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X의 "화장을 고치고"란 노래가 너무 좋아서 벼르다가 2집 앨범을 샀다.
근데 그 앨범에 "강북에 산다"라는 노래가 있었다. 노래 내용이 강북과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하도 강남과 강북의 격차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강북을 한번 생각해 본다.
서울은 강남과 강북으로만 나뉘어진건 아니다. 강동도 있고 강서도 있다. 근데 흔히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남과 강북으로 경계를 긋는다.
그리고 강남은 집값도 비싸고 교육환경도 좋고 잘사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고 강북은 보통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주거 환경도 열악하고 교통난도 심각하고 강남보다는 집값이 훨씬싸니 아무래도 서민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이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강남과 강북의 차이점이고 대부분은 맞는 말이다. 아마 사람들에게 강남에 집을 한채 살돈과 강남에 살려면 기본적인 최저 생활비라는 400만원이 매월 보장된다면 아마 열에 아홉은 강남에 가서 살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난 한번도 강남에 살아보지 않아서 왜 강남이 좋은지를 모르겠다.
깨끗한 집,깨끗한 거리,부유하고 예의바른 사람들...아마 그런것들일까. 그게 살고 싶은 이유의 전부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한달에 한번씩 삼성동 코엑스에 갈 일이 있는데 갈때마다 그 지하세계의 거대함에 미로속에 갇힌 미아처럼 움츠러 드는 기분이다.
백화점,각종 패밀리 레스토랑, 태국음식점을 비롯해 없는게 없는 음식점 ,요즘 유행하는 테이크 아웃 커피숍,쇼핑몰,영화관,심지어 수족관까지 그곳에 가면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흥미진진한 볼거리,놀거리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난 왜 그곳에만 가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하고 좌불안석이 되는지....
아마 강북사람이어서 그런가. 촌스러워서 그런가.
그래, 미래에는 모르겠지만 난 아직 강북이 좋다.
태어나서 7년이나 자랐던 이문동과 석관동엔 유년의 기억이 묻어있다.지금은 아파트를 짓고 있을 이문동의 연탄공장과 기타를 치며 앵두노래를 가르쳐 주던 경희대학생 오빠,그리고 아주 허술했던 경희대학교 담장...
눈오늘날 "편지"영화를 보고 아빠품에 안겨서 노래부르며 돌아오던 어두운 골목길..
대학시절,연애시절 내가 숱하게 거쳐갔던 길또한 강북이었다.
종로며 대학로는 말할 필요도 없고,
돈아끼기 위한 데이트 코스인 창경궁,비원 같은 고궁들과, 결혼전 지금의 남편과 무지하게 싸워대던 안암동 ,그리고 짬뽕을 정말 맛있게 하는 중국집이 있었던 돈암동. 그밖에 장위동의 그 따닥따닥한 주택들,불광동,쌍문동에서 가르쳤던 아이들도 생각난다. 처음 떠나본 강릉의 바닷가 그 출발점은 청량리역이었고 물론 아래지방으로 가는 기차의 출발점은 서울역이었다.
청량리역에 붙어있는 경동시장의 그 활기는 또 얼마나 사람을 설레게 하는가.
이곳에 이사온후 난 북악스카이웨이와 삼청동의 드라이브 코스를 좋아한다. 그 산속으로 들어가다보면 아마 엄청 부자들이 살고있을 우아한 저택이 숨어있고 군부독재시절 요정 정치의 산실이라는 삼청각의 커다란 대문은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만 같다. 지금은 비록 음식점으로 바뀌었다지만... 삼청동의 수제비집이 유명하다는데 언젠간 먹어볼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강북의 매력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10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인게 너무 많다. 물론 그 점이 강북을 퇴화시키고 재산 가치를 상승시키지 못하는 요인이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강북도 발전을 시킨다는데.... 발전이 되는걸 누구보다 바라고 좋아하지만 그 발전이 단순히 겉모습만의 발전이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된다. 강남과는 다른 차별화된 매력을 지닌 강북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