댑싸리로 축제를 할 수 있나?
내가 어릴 적 아버지는 가을이 되면 두 가지로 마당 빗자루를 만들었다. 하나는 아기봉산에 있는 싸리나무로 만들었고 또 하나는 집 둘레에 심어놓은 댑싸리로 만들었다. 아버지가 싸리비로 마당을 쓸면 나는 댑싸리비로 골목길을 쓸고 어머니는 부엌 바닥을 댑싸리비로 쓸었다.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가볼 만한 축제를 검색했다. 의령의 댑싸리로 축제를 할 수 있나?
내가 어릴 적 아버지는 가을이 되면 두 가지로 마당 빗자루를 만들었다. 하나는 아기봉산에 있는 싸리나무로 만들었고 또 하나는 집 둘레에 심어놓은 댑싸리로 만들었다. 아버지가 싸리비로 마당을 쓸면 나는 댑싸리비로 골목길을 쓸고 어머니는 부엌 바닥을 댑싸리비로 쓸었다. 댑싸리 축제가 눈에 들어왔다. 댑싸리 축제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리에 있는 ‘호국의병숲 친수공원’에서 9월 27일부터 열리고 있다. 친수 공원은 의령, 함안, 창녕군이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남강이 낙동강에 합류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내가 알고 있는 댑싸리는 마당 빗자루를 만들기 위해 뜰이나 집 둘레에 심었던 초록색 풀로 가을이 되면 베어 말렸다가 빗자루로 만들었다. 초록색 댑싸리는 아는데 빨간색이나 주황색으로 단풍 든 댑싸리는 보지 못했다.
둥둥 떠가는 구름, 강을 휘감으며 불어오는 바람, 고개 숙인 벼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대며 황금물결을 만든다. 차창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마신다. 아내는 “오래간만에 나왔더니 할 말이 많네”라며 하고 싶은 말을 이어간다. 한참 뒤에는 “나만 얘기하네”라며 계속한다. 아내의 말은 시원하고 싱그럽다. 마음이 넓어지고 통찰력도 깊어지나 보다.
부부싸움을 피할 수 없다면 넓은 들판을 드라이브하면서 싸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남강을 끼고 돌아 축제장에 도착했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고 낙동강과 어울어진 공원은 사방이 꽃이다.
17ha에 이르는 축제장은 댑싸리, 황화 코스모스, 핑크뮬리, 아스타 국화 등 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다. 가을 내내 꽃구경을 할 수 있도록 꽃피는 시기가 약간씩 다른 꽃들로 설계되어 있다.
붉게 물든 댑싸리가 일렁이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댑싸리는 초록색인데 저렇게 단풍 든 댑싸리가 있다니. 어쩌다 하나씩 있는 초록 댑싸리가 청일점으로 보인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고 알려지지도 않은 댑싸리가 어떻게 축제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코스모스와 황화 코스모스가 어울려 춤추고 아스타 국화는 눈이 시릴 정도로 보라색과 붉은색을 내뿜는다. 낙동강 바람에 몸을 맡긴 핑크뮬리가 솜털을 흔들며 환영한다. 메밀꽃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제철에 왔다가 바람 따라 돌아간 모양이다.
낙동강은 굽이쳐 흘러 성산리에 이르면 남강과 합류한다. 이 합류 지점을 기강이라 하며 예전에는 창녕 남지읍으로 나룻배를 타고 이동하던 주요 나루터였고 임진왜란 때 망우당 곽재우 장군과 의병군의 첫 전승지다.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거나 축소되었던 지역축제가 재개되어 볼거리, 놀거리, 살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해지고 있다. 축제는 특정 조직에 의해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정해진 일정에 특정 의례 행위와 놀이, 오락,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행사이다. 지역축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주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축제로서 그 지역을 대변하며 다른 지역에서 찾을 수 없는 지역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년 지역축제 개최계획(1~12월)’을 보면 올해에 1,170개의 지역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문화예술, 생태 자연, 특산물, 전통 역사, 시장 및 생활권 활성화, 주민화합 등의 유형으로 다양하게 열린다. 2023년 기준으로 ‘해운대 빛 축제’의 방문객 수는 370만이 넘었다.
지역축제의 지속 가능성은 축제의 문화적, 사회적 기대효과를 포함하여 지역경제 활성화가 달성될 때 가능하다.
의령 댑싸리 축제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통계자료는 확인할 수 없지만 임진강 댑싸리 공원과 같이 지역주민과 방문객이 함께하는 축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가 들린다. 보내지도 받지도 못하는 가을 편지가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단풍이 있고 낙엽이 있고 사랑이 있고 결실이 있는 가을 속으로 떠나자.
2024.10.12.(27)
첫댓글 댑싸리축제가 있다는거 처음알았네요 ~가을은 결실과 축제의 계절입니다
회장님 좋은 곳에 다녀 오셨군요. 댑싸리 축제는 생소합니다. 의령은 우리나라 재벌들의 탄생지라 한번 가본 적이 있습니다.
글 솜씨가 엄청 늘었습니다. 계속 쓰면 계속 느는 것이 글입니다. 더욱 발전하기를 응원합니다.
댑싸리라는 것도, 또 그런 축제도 이제야 알았네요. ㅎㅎ 이 가을이 글 만큼 풍성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