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의 전설 蟹眼泡溲形(해안포수형)
지당 이흥규
노령산맥(蘆嶺山脈)은 소백산맥의 정점인 지리산에서 갈라져 나온 맥이 장성 백암산을 거쳐서 고창 방장산, 구황산, 고산을 이루고 영광의 고성산, 월랑산, 태청산, 장암산을 형성하며 내달아 불갑산에 이르러 머무는 산맥으로 영광과 고창 고을 들판의 곡식들이 이삭이 팰 때쯤 남태평양에서 불어오는 태풍을 막아주어 살기 좋은 고장으로 상고대부터 사람들이 많이 살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인돌군이 고창에 있으며 영광은 조선 성종 때 한양 이남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고장으로 옥당(玉堂) 고을이라 칭하였다.
이 옥당 고을 영광에는 대마면 월산리에 대마 산업단지를 개발하여 전기차 등 첨단 산업 제품들을 생산해 내고 있는데 이 산단을 월랑산, 태청산, 장암산이 품고 있는 형국이다. 월산 마을 뒷산은 전주 이씨 참의공파 선산으로 산단 부지 대부분이 선산을 개발한 토지이다. 산단 서쪽 능선에는 참의공, 참판공, 도정공, 도사공 네 분을 모신 분묘가 있으며 이 명당을 蟹眼泡溲形(해안포수형) 이라고 한다. 해안포수형이란 바다의 게가 뻘밭에서 눈을 길게 빼고 거품을 내뿜으며 먹이를 먹고 있는 형국으로 자손이 번성하여 부와 명예를 누리는 명당이라고 한다.
창녕(昌寧) 현감 증 호조참판 휘 규빈(奎賓 1549-1623)은 광해군(光海君)이 당쟁에 휩쓸려 이복형제 임해군과 영창대군을 죽이고 인목대비를 유폐시키는 등 난정(亂政)으로 이어지자 나라의 어지러운 정치행태를 개탄하며 1613년 계축화옥(癸丑禍獄) 때 <此日不晴 不入此門> (차일불청 불입차문 - 임금의 정치가 맑아지지 않으면 다시는 이 문으로 들어오지 않겠다)는 직언(直言)을 남기고 서울 종로구 세검정에서 낙남(落南)하였다. 공은 도성을 떠나 영암(靈巖) 구림(鳩林)에 사는 빙장(聘丈)인 장령(掌令) 선산(善山) 임혼(林渾)에게로 내려(落南)갔다. 이후 임혼의 권유로 지금의 대마면 월산리에 기착한 것이 효령대군파 참의공 종중이 영광에 정착한 동기이다.
월산에 정착한 참판공은 부친의 묘소를 이장하기 위해 장지를 잡고 가묘를 한 후, 1년 만에 파보니 가묘에 물이 흥건히 고여 도저히 묘를 쓸 수가 없었다. 지관이 명당이라고 지적한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다시 가묘를 만들고 1년 만에 파보니 역시 마찬가지이다. 세 번이나 가묘를 옮겼으나 물이 고여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던 때였다. 참판공은 삼 형제를 두었는데 첫째가 척(滌)이요, 둘째가 율(栗)이요, 셋째가 란(灤) 이였다. 따뜻한 봄날 3형제가 아버지의 고민을 생각하며 동산에 올라 산세를 살펴보고 있는데 승복이 남루한 한 스님이 지나가다가 가묘 해 놓은 봉분을 보고는
“허어! 어리석은 인간이 어찌 저 깊은 땅속을 알아볼 수 있을꼬?” 하고 탄식하는 게 아닌가? 이를 본 혈기 왕성한 둘째가 분기탱천하여 “천박한 중놈이 감히 왕족인 우리 아버지께 어리석다고? 네 이놈! 뜨거운 맛 좀 봐라.” 하고 흠씬 두들겨 패주었다. 이를 본 하인이 급히 달려가 참판공께 아뢰니 참판공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아들들을 꾸짖고 스님을 모셔왔다. “대사님! 어리석은 아들놈들이 대사님을 몰라뵙고 큰 결례를 하였으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옵소서.” 하고 사과하며 극진히 대접하였다. 보름 만에 화가 풀린 스님이 참판공과 함께 산세를 다시 살펴보고 세 곳을 지적하며
“이곳에 샘을 파 식수로 쓰면 다시는 묘에 물이 고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명당은 蟹眼泡溲形(해안포수형) 이니 자손 대대로 부와 명예를 누릴 것입니다.” 하고 지적해주어 스님이 가르쳐준 대로 샘을 팠다. 일 년 후에 가묘를 파보니 흙이 고슬고슬하여 묘소 흙으로는 일품이었다. 지금은 묘소 앞에 큰 연못과 제실 옆에 우물이 맑아 식수로 사용하고 있으나 두 번째 샘은 물이 말라버렸다. 혈기왕성하여 분기를 못 참고 스님을 두들겨 팬 참판공의 둘째 아들 율은 양자를 갔으나 손이 끊어지고, 첫째와 둘째의 자손들은 수백 명이 무과와 대과에 급제하여 대대로 벼슬을 하였다. 현재에도 참의공파 종중의 자손들은 외무부 장관, 대학교 총장, 행정고시, 사법고시에 여러 명이 합격하여 정부 요직, 검사, 변호사로 또 의사, 교수, 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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