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공코너
종업원을 대신하는 로봇을 만들다
Bear Robotics
서울공대지 2017 Autumn No. 106
이번 설공코너 인터뷰는 Bear Robotics의 하정우 대표와 함께하였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흔쾌히 인터뷰를 허락해주신 대표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글: 공상 학생기자단
Q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 Bear Robotics의 대표를 맡고 있는 하정우 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95학번이었고, 대학 졸업 후 한국 하드웨어 관련 기업에서 몇 년간 일하다 인텔에 입사하였습니다. 한국 하드웨어 관련 기업에서 일할 때는 맥북이 수입되기 전이었습니다. 그 당시 맥북 프로그램을 한글화하는 작업을 했는데, 그것이 인텔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후 구글로 직장을 옮겼다가 다시 나와서 캘리포니아 Milpitas에서 순두부집을 차렸습니다. 구글에서는 Gmail과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순두부집의 종업원을 편하게 해줄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 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2.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갑자기 요식업에 뛰어들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A2. 처음엔 투자의 개념으로 시작했습니다. 같이 창업을 하기 위한 팀을 결성하던 도중에, ‘순두부 집을 해 보자!’ 는 팀이 생기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큰 계기는 없었지만, 색다른 경험을 해보니까 식당 인건비가 왜 낮은지, 식당에 필요한 제품은 무엇이 있는지 등 공학자로서는 가지지 못했던 색다른 정보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엔지니어이면서 요식업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로봇공학자가 빨래 개는 로봇을 만들면 과연 세탁소 사장님들이 그것을 구매할까요? 저는 전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옷을 개는 것이 여전히 효율적이고 빠르겠죠. 오히려 세탁소 종업원들은 다림질이나 수선을 할 때의 허리와 손목 아픔이 더 큰 문제인데, 로봇을 전공한 학생들 중 세탁소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학생은 이를 알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식당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식당에 정말 도움이 되는 로봇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Q3. 공대생으로서 회사원, 연구직, 교수 등과 비교해서 스타트업 오너가 갖는 장단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3.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을 잠깐 가르쳐봤었는데, 지금까지 거쳐온 직업들 중에서 교수가 제게는 가장 재미 없었습니다. 강의하는 것, 학생들을 만나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독립적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시스템에 맞춰서 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논문을 정해진 만큼 써야 하며 그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를 해야 하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림1. BEAR ROBOTICS 로고
반면에, 구글에서 근무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평가가 데이터 위주이므로 본인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회사 실적이 좋은 이유를 분석해봤더니 제 코드 덕분임이 밝혀져 동료들의 찬사를 받았는데, 엄청 뿌듯했습니다.
어떤 일이 재미있는지는 사람의 적성마다 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옛날부터 교수가 하고 싶었는데, 그랬기 때문에 막상 재미없었는데도 접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습니다. 이후 엔지니어가 교수보다 훨씬 맞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엔지니어로 활동하기 시작하였지만 구글에서도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다 끝내고 나니까 재미가 없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무언가 개척하는 직업이 잘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식당을 해보니까 늘 새로움이 있었기 때문에 육체노동을 해도 너무 재미있었고, 그게 적성임을 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단순한 엔지니어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웃음)
Q4. 창업에 필요한 역량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4. 다른 것보다도 네트워킹, 인간관계 같은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창업가들이 실리콘밸리에 모이고자 노력하는 것이죠. 그러한 면에서, 미국으로 온다면 젊을 때 나오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나올 수 있다면, 꼭 나와서 경험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Q5. 회사를 운영하면서 특히 어려운 점이 있으신가요?
A5. 아직 초기라서 제일 큰 난관은 투자입니다. 앞으로는 추가로 사람 채용을 하고 한국에 지사도 세워야 하는데 지금 받은 투자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힘든 것 같습니다.
또, 한국 지사를 만들고 싶은 열정과 다르게 이 제품은 한국에서는 잘 안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인건비가 너무 싸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은 너무 열심히 일해서 로봇이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엔 우수한 인력을 위한 연구 조직을 꾸리려고 합니다. 한국은 앞에서 잘 이끌어주는 리더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앞으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림 2 하정우대표(가장 오른쪽)
Q6. 창업과정에서 학부 시절에 배운 내용들이 쓰이나요?
A6. 서울대는 미국 다른 대학보다도 코딩 교육은 정말 잘 시키는 것 같습니다. 다른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출신들을 비롯한 공대생들은 미국 와도 코딩 못한다는 소리를 거의 안 듣고, 오히려 잘한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또, 학부 때 다루는 프로젝트들을 봐도 MIT나 스탠포드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수업 중 하나인 ‘운영체제’ 시간에는 스스로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실제 머신에 구현시키는 것까지 하는데, 이 정도의 교육은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서울공대 컴퓨터공학부는 특히나 기초적인 코딩보다도 코딩응용을 정말 잘 가르칩니다. 그러나, 단순히 학교에서 배운 것을 넘어서 수업을 바탕으로 스스로 밤을 새가며 뭔가를 해본 것이 특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함께 밤을 샜던 다른 친구들이 입사한 후 회사에서 게임을 만들었는데, 그 게임들이 리니지,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프로토타입 등 입니다.
Q7. Bear
Robotics라는 회사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A7. 영화 속의 많은 로봇들은 터미네이터, 스카이 넷 같이 미래지향적이며 인류 위협적인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과 같이 활동하는 로봇을 만들기 때문에, 친근한 이미지의 ‘곰(Bear)’을 사용했습니다. 또, 제 식당이 위치한 캘리포니아주가 곰의 주라고 불리기도 하는 것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Q8. Bear
Robotics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A8.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가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웃음). 개인적으로는 모든 식당에 로봇이 퍼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식당이라는 개념을 확 바꾸어 보고 싶어요. 식당이 주인 입장에서는 운영하기 쉬운 공간, 종업원들 입장에서는 일하기 좋은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제 로봇 덕분에 종업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조금 더 인간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9.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A9. 요즘에는 논리적인 영역보다는 사람들의 취향, 감정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감성적인 영역을 다루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컴퓨터는 점점 발전해오면서 논리적인 문제들을 잘 해결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해결해 나갈 것 입니다. 우리 회사의 제품 같은 경우도 식당의 힘든 일들은 대부분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 것은 사람이 더 잘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감성적인 부분이 중요한 시대가 분명히 올 테니 그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활동들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필요한 곳에 가있다면 분명히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대단해질 수 있어요. 저는 이제 막 스타트업에 발을 들인 사람이라서 경제적인 면에서 아직 성공이라 보기엔 이르지만, 재미로 본다면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으니 여러분이 원하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