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127) 관우 문추도 베다
한편, 원소는 호위병을 이끌고 안량이 분전하고 있는 어양 벌판으로 나오고 있었다.
원소가 수레위에서 묻는다.
"허유? 이번 전쟁을 어찌 보는가?"
"주공께서 친히 통솔하시니 장수들도 더 용맹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허유는 수레옆에서 말을 달려가며 외쳤다.
바로 그 순간, 전방에서 전령이 달려와 말에서 뛰어 내리며 외친다.
"주공! 아룁니다!"
"워~워!"
원소의 수레가 멈추고, 모두가 전령의 보고에 귀를 기울였다.
그 자리에는 유비도 함께 있었다.
전령의 말이 이어진다.
"안량 장군이 방금 전 관우에게 당해, 아군은 극히 혼란스럽고 조조군은 역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원소가 깜작 놀라며 수레에서 일어났다.
"뭐라? 관우가 안량을 죽여?"
그러자 원소와 함께 있던 유비는 관우란 말에 깜짝 놀랐다.
전령의 보고가 이어진다.
"관우가 조조에게 투항하여 안량 장군과 겨뤘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유비가 말에서 내려 전령 앞으로 다가가 놀라는 어조로 물었다.
"관우라고 어찌 확신하나?"
"제가 똑똑히 봤습니다. 붉은 얼굴에 긴 수염과 청룡도를 가졌는데, 관우 아니면 누구겠습니까?"
전령은 확신을 가지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쌀쌀한 표정으로 듣던 원소가 외치듯 유비를 불러댄다.
"유비! 내 섭섭찮이 대했는데 조조와 내통해 안량을 죽여? 여봐라! 유비를 참해서 안량의 복수를 해라!"
"네! 주공!"
명령 일하 ,한 떼의 병사들이 원소의 명령에 유비의 옆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러자 유비가 수레위의 원소에게 두 손을 모아 호소하 듯 말한다.
"원공! 제 말씀을 들어주시오. 나는 조조와 철천지 원수입니다. 서주 격전 이후 운장을 만난 적도 없고, 생사조차 모르는 터인데 어찌 비슷한 외모만 가지고 조조와 내통했다 하십니까? 게다가 유명한 병략가(兵略家)인 조조가 우리편의 내홍(內訌)을 도모하려고 일부러 장수를 관우 처럼 분장시켜 내보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일선에서 돌아온 병사의 말만 들으시고 제게 죄를 물으신다는 것은 너무도 조급하신 생각이십니다."
그러자 원소가 수염을 내리 쓸려 말한다.
"그렇군! 자네의 말은 십분 일리가 있네, 공연한 오해가 아니길 바라네."
하고, 말하자, 졸지에 원소의 수레를 끄는 마부로 변신한 (?) 전풍이,
"주공! 그자가 관우든 아니든, 조조가 분명히 작심을 하고 출정했으니, 일부 병사를 남기고 연진, 관도에 각각 군사를 보내어 측면 공격을 하도록 하십시오. 그것이 승리의 방법입니다."
하고, 아뢰었다. 그러자 허유는 가소로운 웃음을 웃어보이며, 손가락으로 전풍을 가리킨다.
"하하하하! 미천한 주제에 주공을 가르치려 들어요? 적을 눈앞에 두고 어찌 다른 수를 내겠는가? 주공의 체면도 있지! "
하고, 말하며, 원소를 향하여,
"주공! 퇴각하면 분란이 따르고 패하는 법입니다. 정면 대결을 회피하고 측면 공격을 주장하는 전풍의 속을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원소가 전풍과 허유의 말을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전풍! 말끝마다, 퇴각 퇴각 하며 내 군심을 흐리는데, 그래서 안량이 죽은 게 아닌가?"
이렇게 말하며 원소는 한숨을 쉬더니 병사들에게 명한다.
"여봐라! 전풍을 끌고가 곤장 50 대를 쳐라!"
"네! 주공!"
병사 둘이 달려들어 전풍을 나꿔채어 끌고간다.
"주공!? 주 우~고 옹?! ~...."
이렇게 전풍은 우악스런 병사에게 대롱대롤 매달려 곤장을 맞기위해 끌려 가며 소리쳤다.
그러자 전풍이 끌려나가는 광경을 눈 앞에서 목도한 허유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에이, 그 놈 쌤통이다! "...)
원소가 장군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다음 격전은 누가 조조군에 맞서겠나?"
"소장을 내 보내 주십시오!"
대장 문추가 큰 소리로 출전을 청했다.
원소가 그를 내려다 보며 말한다.
"오! 문추로군! 장하다, 장해!"
원소의 격려를 받자 문추는 ,
"안량 형은 소장의 의형제 올시다. 그 수염쟁이를 죽여서 안량 형의 복수를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원소는 저물어 가는 하늘을 한번 쳐다본 뒤에,
"오늘은 이미 날이 저물었으니, 내일 정오에 5만 군사를 끌고 나가라! 내 친히 나가서 함성과 응원을 보낼 것이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곤장을 맞으러 끌려가던 전풍이 도망쳐 원소의 앞으로 달려들며 무릎을 꿇고 아뢴다.
"주공! 문추가 용맹한들 조조에 맞서기는 어렵습니다. 그냥 퇴각하시지요!"
그러자 원소가 화가 동해, 전풍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한다.
"전풍! 누차 나를 모욕해도 참았거늘, 또 다시 나의 결심을 모욕하느냐! 여봐라! 전풍을 끌고가 참하라!"
원소는 무시무시한 명령을 내렸다.
"넷!"
"주공!"
그러자 군령을 받은 장수와 대신들이 일제히 원소의 수레를 향하여 부복하며 아뢴다.
"주공! 그간의 공을 봐서 전풍을 살려주십시오!"
그러자 난감한 상황에 처한 허유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공! 대신과 장수들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전풍이 건방지게 날뛰긴해도, 주공께 충성을 바쳤지요. 살려 주시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옵니다."
하고, 아뢰었다. 그
러자 원소는 노여움이 조금 누그러지며,
"그럼, 저들을 봐서라도 당장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하지."
그러면서 원소는 전풍을 향하여 손가락질을 하며,
"조조를 섬멸한 뒤에 네놈을 벌할 것이다. 여봐라?! 전풍을 기주부로 압송해 하옥하고 감시하라!"
하고, 명하였다.
...
다음 날, 정오, 문추가 어양 벌판에서 원소군의 진영 앞으로 나서서,
"어떤 놈이 내 형제 안량을 죽였느냐! 나와서 죽움을 받으라!"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이 모습을 조조의 대군과 대치하고 있는 언덕위에서 말을 타고 지켜보던 원소가 유비와 허유에게 자랑스럽게 말한다.
"문추는 내 수장(首將)으로, 용맹스러움이 탁월하네! 작년 공손찬 섬멸 때 혼자서 장군 일곱과 싸워, 셋은 죽이고 넷을 다치게 만들었지만 본인은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지, 하하하하!"
그러자 유비가 그 말을 듣고,
"문추같은 맹장이 있으니, 조조군 따위는 걱정되시지 않겠습니다."
하고, 원소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원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붉은 면상의 수염쟁이는 나와서 한판 붙자!"
문추는 조조군을 보고 대갈일성을 해댔다.
그러자 조조군에서는 서황이 마주보고 소리친다.
"발칙한 놈?! 서황이 나간다!"
서황은 대부(大斧: 큰 도끼)를 꼬나잡고 벌판 한 가운데로 말을 달려 나갔다.
그러자 창을 든 장료도 서황의 뒤를 따라 소리치며 나갔다.
"장료도 나간다!"
조조군에서 두 명의 장수가 말을 달려 나오고, 이쪽에서는 문추 혼자서 달려나갔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허유가 주군, 원소에게 말한다.
"주공! 조조군 장군 둘이 나오는데 장료와 서황입니다."
그러자 유비도 한 마디 하는데,
"원공! 저 둘 다 조조의 맹장들 입니다."
그러나 원소는 두 사람은 쳐다보지 아니하고 문추가 달려 나가는 것만 유심히 살펴보았다.
과연 문추는 용장이었다.
유비도 익히 그 실력과 용맹함을 아는 장료와 서황, 두 사람을 상대로 문추는 벼락치듯, 번개치듯, 치고 받으며 수십 합을 겨루는 데 전혀 밀림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두 사람을 상대로 싸우는 문추이 실력이 더욱 앞서 보였다.
그러자 조조군에서 관우가 적토마를 달려 나오며 소리친다.
"장료 서황은 물러나오! 내가 나서겠소."
장료가 싸움을 멈추고 돌아서며 말한다.
"운장! 조심하게! 무공이 뛰어난 자네!"
잠시 한숨을 돌린 문추가 달려오는 관우를 보고 이를 악다물며 소리친다.
"네가 얀량을 죽인 자냐?"
"그건 맛뵈기였네!"
관우의 대답은 걸출했다.
문추가 달려오는 관우를 향하여 창끝을 날렸다.
그러나 관우의 적토마는 문추가 타고 있는 말을 순식간에 뛰어 넘었다.
그 순간 관우는 청룡 은월도를 들어 아래를 향하여,<주~욱!>그어댔다.
그리고 적토마가 사뿐히 착지하며, 뒤로 돌아 방금전 뛰어넘은 문추의 앞으로 다가가 갔다.
그 앞에는 문추가 면상과 갑옷 반쪽이 갈라져, 흥건히 피를 흘리며 죽어있었다.
조조군에서 북을 치며 싸움을 독려하던 조인은, 관우의 단 칼에 적장 문추가 쓰러지는 것을 보자 ,갑자기 사기가 양양해지며 소리쳤다.
"원소가 저 산 위에 있다! 전군은 돌격해 원소를 생포하라! 죽여라!"
"와아!..."
조조군이 벌떼처럼 원소군을 공격하였다.
산위에서 문추가 당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원소는 크게 낙담했으나 허유는 조조군이 밀려오는 것을 보자,
"주공! 어서 피하셔야겠습니다."
하고, 말하며 이어서 호위병사들에게 명하였다.
" 어서, 주공을 모시고 철수하라!"
그러나 유비는 방금전 문추와 대결하던 조조군의 장수가 관우라는 사실을 확인하고서 충격에 빠져 멍하니 조조군이 달려오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현덕! 뭘 보나! 어서 오게!"
허유는 재빨리 철수하면서 유비를 재촉하였다.
2선으로 안전하게 후퇴한 원소는 유비를 두 장수를 시켜 끌어오게 하였다. 원소의 앞에 무릅이 꿇린 유비를 보고 원소가 화가 잔뜩 동한 표정으로 날카로운 추궁하며 명했다.
"유비! 내 똑똑히 봤느니, 자네 아우 관우가 내 장군 문추를 죽였다. 조조와 내통하다니 지독한 놈이로군! 여봐라!? 유비를 끌고가 참하라!"
"네!"
"잠깐! 원공! 죽기 전에 한마디 하겠소."
유비가 원소를 향하여 소리쳤다.
"이 판국에 할 말이 남았더냐?"
원소는 조소가 담긴 말을 쏘아붙였다.
"조조는 지금까지 나를 증오해 왔습니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아는가 봅니다. 고의로 관우를 출전시켜 원공이 나를 죽이게 하려고 하니, 부디 확인해 보십시오."
그러자 원소는,
"조조가 어떤 속셈이든, 자네 머리로 안량과 문추의 제를 지내야겠네."
"관우는 내가 여기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이 확실합니다. 내가 여기 있는 것을 알았다면, 어찌 원공의 장군을 치고, 날 죽게 만들겠습니까?"
유비의 말을 듣고, 원소가 성격대로 우유부단한 갈등의 모습을 보인다.
유비의 말이 이어진다.
"원공! 여쭙겠소. 안량 문추에 비해 관우의 무예가 어떠하더이까?"
"비할 바가 못 되지."
"그렇다면 내가 밀서를 써서 관우를 불러, 나와 관우가 원공을 보좌해 드리면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원소는 순간, 큰 눈을 더 크게뜨고 허유를 바라본다.
허유는 주군의 눈빛이 자신의 의견을 묻는 것임을 단박에 눈치채고,
"주공! 유비의 제안은 고려해 보실만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원소가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유비에게 묻는다.
"정말인가? 관우를 얻는다면 안량, 문추보다 열배는 낫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