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에도 효소, 발효주가 대세인가요?
제가 보기에는 7~8년 전부터 시들해서 지금은 별로인 것 같은대요.
쌀이 남아돌고, 노령 농업인구가 아직도 많고, 농촌에서는 돈 될 것이 없으니까 무엇이라도 심어야 했지요.
여기에 잔머리 회전이 빠른 자들이 효소, 발효주 운운하면서 매실 등 특이한 작물을 재배하고, 과일나무를 심도록 유도했지요.
TV 요리 프로그램, 먹방 프로그램 등도 한 몫하고... 그 결과 지금 넘치는 게 만들어놓은 발효주, 효소이지요.
정확히 말하면 그냥 설탕가루 물 타서 쭈욱 한 잔 들이키는 수준이지요.
온통 설탕가루로 범벅한 먹을거리가, 마실거리가 넘쳐났지요.
저는 압니다. 당뇨병을 오래 앓기에 그게 다 장삿속이라는 것을.
효소, 발효주 등도 한 때의 붐이었지요.
남의 글에 대한 댓글이다.
2.
어제는 2018. 5. 24. 목요일.
오후에 성남 모란시장으로 구경 나갔다. 새로 이전한 장터이다.
장 분위기가 조금은 한산한 듯 싶었다.
5월 말쯤이니 작물의 씨앗, 모종 등을 뿌리고 심기에는 이미 제철이 지나가고 있기에 농작물, 묘목, 화분 장사도 조금은 시들해졌다.
나는 눈구경만 했지, 씨앗 사다가 뿌리고, 삽으로 흙을 파서 묘목을 심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서울 올라온지 나흘째였으니 묘목 등을 산다고 해도 아파트 안에서 장기간 보관할 방법이 없기에 그냥 눈으로 구경이나 했다.
장구경하면서 어떤 농작물 상품이 진열되고, 어떤 물품이 팔리는지를 눈여겨 보았다.
오후 장터라서 그럴까? 어떤 영감 장사꾼은 간이의자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는 낮잠을 자기도 했다.
아무런 표정도 없는 늙은 여장사꾼 앞에는 장구경하는 손님도 별로 없었다. 장사꾼이 신명나게 소리치고 움직이면 장꾼도 득실벅실거렸다.
생선 비린내, 푸주간의 고기 비린내가 진동했다. 먹고 마시는 사람들도 무척이나 많았다.
촌사람인 내 눈에는 산야초에 관심을 가졌다. 누릅나무뿌리, 뽕나무뿌리, 골담초뿌리, 헛개나무 줄기, 쇠무릅뿌리, 말린 머위뿌리 등 민간한약재들이다.
이들 가운데 헛개나무 줄기를 잘게 잘라서 식기에 담았다.
지난해 나는 텃밭 속에서 10그루의 헛개나무 잔가지를 톱으로 베어냈고, 낫으로 잘라서 나뭇대를 쌓아두는 퇴비장에 내던졌다. 썩혀서 퇴비로 활용하려고 했다.
헛개나무의 뿌리, 줄기, 열매 등을 민간요법의 한약재로 활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한테는 그냥 잡목에 불과했다. 헛개나무 잔가지를 잘게 잘라서 파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후회도 했다. 공연히 다 내버렸음을 아쉬워했다.
성장율이 빠른 헛개나무를 하나의 룱직한 기둥으로 활용하려고 올곧게 키우려고 잔가지를 잘랐기에 이들은 무척이 키가 컸다. 사다리를 걸치지 않는 한 잔가지를 베어낼 수도 없다.
골담초. 손가락 굵기의 뿌리를 말려서 팔고 있었다.
이른 봄에 개나리처럼 노란 색깔의 꽃을 피운다.
내 텃밭에도 있다. 이웃집에서 캐서 내다버리는 것을 내가 조금 주워서 텃밭에 심었다.
올해에도 골담초 꽃을 보지 못했다. 내가 서울에서 오래 머물고는 시골집에서는 잠깐 머물렀기에.
식용 마를 보았다. 길이가 긴 장마, 주먹을 쥔 듯한 둥근마, 고구마처럼 생긴 단마.
세 종류이다. 무척이나 길고, 크고 굵다.
일전 내가 시골 텃밭에서 여기저기에 눈에 띄는 어린 마를 삽으로 푹 떠서 옮겨 심다가 덩이뿌리를 부러뜨린 단마뿌리는 그다지 굵지 않았다. 부러뜨린 마를 씻어서 채 국솥에 넣었다.
모란시장에 나온 단마는 무척이나 컸다. 도대체 몇 해나 재배했기에 저렇게 크고 굵지? 하면서 나는 어떻게, 얼만큼 크게 재배해야 할 지를 배운다. 장터에 나온 식재료를 눈으로 보면서 농사문리를 배운다.
3.
모란시장 재래장터에서 물건 파는 장사꾼이나 물건 사는 장꾼이나 행색은 거기가 거기였다. 허줄한 차림새이며 고생에 찌든 얼굴들이었고, 대부분 늙어서 허리가 꼬부라졌고, 어뚠하게 걸었다. 이따금 젊어뵈는 사람도 눈에 띄이기는 띄었다.
장사꾼을 보면서 나를 되돌아보았다. 비린내나는 살코기를 묵중한 칼날로 후려쳐서 토막내고, 흐물거리는 생선 내장을 꺼내고, 지지고 볶는 사람들과 허름한 잠바 옷을 걸쳐입는 나를 비교해 보았다.
직장에서 벗어난지가 10년째. 이제는 농사꾼이 되어서 힘겹게 흙을 판다.
내가 모란재래시장 안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농사를 더 잘 지을까를 배운다.
내가 농사 짓는 것과는 사뭇 다르게 그들은 크고 굵고 잘났다.
일당귀를 보았다. 작은 포트 하나 하나에 심은 당귀 가격은 한 포기에 1,000원.
일전 나는 시골 5일장에서 세 포기에 5,000원을 주고는 텃밭에 심었다. 텃밭에서 일당귀는 있는데도 그간 방치한 탓으로 많이도 죽어서 사라졌다. 더 키워서 씨앗이나 채종할까 싶었다.
일당귀 새 잎은 반짝거릴 때 뜯어서 나물하면 냄새가 좋다.
풋오이와 풋호박을 보았다. 팔뚝길이처럼 길죽한 호박. 맛대가리가 하나도 없을 성싶은 저런 것도 다 먹나 싶다.소나 말 먹이로 하면 좋을 것 같은 식재료이다. 풋오이도 그렇고. 모두 서양의 개량종으로 여겨진다.
일전 나는 시골 텃밭에서 호박, 재래종 오이의 모종을 옮겨 심었다.
지난해 사촌동생은 남한테 얻었다는 토종오이 모종 가운데 세 포기를 나한테 나눠주었다. 모종을 심고는 방치했더니만 날벌레가 그 어린 모종 잎을 뜯어먹어서 겨우 한 그루만 살았고, 그 나마도 성장이 아주 불량한 채 노각 하나만 매달렸기에 씨을 추렸다가 올 봄에서 뿌렸다. 늦게 싹이 텄기에 심었기에, 언제 자라서 꽃 피우고 열매 맺을까 싶다. 올해에도 농약을 전혀 치지 않을 터인데...
아무래도 뜨거운 여름철에서나 겨우 맛 볼 수 있겠지. 그 동안에는 맛없는 개량종이나 사다거 먹을 수밖에.
4.
귀가하면서 잠실역 통로를 빠져나오서 지하마트에 들렀다. 식재료, 식품을 파는 매장 안을 둘러보았다.
예쁘게 포장한 쌀을 보았다. 1kg 3,000원이 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시골 현지에서는 1kg에 2,000원도 안 하는데 비하여 마트에서는 무척이나 비싸다.
일전 시골에서 서울 올라올 때 쌀 100kg를 차 트렁크에 실고는 서울 올라왔다. 큰딸, 작은딸, 큰아들한테 나눠주려고.
누가 무어라고 해도 한국사람한테는 쌀이 주곡이다. 기본이다. 그런데도 무척이나 값이 싸다. 도시 소비자야 좋겠지만 벼농사꾼한테는 죽을 맛이겠지. 그들도 농사 지어 팔아서 그 돈으로 다른 것을 사야 하는데...
올해에도 내 시골 논이 또 토지수용될 예정이다. 지방도로 606호를 넓힌다면서 논이 들어간다면서 보상사무실로 와서 도장을 찍으라고 여러 차레나 전화 왔는데도 나는 아직껏 가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논밭을 많이 정리했다. 고속도로부지로, 논경지정리로, 일반산업단지로, 도로부지로 편입되었고, 외지의 논은 농사 지을 수 없기에 팔았고... 자꾸만 줄어든다. 나는 진짜농사꾼이 아닌 건달농사꾼이기에...
내 자식들은 농사가 무엇인지를 전혀 모르겠다.
서울 아파트에서 살았기에 자식들이 농사문리를 전혀 모르고, 또 돈 생길 것이 거의 없는 촌구석으로 내려와 살 리도 없을 게다. 시골태생인 나도 촌생활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을 안다. 솔직히 말하면 서울에서 생활하는 게 훨씬 낫다. 나이 탓만은 아닐 게다. 문화시설이 훨씬 많고 편리하기에...
그런데도 나는 이따금 고향인 시골에 다니러 간다. 농사채를 조금은 꾸적거려야 하기에.
올해에는 고구마를 전혀 심지 않았다.
멧돼지 피해가 예상되었기에. 일전에도 멧돼지가 내려와서 밭두둑을 마구 허물어뜨린 것을 발견했다.
현지주민이 고령화되고, 주민이 줄어들수록 산속의 멧돼지가 마을로 내려와 주인행세를 하려고 드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이 멧돼지를 피해야 처지라니...
어제 모란시장에서, 잠실 지하마트에서 본 식재료 가운데에는 외국 수입농산물이 잔뜩 있었다. 그게 다 농촌사람을 죽이는 짓이다. 도시 소비자들이야 값이 싼 외국산 식재료를 사기에 돈이 덜 나가겠지만 농촌사람한테는 치명차일 게다. 외국산 포도가 , 체리, 귤 등 과일이 첩첩히 쌓여 있었다.
돈 벌이가 안 되니까 별 요상한 작물로 농사 짓는다. 한탕주의이다. 발효주, 효소식품,. 건강식품 운운하면서 유행성 작물로 소비자를 현혹시킨다.
첫댓글 최 선생님의 하루 일상을 읽고 갑니다.
성남 모란시장이 유명하여 오산 분들도
많이 장구경 가던데
저는 아직 한 번 못 가 보았습니다.
한번 구경하세요. 진짜 옛날의 장터는 아니지만 허름한 흔적들은 제법 남아 있지요.
벌레인 지네가 만병통치약으로 팔고, 굼벵이도 팔고, 돼지 곱창도 팔고, 개를 잡아서 사각내고...
때로는 코를 막고 다녀야 할 정도로 불결한 냄새도 나지요. 못난 것들도 무지하게 많기에 문학적인 글감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매 4일, 9일이 장날이지요. 지하철 모란역에서 빠져 나오면 금방이지요.
아무래도 교통이 편리해서 더욱 유명한가 봅니다. 저는 이따금 들러서 서민들의 그렇고 그런 삶을 엿보며, 싼 호떡도 사 먹고, 싸구려 찐옥수수 봉지도 손에 들고 귀가하지요. 우리네 아비 어미의 옛모습도 느낄 수 있지요.
구성진 딴따라 구경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