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감옥
정리 김광한
책소개
정의가 구현되지 않는 세상, 이 세상 자체가 모순임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심리 스릴러 『유리 감옥』. 자신의 소설 《심연》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가 감옥에서 팬레터를 보내자, 그에게 ‘나의 일과’에 대해 적어보라고 권한 저자는 그가 보낸 묘사를 통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부당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어느 엔지니어의 체험기를 찾아 읽은 뒤 상상력을 가미해 이 작품을 완성해냈다. 정의가 승리하지 않는 세상, 이 모순된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처받고 타락할 수밖에 없으며 인간이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걸작이다.
명문대 출신 엔지니어 필립 카터는 자신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스카우트한 새 직장에서 사기 및 공금 횡령이라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카터는 복역 중 그를 못마땅해하던 교도관에게 붙들려 천장에 엄지로만 매달리는 고문을 당한 뒤 후유증으로 양손 엄지에 영구 장애를 입는다. 모범수로 감형되어 6년 만에 출소한 그는 아내와 아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 새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떨어져 지낸 시간만큼 그들은 서로를 어색해하고, 전과자로 낙인찍힌 세상에서 직장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떻게든 희망을 찾아보려 애쓰던 카터는 한결같이 기다려주었다 믿었던 아내가 자신의 담당 변호사와 수년간 불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소설가
1921년 1월 19일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뉴욕으로 이주한 뒤 바너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라틴어, 그리스어를 공부했다. 첫 장편소설 '낯선 승객 Strangers on a Train'은 1950년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으며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옮겨졌다. 1955년 발표한 '재주꾼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는 하이스미스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작품으로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로 두 번이나 영화화되었다. 1961년 이후에는 주로 프랑스와 스위스에 거주하면서 단편 작가로 활동하였는데, 영어로 쓴 작품이 독일어로 먼저 번역, 소개될 만큼 유럽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하이스미스는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두 사람은 112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정확히 같은 날, 같은 미국 땅에서 태어나 고국보다 유럽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공통점 또한 가지고 있다. 오 헨리 기념상, 에드거 앨런 포 상, 프랑스 탐정소설 그랑프리, 미국 추리작가 협회 특별상, 영국 추리작가 협회 상 등을 받았으며, 그 외 작품으로 '소금의 맛'(클레어 모건이라는 필명으로 출간되었다가 후에 '캐롤'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올빼미의 울음', '1월의 두 얼굴' 등이 있다. 1995년 2월 4일 스위스에서 세상을 떠났다.
출판사서평
‘리플리 증후군’의 창시자,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이 사랑한 범죄소설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보여주는 심리 스릴러의 진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1966년 『서스펜스 소설의 구상과 집필(Plotting and Writing Suspense Fiction)』이라는 저서에서 『유리 감옥』을 구상하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하이스미스의 『심연』을 감명 깊게 읽은 어느 독자가 감옥에서 팬레터를 보낸다. 그는 사기죄로 형을 살고 있으며 언젠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편지에 적었다. 이에 하이스미스는 그에게 ‘나의 일과’에 대해 적어보라고 권한다. 감옥에서 몇 시에 일어나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소등을 할 때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상세히 묘사해 보라고 한다. 그가 보낸 석 장짜리 ‘나의 일과’가 이 작품을 구상하는 계기가 된다. 감옥을 소재로 글을 쓰겠다는 욕망이 인 하이스미스는 부당하게 옥살이를 한 어느 엔지니어의 체험기를 찾아 읽는다. 실화 속 주인공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투옥 생활을 하던 중 천장에 엄지로만 매달리는 고문을 당한다. 통증을 다스리려고 맞은 마약에 중독되자 떳떳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서 출소 후 아내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낯선 도시로 가서 일하며 집으로 돈을 부친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하이스미스는 뼈대를 세우고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가미해 『유리 감옥』이라는 걸작을 완성한다.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에는 주인공 카터가 갇힌 감옥에서의 비인격적인 참상이, 후반부에는 출소 이후 인간성을 상실한 카터의 모습이 담겨 있다. 처참하고 잔혹한 감옥 생활은 정적이며 다소 느리게 진행되는 반면, 카터가 사회로 복귀한 이후 상황을 그린 뒷부분은 빠른 속도로 전개되며 숨 막히는 심리전이 펼쳐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하이스미스다운 긴박한 심리 스릴러의 진수가 드러난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던 중 고문을 당해 영구 장애를 입게 된 카터,
출소 후 그가 마주한 세상은 감옥과 다를 바 없이 타락만이 존재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 또한 타락하는 것뿐이다
명문대 출신 엔지니어 필립 카터는 자신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스카우트한 새 직장에서 사기 및 공금 횡령이라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카터는 복역 중 그를 못마땅해하던 교도관에게 붙들려 천장에 엄지로만 매달리는 고문을 당한 뒤 후유증으로 양손 엄지에 영구 장애를 입는다. 모범수로 감형되어 6년 만에 출소한 그는 아내와 아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 새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떨어져 지낸 시간만큼 그들은 서로를 어색해하고, 전과자로 낙인찍힌 세상에서 직장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떻게든 희망을 찾아보려 애쓰던 카터는 한결같이 기다려주었다 믿었던 아내가 자신의 담당 변호사와 수년간 불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껏 그를 겨우 지탱해주던 마지막 나사 하나마저 모두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