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708 --- 강아지와 개새끼는 같으면서 다르다
돼지의 새끼는 왜 별도로 부르는 애칭이 없을까. 그다지 귀염성이 없었기 때문이지 싶다. 다른 가축처럼 애교스러움이나 귀여움을 느끼지 못했지 싶다. 한없이 지저분하고 탁한 목소리에 가까이하기에는 어느 것 하나 마음이 끌리는 구석이 없지 싶다. 호감보다는 좀은 지저분함이 아무래도 앞질렀을 것이다. 가까이하고 싶다가도 절로 발길이 돌아섰을 것이다. 그래도 죽어서 면도를 깔끔하게 하고 목욕을 깨끗이 시켜 놓으면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그래도 일부는 거부 반응을 일으키다가 자글자글 찌개로 끓거나 불기에 노릇노릇 익어가며 구수한 냄새를 풍기면 너도나도 먼저 덤벼들며 최고란다.
예전에는 자손의 이름이 거칠고 막되어야 건강하고 오래 산다고 했다. 돌쇠, 개똥이, 노마라고 부를 만큼 귀한 자식이나 손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점잖지 못하고 아주 천박하거나 짐승 같은 이름으로 불러야 액땜을 하면서 무병하여 오래 산다고 여겼다. 그래서 진짜 귀한 이름과 별도로 부르는 이름을 갖고 있기도 했다. 아무리 양반가라고 해도 자손이 잘 된다는데 거부할 일이 아니며 앞장서서 시범을 보이듯 선호했다. 어려서 어린아이가 홍역이나 장티푸스 등으로 많이 희생되어 섣불리 아니라고 반대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로 크게 나무랄 수도 없었다. 우선 살아남아서 집안이 번창해야 했다.
새끼를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다. 소는 송아지, 말은 망아지, 개는 강아지, 닭은 병아리, 꿩은 꺼병이, 호랑이는 개호주, 곰은 능소니, 고등어는 고도리, 갈치는 풀치, 가오리는 간자미, 농어는 껄떼기라고 하며 사람은 그냥 아기다. 어쨌든 새끼는 귀여우며 친근감이 간다.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동물을 새끼라고 한다. 개새끼라면 당연히 개가 낳은 새끼이고 다른 말로 강아지이다. 그런데 강아지라면 괜찮은데 개새끼라면 불끈한다. 개새끼는 곧 개자식이고 강아지라도 언제부터인가 하는 짓이 얄밉거나 더러우며 됨됨이가 좋지 않은 남자를 비속하게 부르는 말이 되면서 함부로 쓸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