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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마하연 摩訶衍 원문보기 글쓴이: 운영자
일러스트 정윤경 |
나 역시 스님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많이 받았겠지만 스님은 출가 수행자이시고 나는 재가자 소설가이기 때문에 글의 뿌리나 색깔은 다르지 않을까도 싶다. 스님의 책을 애독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물어보았다.
“스님 책이 왜 좋습니까?”
“스님께서 경험한 얘기를 하시기 때문입니다. 스님의 살아 있는 얘기 속에는 지혜가 있거든요. 그 지혜를 만나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그제야 나는 이 분이 정말로 책을 좋아하시는구나 하고 실감을 했다. 그래서 내 책 중에서는 근간인 〈길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산문집을 선물하고 싶어 이름을 물었다. 그러자 이름에 얽힌 사연을 말했다. 증조할아버지는 칠곡에서 태어난 이승연(李昇淵) 독립운동가였다. 남만주의 신흥강습소(신흥무관학교 전신) 운영비 조달 등을 위해 국내에서 비밀리에 두 차례나 모금활동을 하다가 일경에 체포되어 옥고를 치른 분이었다. 그런데 그분이 아버지 꿈속에 나타나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는 이설안(李雪雁)이라는 이름을 점지해주셨다는 것이었다. ‘눈 설(雪)’자에 ‘기러기 안(雁)’자의 이름은 눈송이가 나붓나붓 내리는 겨울하늘에 기러기가 날아가는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증조부께서는 1933년에 돌아가셨는데 1945년에 해방이 될 거라고 예언하실 만큼 영남 학자들 중에서 학문이 깊으셨다고 합니다.”
손님이 돌아간 뒤 아내는 선물 받은 사진을 나의 서재 책꽂이에 세워두었다. 7년 전 불일암에서의 그 순간을 선물 받은 것만 같아 마음이 흐뭇해진다.
현대불교 http://www.hyunbulnews.com/news/articleList.html?sc_sub_section_code=S2N260&view_type=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