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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의 밤이 깊어 갑니다.
천리객지 칭다오에서의 올 한 해 농사는 좀 어떠하셨습니까? 며칠전 우리나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사자성어 설문조사한 내용을 보니 '노이무공(勞而無功)이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성취한 것이 없다라는 뜻입니다.
이는 위나라 사금(師金)이란 자가 공자를 비판하면서 쓴 말입니다. 배를 육지에서 밀고 있으니 아무리 애를 쓴다한들 돌아오는 공이 없구나!! 그 구절에서 따 온 말입니다.(犹推舟於陆也,劳而无功-장자 천운편).
올 해는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한 해 였습니다.
보통 경기가 어려울 경우 두 가지 중 하나에 해당되었습니다. 외부 환경은 괜찮으나 내부적인 문제로 어려운 것이 그 하나요.(예전 우리나라 IMF사태가 그랬습니다). 반면에 내부환경은 괜찮은데 외부적인 문제로 어려운 적이 있었습니다.(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그랬습니다.) 그런데 올 해는 양수겹장의 한 해였으니 가히 다사다난이라고 할 만 합니다.
6월에 있은 SCO 정상회의는 칭다오란 이 도시로 봐서는 다시없는 기회이겠지만, 여기서 기업하는 사업장은 거의 초죽음이 되었습니다. 집중적인 환경정화 단속에서 비껴난 기업이 드물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아마 상당한 마음고생을 하셨을 겁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다 때려 치우고 싶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좀 잠잠해지나 했더니 후반기부터는 외부로 부터 충격이 왔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수출로 먹고사는 투자기업들을 암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내외 양수겹장에 걸렸습니다. 이 환경단속과 미중무역분쟁은 내년에도 그리 쉽게 풀리지 않을 듯 합니다. 갈수록 전통적 제조업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어 가는군요. 참 쉽지 않는 것이 해외사업입니다. 앞으로는 3차,4차 산업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데 이미 굳어진 뼈마디가 쉽게 환골탈태 되겠습니까. 뒤에 오는 후학들에게 기대는 수 밖에...
투자제조업이 죽어가니 그를 기반으로 형성된 서비스.요식업 등 교민상권도 자연히 시들해져 갑니다. 활력을 잃은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우리도 연말에 송년회를 갖는데 예년과 다르게 찬조 좀 해 주십사고 말 한마디 꺼내기가 참 힘듭니다. 모르면 모를까 알고 있는 한,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며칠전 저녁 식사자리에서 어느 분이 말하길 그래도 잘되는 기업도 많은데 뭘 그리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노? 합디다만, 왔다갔다하는 그분은 그렇게 봤을지 모르지만 붙박이처럼 살고있는 우리는 10%의 잘되는 기업보다 평범한 보통의 사업가 90%와 함께 먹고 마시며 어울려 살기에 전체적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어느 시대 어느 환경에서도 어찌 잘 되는 기업이 없을수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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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씁쓸한 것은, 가족적.집단적 성격의 제조업이 위축되니 이전에는 귀하던 또 하나의 트랜드가 교민사회에 생겼습니다. 바로 혼밥족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쉽게말해 홀아비가 많이 늘었다는 말입니다. 이는 개인 사업자가 늘었다는 말과 괘를 같이하는 것입니다.
혼밥.혼술족의 특징은 단체보다 친구를 더 찾는다는데 있습니다. 다시말해 단체의 가치보다 친구의 가치를 더 갈급해 한다는 것입니다. 친구 없는 단체는 그것이 아무리 가치가 있다 한 들 송아지 먼 산 쳐다보는 격입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같은 친구라도 형편이 비슷한 친구를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누구는 '혼외여괴' 현상이라고 합디다. 어려운 사자성어처럼 보이지만,"혼자는 외롭고 여럿은 괴롭다."란 말입니다.ㅎㅎ
매년 대학교수가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있는데
연초,연말 이렇게 두 번 뽑습니다. 그런데 올해 연초 사자성어로 무엇을 내 놓을까 학수고대했었지만 종내 묵묵부답이었습니다. 희망을 말하기엔 너무 부담이 되어서 일까. 아마 연말에 몰아서 선정하려나 봅니다.
올 해는 비록 노이무공(勞而無功)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가오는 새해에는 모든 분들 반드시 노이성공(勞而成功)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며칠 전 회의 석상에서 어느 인생선배가 한 말이 생각나는군요. "지금을 어려운 시기라 말하지 마라, 대신 중요한 시기라 말하라".
저는 올 해 두 개의 노이무공에 시달렸습니다.
저 위의 노이무공(勞而無功)에 더해서..
또 하나의 노이무공(老而無功)이라..
(나이는 먹어 가는데 세워 논 공이 없구나!!).ㅠㅠ
첫댓글 그러네요..
거센 봄바람(?)에 출렁거리던 칭다오 교민 사회.
엄청난 폭염의 여름.
혼밥 혼술의 가을, 겨울입니다.
다가오는 돼지 새해에
더는 나빠지지는 않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바랍니다..
카페 모든 분들
건강과 소망을 이루는 송년을 기원합니다~~~
이오님도 새해에는 더욱 강건하시길 빕니다^^
노이무공(老而無功)... 공감에 마음이 더 아픕니다.
ㅎㅎ 같은 마음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