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옆에서 지인이랑 대화하는데 갑자기 퍽 소리가 나더니 새털이 휘날린다. 도무지 무슨 일인지 감이 안 잡혀 주변을 둘러보니 바닥에 새 한마리가 나뒹굴어져 있다. 새가 유리를 보지 못하고 날아가다 충돌한 것이다.
죽을거라는 지인의 말을 믿지 않고 시멘트에서 잔디의 양지로 옮겨준다. 눈만 꿈벅 거리던 놈이 십여분 후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고 나는 만세를 부른다.
배움터지킴이하면서 벌써 세번째로 벌레의 크기를 훨씬 넘어서는 생물을 구원한다. 새 두마리 그리고 두더지 한마리!
이 일이 있고 일주일 뒤에는 갑자기 아파트 단지와 학교에서 까마귀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들이 나타나게 된다. 처음에는 우연히 충돌한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결국 새끼 까마귀를 지키기 위한 까마귀 부부의 고육지책이었음이 확인된다. 소방관이 까마귀 집을 제거하고 난 후 갈 곳이 없어진 까마귀 새끼가 학교 옆까지 진출하면서 등교길 학생들까지 위험해질 상황이다. 주민 한 분이 시끄러워 못살겠다며 새끼 까마귀를 납치하여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고 까마귀 부부는 자식을 애타게 찾아 헤맨다.
그 꼴을 두고 보지 못하고 나는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와 힘을 합쳐 다시 새끼 까마귀를 데려와 부모 까마귀 눈에 잘 보이도록 하며 사람들에게 방해를 받지도 주지도 않을 더 넓은 공간으로 까마귀 가족을 인도한다. 까마귀의 공격을 막으려 우산으로 머리 부분을 보호하며 조심스럽게 펼친 작전이다. 그리고 학교 안전부장 선생님에게 연락해 그 넓은 공간 근처를 지나갈 때 학생들이 절대 까마귀 새끼를 건들이지 않도록 안내하라고 당부를 한다. 아무 일도 안해도 공격을 당할 수 있으니 방어를 잘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까마귀는 새끼의 크기가 어른 까마귀와 거의 같음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기력이 없어서 어른처럼 펄펄 뛰거나 날지 못하는게 거의 유일한 차이점이더라.
둥지를 잃고 세상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새끼가 안타까워 발버둥치는 부부 까마귀를 공격하는 까치 두마리! 다른 집단의 불행이 우리 집단의 기회가 되는 처참한 일은 짐승의 세계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번 기회에 아주 말살하려고 한다. 하늘은 왜 생명을 이 모양 이 꼴로 창조한걸까?
내가 자기들을 도와준 줄도 모르고 자기 새끼를 만졌었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나를 적대시하여 길을 갈 때마다 날아와 나를 위협하는 까마귀 부부! 하늘은 왜 생명을 이 모양 이 꼴로 창조한걸까?
사람들의 경우에도 대충 도와주는척만 하면 감사를 받는데 진심으로 바르게 도와주면 미움받는 일들이 많다. 그래도 나는 그들을 도와주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희망인가? 더 큰 좌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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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돔박새님이셔요? 그러면 박씨 한 알 부탁드립니다. ㅋ
동박새 인가요? 개개비 인가요?
좋은 일 하셨습니다.
네! 그 비슷한 이름이라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