘월요일 휴무’라는 정보를 김희호 씨가 직접 알게 되었으니 의미 있다고 본다.
다른 내수 도서관을 알아보기로 한다.
"희호 씨 다른, 내수에 있는 도서관 알아요? 다른 도서관 알아볼까요?"
"응."
"희호 씨 ooo번 버스 타고 다니시니까, 그 길에 있는 걸로 알아볼까요?"
"ㅁ번."
"ㅁ번 버스 타요?"
콜버스에 대해서 말한 것이었다.
"희호 씨 같이 찾아봐요, 희호 씨 이거 봐봐요. 아는 거리예요?"
"...."
아닌 듯하여 다른 도서관을 열심히 검색해 본다.
"한번 다른 도서관도 검색해 볼게요?"
…
김희호 씨는 여행 갈 생각에 들뜨신 듯하다. 짐 싸야 하지는 않는지, 어머니랑 자는지 물어보신다. 설명해 드리고, 다시 도서관 이야기에 초점을 둔다.
"음,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양어머님 쉬는 날인 월요일이니, 함께 여행지를 정해보면 좋을 듯하다. 어머님이 사는 동네 도서관으로 가면 어떨까.
"희호 씨 어머니는 어디 살고 계세요?"
"짝꿍 선생님이 알아."
어머님이 사는 동네 이름을 모르신다. 그러면 어떻게 알아내야 하지.
마침 짝꿍 선생님인 이** 선생님이 우리가 회의하고 있는 곳에 들르셨다.
짝꿍 선생님이 물음에 답해주신다.
"OO동 사세요."- 이**선생님
"버스 타고 갈 수 있나요?"- 이다정
"버스 있어요."- 이**선생님
"그러면 어머니한테 문자 드려 봐야겠네요."- 이다정
어머님께 문자를 보내고 김희호 씨에게도 문자내용을 읊어드린다.
"이렇게 문자 드려놨어요. ‘안녕하세요, 희호 씨와 이번에 함께하는 이다정 학생입니다. 저번 면접 때 한 번 뵈었지요? 다름이 아니라, 지금 희호 씨랑 가는 여행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고 있어요. 어머니와도 함께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서 이** 선생님께 어머니 연락처 받았습니다. 지금 전화드려도 괜찮을까요?’라고 문자 넣어놨어요. 좀 있다가 어머니가 보시고, 전화 주시면 한번 이야기해 보아요."
"이다정 학생."
나를 부르신다. 김희호 씨도 어머님과 통화하고 싶으신 듯하다.
"같이 전화할 거예요. 폰은 제가 옆에서 들어드릴 건데, 희호 씨가 어머니랑 이야기해 주세요?"
"응."
"희호 씨, 그럼 우리 어머니한테 전화할 때 뭐라고 말씀드려야 해요?"
"...."
"우리 내일 가기로 한 게 뭐였죠?"
"도서관."
"그렇죠, 도서관인데. 희호 씨가 아는 내수 도서관 가려고 했는데 쉬는 날이라 못 가잖아요. 우리가 어머니도 같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했잖아요. 그래서 만약에 어머니가 내일 함께할 수 있다면 어머니가 사는 동네, 어머니가 사는 곳 근처에 도서관이 있는지도 한번 여쭤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희호 씨가 어떻게 어머니께 말씀드리면 좋을까요? 뭐라 말씀드릴 거예요?"
"도서관 있어요?"
"좋아요, 도서관 있는지도 물어보고. 첫 번째로 양어머니가 내일 같이 갈 수 있는지도 여쭤봐야겠네요.", "‘양어머니랑 내일 만날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고, 희호 씨가 아까 뭐라 하셨죠?"
"도서관."
"좋아요, 도서관 있는지도 여쭤봐요."
"제가 전화하면 희호 씨가 이야기해 주실 수 있어요?"
"응."
"첫 번째가 뭐라 했죠?"
"도서관."
"그전에는요? 양어머니랑 같이 갈 수 있는지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응."
"그러면 뭐라 이야기하신다고요?"
"시간 괜찮아요?"
"네, ‘어머니 시간 괜찮아요?’ 물어보고, 아까 희호 씨가 말했던 대로?"
"도서관."
"네, 도서관도 물어보아요. 희호 씨에게 바로 전화 넘길게요?"
"응."
해야 할 말을 반복해서 연습해 보았다.
…
김희호 씨는 내가 양어머니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한 듯하다. 김희호 씨에게 폰은 있어도, 어머님 전화번호는 없다.
“이** 선생님이 해줬어?”
“이** 선생님이 전화번호 줬냐고요?”
“응, 짝꿍이 엄마 전화번호 줬어?”
김희호 씨도 어머니 전화번호를 알고, 직접 연락하고 싶은 듯하다.
“네, 짝꿍이 어머니 전화번호 주셨어요. 전화번호는 제가 받았지만, 제가 어머니랑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희호 씨가 이야기해 주셔야 해요. 희호 씨랑 어머니가 가는 여행이니까요?”
“응.”
어머님께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어머니가 전화 안 받으시니까, 문자라도 보내놓을까요?”
어머님이 연락을 못 보시는 듯하여 용건도 문자로 남기기로 한다. 김희호 씨와 무엇을 말하기로 했는지 한 번 더 복기하였다.
“그러면 어머니께 희호 씨가 물어본 것 그대로 문자 넣어둘게요.”
“응.”
“어떻게 적을까요? 희호 씨가 말해주면 따라 적을게요.”
김희호 씨가 말한 대로 메시지 내용을 적으려던 중, 어머님께 전화가 왔다.
이미 약속이 있어서 월요일에 보기는 어렵다고 하신다. 내일 여행 계획을 짠다고 말씀드리니, 여러 의견을 내주셨다.
1. 기차도 좋고 KTX도 좋은데, 희호 씨가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수단으로, 장소로 가기를 원한다. 차편이 제일 걱정된다. 차 시간에 구애받을 것 같으니 쫓기지 않도록 여유롭게 구했으면 좋겠다.
2. 만들기 등 희호 씨가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좋겠다.
3. 휴양지도 좋을 것 같다.
4. 꽃 있는 데도 좋을 것 같다.
“희호가 원하는 데로 한번 정해봐요. 덕분에 이리 여행도 갈 수 있는 거니까.” - 양어머니
김희호 씨는 어머니와 마저 통화한다.
“목사님께 소개했어, 목사님이 동생 이름 물어봤어, 이다정 학생이라 답했어.” 오늘 하루를 어머니와 나눈다.
통화를 마칠 때쯤,
“희호 씨, 사랑합니다.”
“나도 사랑해.”
두 분이 주고받는 대화가 참 따듯하다.
어머님과의 통화를 마치고, 김희호 씨와 어머님의 대화를 복기하며 의견을 정리한다.
“정리한 것 가지고 내일 이야기해 볼 거거든요.” 김희호 씨의 집중력이 끝나가는 듯하여 정리하는 이유도 설명해 드린다.
“어머님이 내일 도서관에 같이 못 간대요. 그래서 내일 희호 씨랑 저가 같이 정해보고, 정해진 것을 어머니께 말씀드리면 될 것 같아요.” 어머니 의견 하나하나 말하며 “내일, 이렇게 여행지 한번 살펴봐요.”
결국 어머님이 계시는 동네로 가기는 어려워졌다. 다시 김희호 씨가 다니는 동네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나는 잘 모르는 동네이기 때문에 지역주민인 김희호 씨의 설명이 전적으로 필요하다. 하나하나 여쭤본다.
여행 계획을 기록하기 위해 마트에서 살 거리가 있다. 마트 주변에 도서관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마트는 어디예요? 걸어서 가요?”
“차 타고 가, 버스로도 가.”
“몇 번 타고 가요?”
“ㅇㅇㅇ번.”
“무슨 마트예요? 이름이 뭐예요?”
“짝꿍이 알아, 이** 선생님께 물어봐야 해.”
“마트라고 검색해 볼게요. 하나로 마트예요? 제가 이름 불렀을 때 아니면 아니라고 말씀해 주세요.”
“가봐야 해.”
“이름이 기억이 안 나요? 그러면....”
사실 김희호 씨의 사람살이 기록을 봤기에 마트 이름을 알고 있었다. 김희호 씨가 직접 알려주셨으면 해서 계속 ‘나는 모르는 사람이다.’ 생각하며 물었다. 이쯤에서 묻는 것을 그만두고 이름을 말씀드려야 하나 잠시 고민하였다. 그때, 김희호 씨가 내 옆에 두고 있던 아이패드로 찾아본다고 하신다.
“이걸로(아이패드로) 어떻게 알 수 있어요?”
“글 써야 해.”
“그러면 무슨 마트인지 써주실 수 있어요?”
“써줘.”
“그러면 제가 써드릴게요. 무슨 마트인지 알려주세요.”
“가봐야 돼.”
“가봐야 해요? 아, 그러면 여기 아이패드에는 우리 마트 가서 뭐 살지 적어볼까요?”
주제가 다른 곳으로 튀었다.
“첫 번째, 우리 뭐 사기로 했죠?”
“색연필.”
“색연필이요? 우리 색연필을 사야 하는지(상태 어떤지) 확인해 보기로 했잖아요.”
“조그매.”
“그러면 이** 선생님께 물어볼 거 적어볼까요? (아이패드에 적으며) 첫 번째, 마트 이름 알아내고. 두 번째, 색연필 있는지 확인하기. 지금 이** 선생님께 여쭤보고 올까요?” 그래야 마트 주변 도서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아이패드로 관심을 돌리셨다. 지금, 김희호 씨와의 대화에서 쓰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도구였다. 김희호 씨의 집중력이 바닥나고 있는 듯 보인다. 김희호 씨는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을까. 도서관 정하기? 색칠하기? 회의 끝내기?
“희호 씨,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예요?”
색칠하는 시늉을 보이신다.
“아, 색칠하는 거요? 아~ 색칠하고 싶어서 이거 보신 거였구나.”
다시 꺼내드리며 “여기다 색칠하셔도 되는데, 우리 지금 색칠할 때가 아니긴 해요. 우리 지금 도서관 장소 정해야 할 때예요. 그러면 거기 마트 어떻게 생겼는지 희호 씨가 색칠 대신 그림 그려주실 수 있어요?”
“....”
“어려워요?”
“응.”
“(아이패드를 도로 넣으며) 이거는 제가 글 쓰는 용이라서 희호 씨랑 같이 있을 때 제가 최대한 안 쓸게요. 괜찮을까요?”
“응.”
“왜냐하면, 희호 씨랑은 다른 데다 색칠하고, 쓰고 해야 하니까.”
잠시 아이패드로 쏠렸던 시선을 돌려본다. 우리에게는 오늘 끝내야 확정 지어야 할 일이 있다.
“희호 씨, 그러면 지금 이** 선생님에게 같이 가주실 수 있어요?”
“응?” 고개를 갸웃거리신다.
“왜냐하면 이** 선생님께 색연필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하고, 마트 이름도 물어봐야해요. ...할 게 많지요?.... 괜찮아요?”
“응.”
말과 다르게 지쳐 보인다. 오늘은 여기쯤에서 그만둬야 할까.
“희호 씨, 그러면 오늘은 도서관 어디 갈지 정하지 말고, 이** 선생님께 색연필이랑 마트 어딘지만 확인하고 헤어질까요? 내일 마트 중심으로 도서관 찾아보고? 뭐가 나으세요?”
대답하지 못하신다. 말이 길어진 듯하여 간단히 말씀드린다.
“이** 선생님께 가서 마트 알아보기 괜찮아요?”
“응.”
이** 선생님께 직접 가기는 그랬는지 전화하기로 했다. 선생님께 여쭤봤다. 드디어, 천사마트인 것을 알아냈다.
…
“색칠하는 거야?”
“색칠이요? 그냥 색칠하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책 보면서 색칠하기로 했잖아요.”
“마트.”
“네, 마트 가서 색칠할 것 사고요.”
다시 천사마트를 기준으로 도서관 찾기에 임하여 본다.
김희호 씨가 지쳐 보인다.
“여행 가기까지 생각보다 할 일이 많죠?”
“응....”
“할 수 있어요. 희호 씨.”
지도 앱을 통해 검색하니 천사마트 이미지가 뜬다. 마트처럼 보이지 않는다.
“천사마트 맞아.” 김희호 씨 덕분에 확신가지고 마트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로드뷰, 지도 앱을 이용해 근처 도서관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뭐해?”
“지금 뭐 하고 있냐면요, 우리 내일 어디 갈지 도서관 찾고 있어요.”
…
다른 이야기로 튀었다 다시 도서관 찾기로 돌아왔다.
“제가 지금 무얼 하고 있냐면요, 희호 씨가 내수에서 돌아다니시잖아요. 그래서 도서관을 어디로, 어떻게 가면 좋을지 천사마트 주변으로 찾아보고 있어요.”
내수에 있는 작은 도서관을 찾았다.
도서관과 마트 가는 길을 보여주며 여쭙는다.
“희호 씨, OO도서관이라고 있는데, 보면 천사마트가 여기 있으면 도서관은 여기 있대요. 괜찮아요? 안 멀겠어요?”
“응, 괜찮아.”
“희호 씨가 천사마트까지 가는 버스는 알고 계시죠. 그런데 또 다른 버스를 타야 한대요. 그건 괜찮아요?”
“응.”
“어느 버스 타야 하는지는 여기 적혀 있기는 하거든요? 희호 씨가 타고 다니는 건 ㅇㅇ번 이라면 이건 ㅁㅁ번. 여기는 다르대요. 이거 내일 외워서 같이 가볼까요?”
“응.”
“그러면 희호 씨가 ㅇㅇ번은 알고 계시죠?”
“응.”
“그러면 희호 씨가 천사마트까지는 저 안내해 줄 수 있어요?”
“응.”
“감사합니다. 다른 버스 타는 거는 제가 내일 버스 번호 적어서 올게요. 그거 보면서 어디서, 몇 번 타야 하는지 알아봐요. 괜찮아요?”
“응.”
찾아본 도서관이 혹여나 운영하지 않을까 싶어 전화해 보려 했지만, 전화번호가 따로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운영 중이라 하니, 내일 가보기로 한다. 김희호 씨가 나에게 뭐 하고 있는지 물으신다. 내일 여는지 안 여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해 드린다.
김희호 씨도 처음 가는 도서관이다. 어디로 가는지 김희호 씨도 알게끔 이야기해본다. 도서관 이름을 읊어드렸다. 이름이 길다. 헷갈리시는 듯 보여 이미지를 보여주며 “노란색 도서관”으로 외우시게끔 하였다.
“(이미지 보여주며) 여기로 가요.”
“빵?”
내일 나가는 김에 빵도 먹을 생각을 하고 계시는 듯하다. 이참에 정리해 본다.
“빵이요? 음, 희호 씨 이렇게 하는 거 어때요? 마트 가는 길 희호 씨가 안내해주시고, 거기서 스케치북이랑 (“색연필”) 색연필도 사고. 다른 버스 탈 때는 제가 사진, 번호 적어 올 테니까 그거 보면서 비교해서 타요. (도서관 이미지를 보여드리며) 그러면 이렇게 생긴 데가 나오나 봐요. (“빵은?”)여기에는 빵이 없을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 책 고르고 다시 버스 타고 와서 빵 먹어요.”
이렇게 빵 이야기는 일단락되었다.
색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희호 씨가 마음에 드는 것 사진 찍거나, 제가 그림 따라 그리면 색칠해 주실 수 있어요?”
“....”
“헷갈리시죠, 지금. 제가 너무 많이 말했죠?”
“.....”
“희호 씨가 양어머니랑 같이 가는 여행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희호 씨에게 많이 물어볼 거예요. 제 생각보다는, 제가 원하는 것보다는 희호 씨가 원하는 것을 물어볼 거예요. 그래서 희호 씨가 편하게, 아까처럼 색칠 공부하고 싶다고 이야기 해주셔도 좋아요. 제가 너무 말이 많으면 ‘이제 그만 말해. 내가 이제 할게.’라고 이야기해주셔도 괜찮아요. 알겠죠?”
“....”
김희호 씨, 졸리신 듯하다.
오늘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으니, 내일은 ‘도서관 가기’ 하나만 기억하기로 한다.
“마트 가서 찾아보자.”
아직 대화는 끝나지 않았다.
“마트 가서 찾아보자고요? 그러면 마트 가서 찾아보고, 색칠할 거 찾아보고 도서관 가는 걸로요?”
“빵은?”
“빵도 먹고요. 우리 이제 그러면 마칠까요?”
오늘 할 일은 도서관 어디로 갈지 정하기였다.
도서관 가고, 마트도 가고, 빵도 먹기로 정해졌다.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도서관 하나 정하는 데 이리 많은 시간을 쏟게 될지 몰랐다. 오로지 김희호 씨가 기억하는 정보와 나의 휴대폰만을 붙잡고 정해야 했다. 김희호 씨에게 좀 더 와닿을, 김희호 씨가 언제든 적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찾아보고 싶었다. 아쉽다. 도서관 하나 정하려다 금세 지쳐버렸다.
2024년 6월 30일 일요일, 이다정
첫댓글 넘치는 정보 보다는 희호씨와 소통하려 애쓴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이네요. 고생하셨어요.
뭔가 한가지 하려고 하면 생각한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조급한 마음에 내가 다 해주거나 아예 시도를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사회사업가라면 그 일에 있어' 당사자가 주인노릇하거나 주인 되게 도와야합니다.'라는 말을 마음에 품고 도와야 할 것입니다.
희호씨와 함께 하려고 애쓰다 지친 이다정 학생의 허탈함도 와 닿습니다.
오늘도 한 걸음 앞으로 나가는 이다정 학생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