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인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 고용허가제의 전면 도입에서 한발 물러나 고용허가제와 현행 산업연수생 제도를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하자, 이 같은 정부 방침이 기존의 산업연수생 제도를 고착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정부는 지난 16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야 의견이 맞서 고용허가제 법률안의 국회통과가 사실상 무산되자 고용허가제 조기 입법화를 명분으로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제도 병행 실시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두 제도의 병행 실시는 이미 관계부처의 합의를 끝낸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성사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같이 방침을 선회한 것은 중소기업계의 강한 반발 때문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계는 외국인을 내국인과 똑같은 근로조건으로 대우하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임금상승이나 노사불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산업연수생제도의 존속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두 제도가 병행 실시될 경우 기업주들이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기보다는 산업연수생을 선호할 것이고, 또 같은 외국인 이주노동자들 사이에도 노동삼권을 보장받는 노동자들과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이 생겨 노동자간의 차별이 생겨 또 다른 인권 침해라는 논란도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산업연수생 제도의 고착화로 이어지고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 인권침해와 불법체류자 양산 등의 폐해가 고스란히 잔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주노동자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국 CLC부설 이주노동자인권센터 김소령 사무국장은 "불법체류자 양산과 각종 인권 유린 사태를 유발하는 산업연수생제도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중소기업계의 주장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기업의 이익만 챙기려는 이기주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이규용 전문위원은 "서로의 입장만 되풀이하는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정부와 각 부처가 외국인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고 그들의 노동을 합법화하는 외국인력 관리 전반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