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어제는 대림 4주일이었습니다.
"하늘아, 위에서 이슬을 내려라. 구름아, 의로움을 뿌려라. 땅은 열려 구원이 피어나게 하여라."
주님께서 어제 눈을 내려주셨다.
눈이라는 의로움을 뿌려, 땅은 얼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녹았을 것이다.
그 속에 나의 마음에서도 따뜻함이 피어났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오늘 제가 느꼈던 점을 함께 공유하고 오랜만에 긴 글을 올립니다.
제가 일기처럼 바로 풀어낸 거라 경어체가 아닌 평어체라 불편함을 느끼셨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
그리고 제가 말하는 선행은 여러 에피소드일 뿐 자랑이 아니므로 재밌게 봐주세요:)
<Episode 1,2,3,4,5>
나도 모르게 요즘 남을 돕고 있다. 오지랖일까 싶어, 속으로만 외쳤다. 내가 도와드릴까?
항상 이 마음은 지니고 있었다. 망설이다 타이밍을 놓쳤을 뿐.
근데 요즘은 왜일까. 내가 스스로 돕고있다. 마음에서 외칠 뿐만 아니라 몸소 보이고 있다.
주님이 내려주신 은총일까. 자비로움일까.
나의 뜻이 실천으로 이어지면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원래 나는 이타심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기심으로 점점 물들어 갔고 남에게 피해도 끼치며 상처도 주기도 하고 모난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부족하고 뾰족뾰족하다.
내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거나, 내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보이는 이들을 보면 마음 속으로 이미 회피하고 있다.
그땐 의식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미처 인식을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 일단 나아가고 있다 생각한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을 가지고 삐뚫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마 사람마다 지니는 본성 중 하나일 것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타심, 즉 주님의 뜻을 놓치면 안된다.
가족, 이웃, 성당 등 작은 공동체에서 큰 공동체로 도약할 때까지 늘 그 뜻을 잃으면 안된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도와야 한다.
Episode 1. 잔액이 부족합니다
버스에서 어떤 노인 분이 카드에 돈이 모자라서 돈을 내려고 하셨다. 그때 도와드릴까 망설였지만, 망설이다 돈을 먼저 내셨다.
(옷차림이 너무 신사다우시고, 오지랖으로 생각될까 망설인 것도 있다.ㅎㅎ)
Episode 2. 버스 자리
시험이 끝나고 버스 안이었다. 정신없이 가족과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내 옆에 젊으신 할머님이 서서 계셨다. 뭔가 비켜줬으면 하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짐이 너무 무거워, 애써 외면했다. 괜히 마음이 불편해, 통화가 끝나면 비켜드려야지 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은 후, "앉으실래요? 언제 내리셔요" 라고 여쭤봤다. 이미 내가 빨리 안 비켜줘서 기분이 상하신 것 같았다.
그래서 아, 뭐야. 배려를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인가? 생각했지만 재차 여쭤봤다.
나 : "언제 내리셔요?"
할머님 : "한참 가야해요."
나 : "여기 앉으세요. 대신 제 가방 안아주실 수 있을까요?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요."
그 분이 앉으셨다. "가방이 좀 무겁긴 하네요."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 드셨는지, "감사해요. 그리고 재차 예쁘게도 생겼네. 마음도 예쁘고."라고 말씀해주셨다.
어딜 다녀왔냐고 여쭤보셔서, 시험을 봤다고 하니, "똑똑하게 생겼네. 회사시험?" 이라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웃음으로 대답했다.
이제 내린다고 말씀드리니, "고맙다고. 좋은 일만 있을 거에요."라고 말씀해주셨다.
"감사합니다"라며 대답하며 속으로 할머님도 웃으니까 참 아름다우세요.라고 마음으로 외쳤다.
경계를 지닌 이들에게, 경계로 부딪히는 것이 아닌 따스함으로 그 뾰족함을 녹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Episode 3. 초코 우유
친구 집 근처였다. 영하 12도까지 내려가 상당히 추운 날이었다.
마스크를 안 쓰시고, 오래 씻지 못하신 듯한 할아버지가 자전거 바구니에 담긴 상한 음식을 드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위생이나, 건강면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 노출되신 것 같았다.
내가 마실 음료수를 사러 가는 길, 음식을 좀 사드려야겠다 했는데 바보같이 깜빡하고 나와버렸다 ..
다시 가보니, 음식물 쓰레기통을 기웃거리신다. 깜짝 놀래서, 가방에 있는 초코우유를 하나 드리고 마스크도 드렸다.
마스크 있다며 괜찮다 하셨는데, 그냥 드렸다.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시며 따뜻한 웃음을 내보이셨다.
부디 따뜻한 환경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할아버지의 건강을 지키셨으면 좋겠다.
기도 드려야지. 아차, 그리고 음식들을 더 못 사드려서 죄송했다.. 항상 가방에 맛있는 것들을 들고 다녀야겠다.
Episode 4. 수레
역시나 오늘도 할머님들이 보인다. 수레를 끌고, 폐지를 줍고 다니시는.
내가 여태 살던 동네에서는 수레를 끌고 다니는 분들이 잘 안 계셨는데 여기서는 흔히 보이는 풍경이다.
어제 대설로, 길이 미끄러웠다. 수레는 무겁고 길은 미끄러워 횡단보도 그리고 보도 사이의 턱이 높아 올라오지 못하셨다.
처음엔 왜 계속 저렇게 계시지? 했는데 미끄러워서였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아차하고, 바로 수레를 끌어 도와드렸다.
그래도 따뜻했던 건, 나뿐만 아닌 다른 분들도 뒤에서 밀어주셔서 빨리 수레를 올릴 수 있었다.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다.
Episode 5. 고추장
이건.. ㅎㅎ 오늘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하려 기다리는데 할머님이 뒤에서 고추장을 내미신다.
할머님이 갑자기 "이것 좀 계산해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데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네?"라고 대답하니, "내 카드는 고추장 할인이 안돼 ~ 7990원인데 다른 카드는 1000원 할인이 돼서 6990원이래~
그래서 아가씨 카드로 계산해주면, 현금으로 줄게. 빨리 저 계산하는 아줌마한테 물어봐"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솔직히..
그러한 화법이, 익숙하지 않아서 마냥 살갑게 대답하진 못했다.
그래도 할머님 부탁이니 말씀드려서 계산하려고 했다.
이 카드가 1000원 할인이 될 지, 안 될지 모르겠다고 캐셔분이 대답하신다.
나는 뭐 1000원인데, 그냥 계산해드리면 되지하고 계산하려 하는데
할머님이 "그럼 안되지! 내가 1000원 더 줘야 하는데!"라고 외치셨다.
다행히 1000원 할인이 됐고, 현금으로 7000원을 받았다.
그리고 그 분도 부탁할 때의 화법이 잘 익숙치 않아서 그러셨을 것이다. 나도 부족함이 많다.
바로 호의를 베풀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했다. 할머님께 "맛있게 드세요."라 말하며 고추장을 전달해드렸다.
또 할머님은 웃음으로 "고마워요"라고 대답하셨다.
누군가에겐 1000원도 큰 돈일 것이며, 모르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그 용기도 대단하신 것 같다.
"할머님도 항상 평온하시길." 속으로 말한다.
(1000원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아끼는 소비습관을 들여야지. 그 돈을 모아 기부해보자.)
<에필로그>
요즘 서울에 지내면서 많은 것들을 느낀다.
우선 빈부격차가 정말 심각하다.
<폐지수집 여성노인의 일과 삶>
특히 이 동네는 잘 사는 동네가 아니라, 여성분들 남성분들 가릴 것 없이 수레를 끌고 폐지를 줍고 다니신다.
최근 연구조사를 통해 폐지를 줍는 65세 이상 여성이 많이 늘어났다는 현상이 보고됐다.
직접 느껴본 적이 없어 심각성을 몰랐지만 눈 앞에서 보고, 느끼니 마음이 착잡했다.
처음부터 폐지를 줍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질병, 사고, 가족에게 버려지는 등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마스크>
마스크를 통해 빈부격차를 느낀다.
가족에게 부양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서도 그들은 격리되어 있다.
지나가다 보면 보풀이 일어나 일주일 이상은 쓴 듯한 마스크를 끼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
물론 아예 마스크가 없어 착용하지 못하는 분들도 보인다.
보통 어르신분들은 위험하셔서 Kf94를 쓰고 다니시는데 말이다..
헤프게 돈을 쓰고, 이러한 소비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내 자신이 한심하기도 했다.
앞으로 기도할 항목이 더 늘어났다.
열악한 상황에 놓인, 그리고 배고픔에 굶주리고 있는 이들을 위해.
실질적으로 내가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어떻게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 할 밤이다.
"혼자 견디는 시간이 고독할수록 만나는 시간의 친밀감은 더 커집니다.
어떤 관계에서 풀리지 않는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하느님과의 만남을 먼저 가져야 합니다.
하느님과 만남은 고요함 속에서 그분의 소리가 내 마음에 울릴 때까지 계속해야 합니다.
혼자 12월 19일 대림 4주일 매일 미사를 읽다 이 대목을 보았습니다.
사실 며칠 동안 계속 생각해오던 저만의 고민이었으며,
또한 점점 변해가는 저를 느끼면서 주님이 제게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님의 뜻에 따른 시작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위의 대목을 읽으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눈이 감기지만, 지금 적지 않으면 깨달음이 스쳐 지나갈 것 같아 기록하였습니다.
곧, 성탄이 다가옵니다! 🎄
효자성당 교우분들과 성탄을 맞이할 날을 고대합니다.
<아래는 그저께 대설 덕분에(?) 아름다운 풍경을 남겨 공유 합니다>
p.s. 언제 흰 눈 덮힌 포항을 구경할 수 있을까요?
첫댓글 우와~ 반가워요^^ 오랜만에 정말 따뜻한 글을 읽었네요. 감동적인 포스팅, 베네딕다의 마음이 잘 느껴지네요. 그 마음이 차가운 눈도 다 녹여버릴 것 같네요. 몸 건강히 돌아와요^^
감사합니다 딕다 자매님 🤍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뵐게요~~🥰
우리막내딕다~~♡
글을 읽는데 딕다 목소리가 들리는 듯....나도 공감되는 내용.
너무 반갑고 ♡
그동안 수고 많았고
빨리 보고 싶다.
같이 공감할 수 있어 참 좋아요 🥰
감사합니다 노미 자매님 ♥️
고생했습니다. 예쁜 마음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 !!! 🙏🏻
와~우^^
하느님 현존의 삶을
살고 있는 베네딕다..👍
오, 하느님 아빠~
17기 베네딕다에게 이런 은총 주신
세심하신 당신은
찬미받으소서. 영광받으소서!~🥰
감사합니다 로사리아 자매님 🥰🥰🙏🏻
와♡ 포항에서 못보는 눈 오는 하늘과 배경을 볼 수 있어 감사해요 베네딕타 자매님♡ 일상의 소중함과 하느님의 삶을 느끼게해주는 따뜻한 글.. 이웃을 사랑하라 지금 가장 나누고 함께해야할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착한 마음도 가졌군요😍🥰😍🥰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제 마음이 전해졌다면 성공입니다 ♥️ 감사합니다 소화 데레사 자매님 ~~ 🥰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어쩜 이렇게도 따뜻하게
글을 잘 쓰는지요?
정말 하느님께서 베네딕타
자매님에게 주신 재능인듯 . . .
빨리 보고싶네요
내일이 빨리 오길 . .
🤩🤩🤩
율리엣따 자매님 ~ 오늘 만나뵐 수 있어서 넘 반가웠어요 ~♥️
제가 쓴 글 좋아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더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성탄절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