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산, 그 앞은 창안산

분명히 산은 무감각이며
상호관계를 맺을 순 없다.
그러나 산에선 무한한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우리들의 마음 속 깊이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이야말로 가장 완전한
최상의 기쁨이 아닐까?
―― 장 코스트, 『알피니스트의 마음』
▶ 산행일시 : 2018년 6월 17일(일), 흐림, 더운 날씨
▶ 산행인원 : 4명(스틸영, 악수, 두루, 오모)
▶ 산행거리 : GPS 도상 13.2km
▶ 산행시간 : 8시간 30분
▶ 교 통 편 : 오모 님 승용차로 가고 옴(올 때는 스틸영 님이 운전)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00 - 명일역 출발
07 : 32 ~ 07 : 45 - 오탄리 우레골 입구 버스종점, 산행준비, 산행시작
08 : 15 - 415m 고지, 첫 휴식
08 : 52 - 주능선 진입, 680m봉
09 : 12 - 720m봉, 무인산불감시스템
09 : 30 - 741.9m봉
10 : 00 - △821.4m봉, 헬기장
10 : 35 - 897m봉, ┳자 능선 분기봉
11 : 41 ~ 12 : 16 - 신선봉(1,014.8m), 점심
12 : 43 - △1,068.8m봉
14 : 06 - 이칠봉(△1,286.0m)
15 : 00 - 924m 고지, Y자 능선 분기봉
15 : 35 - 대성목장 구내
15 : 52 - 대성목장 축사
16 : 15 - 삼일1교, 산행종료, 택시 불러 오탄리로 이동(요금 : 24,600원)
16 : 44 - 오탄리 우레골 입구 버스종점
17 : 25 ~ 19 : 10 - 춘천, 목욕, 저녁
20 : 50 - 명일역
1.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

▶ 신선봉(1,014.8m봉)
하필 서행하며 마땅한 산행 들머리를 찾는 중에 대간거사 님으로부터 운전자인 오모 님에게
전화가 왔다. 통화에 정신을 쏟다보니 당초 계획했던 들머리를 훨씬 지나고 우레골 입구 오
탄리(梧灘里) 버스종점까지 와버렸다. 결과적으로 절묘했다. 산행거리와 시간이 자로 잰 듯
이 딱 알맞았다. 지촌천(芝村川)을 상규교로 건너자마자 화천펜션 근처에서 산행을 시작했
더라면 완주하기도 탈출하기도 퍽 난감한 지경에 빠질 뻔했다.
“소나무가 늘 푸른 것은 끊임없이 잎을 바꾸기 때문이다.”
영국의 정치가로 ‘보수의 아버지’ 또는 ‘보수의 원조’라고 불리는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1729~1797)가 한 말이라고 한다. 210년이 넘도록 우레골 입구를 여태 지키고 있는
노송을 보자 버크의 말이 생각난다. 이념의 다름을 떠나 공자의 ‘송백후조(松柏後凋)’에 더
나아간 경구로 여겨진다.
지촌천 건너편 토보산(土堡山, 590.7m)을 한 번 뒤돌아보고, 길섶에 까맣게 익어가는 달짝
지근한 오디와 새콤달콤한 빨간 보리수 열매를 따먹으며 마을 고샅길을 간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들을 지나고 감자밭 둑을 넘어 벌목한 지능선을 잡는다. 멀리서는 벌목한
지능선이 거닐기 좋은 초원으로 보였는데 깊은 풀숲이다.
개척하는 가파른 오르막 풀숲을 헤치며 등에 직사하는 뙤약볕을 받으니 때 이르게 더위에 허
덕인다. 교통호가 풀숲에 가려 자칫하다가는 그 깊은 구덩이에 처박히기 십상이다. 엉겁결에
붙잡느니 날선 엄나무라 뼛속까지 아리다. 풀숲 아침이슬 털어 바지자락은 금세 젖는다. 두
눈 부릅뜬 토치카를 연속해서 넘는다. 하늘 가린 숲속에 어서 들어 살 것 같다.
앞장서서 일행을 견인하는 오모 님을 맨 뒤에서 두루 님이 잡아당긴다. 아무래도 본인이 아
니라 나를 배려하려는 수작이다. 하여 40분이 경과한 415m 고지에서 이른 첫 휴식한다. 입
산주는 얼려온 탁주가 녹지 않아 두루 님 식혜로 갈음한다. 선두는 항상 괴롭다. 지도 잘 읽
어 난행을 경계하고 거미줄은 물론 줄 타고 내려오는 애벌레까지 치워야 한다.
주릉 680m봉. 벙커가 있다. 잠시 숨 고르고 오른쪽으로 직각 꺾는다. 가파른 오르막의 큰 고
비는 넘겼다. 부지런히 잔봉우리 오르고 내린다. 무인산불감시시스템이 있는 720m봉에서
잠깐 머리 내밀어 하늘 쳐다보고 다시 수해(樹海)에 잠수한다. 나뭇가지 사이를 연신 기웃거
려보지만 미세먼지인지 안개인지 원경은 물론 근경 지척도 침침하다. 어제 오지산행이 간 함
백산은 눈이 시리도록 맑기에 오늘까지 그런 날씨를 이어주십사 하고 간절히 기원했건만 틀
렸다.
741.9m봉은 쉬기 좋은 숲속 공터다. 그늘에 들면 대기는 선선하다. 주릉에 진입하여 한동안
느슨하던 걸음이 갑자기 바빠진다.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다. 땅에 코
박고 한참을 씩씩거려 묵은 헬기장인 △821.4m봉이다. 삼각점은 ‘화천 449, 2007 재설’이
다. 문정남 씨의 16,638개 산 표지기가 보인다.
┳자 능선 분기봉인 897m봉을 넘으면 묵은 임도로 보이는 옛적 군인의 길과 만난다. 잡목과
풀숲이 우거지고 인적은 흐릿하다. 능선 마루금 벗어나고 절개지 가파른 그 길을 따라 사면
을 돌고 돈다. 신선봉이 가까워진 산모롱이에서 다목적하여 넙데데한 생사면을 치고 오른다.
오지를 만들어 간다. 독사도 보고 소득이 없지는 않았다.
신선봉. 되똑한 바위에 올라 발돋움하여도 하늘 가린 숲속이다. 산행표지기 수효로는 명산
반열이다. 16개. 둘러 앉아 점심밥 먹는다. 반주로 탁주 1병을 비우기가 버겁다. 나만 마신
다. 두루 님의 먹거리는 예의 떡집에서 비롯된다. 식혜, 찹쌀에 콩과 잡곡을 약간 넣은 밥, 인
절미 등등. 약간 쇤 곰취와 삽주라도 챙기는 저의가 궁금하다.
2. 오탄리 우레골 입구 노송(보호수)

3. 산행 들머리 맞은편 토보산

4. 토보산

5. 멀리 뒤쪽이 두류산, 그 앞은 놀미뒷산

6. 멀리는 응봉

7. 금마타리

8. 멀리 왼쪽은 이칠봉, 앞 오른쪽은 신선봉

9. 맨 뒤가 두류산

10. 금마타리

▶ 이칠봉(△1,286.0m)
신선봉을 넘어서자 잔뜩 우거진 풀숲을 헤치는 경우가 잦다. 주로 미역줄나무와 국수나무다.
사면을 누비다가 미역줄나무 덩굴에 막혀 뒤돌아 나오곤 한다. ┣자 능선 분기봉인 1,021m
봉을 지나고-오른쪽은 샛등봉(919.0m)을 넘어 방화기폭포 쪽으로 간다-한 피치 바짝 오
르면 △1,068.8m봉이다. 삼각점은 ‘화천 456, 2007 재설’이다.
평탄하게 진행하다 얕은 안부 지나고 옛적 군사도로(?)와 만난다. 이 도로(말이 도로지 오래
되어 숲속 산길과 다름없다)는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고 돌아 이칠봉 정상까지 간다. 능선 마
루금은 어떨까? 소로가 보이기에 두루 님과 냉큼 들었다. 몇 차례 미역줄나무 덩굴을 헤치고
일로 전진했다. 교통호에 빠졌다가 기어 나오고 미역줄나무 덩굴숲에 갇히고 말았다.
사면을 치고 내려 군사도로에 복귀하자 해도 절개지가 절벽이다. 납작 엎드려 미역줄나무 아
랫줄기의 빈틈을 찾아 포복하여 뚫는다. 헬기장이 나와 잠깐 숨 돌리고 또다시 엎드려 미역
줄나무 덩굴숲에 덤빈다. 여기서 입은 체력 데미지가 컸다. 몸부림하여 가까스로 빠져나왔을
때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스틸영 님과 오모 님은 이칠봉 정상 직전 그늘에서 아까부터 쉬
고 있었는데 말이다.
스틸영 님이 건네주는 사과주스-사과주스도 효능이 대간거사 님 냉환타 못지않다-로 정신
수습하고 이칠봉을 향한다. 조팝나무 꽃이 환한 헬기장 바로 위가 이칠봉 정상이다. 무인산
불감시탑 아래에 있는 삼각점은 ‘화천 317, 2007 재설’이다. 이 산 아래 사창리에 사단 사령
부가 있는 27사단 이기자부대장이 조그만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
이칠봉은 11년 전에 나 혼자 홍적고개에서 촉대봉 넘고 응봉을 돌아서 왔었다. 그때는 신선
봉을 넘어 신포리 신포중학교 쪽으로 하산했다. 도상 20km. 10시간 가까이 걸렸다. 오늘도
그때처럼 날이 흐리다. 화악산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길은 그때보다 더 험해졌다. 지
금은 오모 님이 그때 나처럼 일요일이면 이 근방 산을 훑고 다닌다.
11. 금마타리

12. 신선봉 넘어 △1,068.8m봉 가는 길

13. 신선봉 넘어 △1,068.8m봉 가는 길

14. 함박꽃

15. 함박꽃

16. 큰앵초

17. 국수나무 꽃

18. 큰앵초

하산. 대성목장 쪽을 향한다. 삼각점 위로 울창한 잡목숲을 헤치면 잘난 길이 보인다. 산행을
시작하여 이칠봉에 오르기까지 약간의 곡절이 있었지만 줄곧 오르막이었다. 하산은 아무런
곡절 없이 급전직하로 떨어진다. 지도에는 우리가 갈 길만 보이기 마련이다. 사방 막힌 숲속
에 들고 잘생긴 지능선들로부터 이리오시라 유혹을 받아 신세 조진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
가. 그런 일이 없도록 GPS 지형도에 눈 박고 간다.
스키장 1급 슬로프처럼 멀미나게 코너링을 반복하며 내리고, 늘어진 924m 고지에서 Y자 능
선이 분기한다. 오른쪽 능선을 잡는다. 다시 쏟아져 내린다. 가시철조망을 만난다. 지금은 폐
장한 신세계백화점 대성목장의 구내다. 가시철조망은 능선 마루금을 가두었다. 철조망을 따
라 사면으로 가자 해도 워낙 가파르고 잡목숲이 울창하여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사불여
의. 철조망을 넘을 수밖에.
철조망 안쪽의 능선 마루금은 길이 잘 났다. 낙엽이 수북하여 미끄러져도 심설인양 포근하
다. 목장 축사 옆을 지난다. 엄청난 규모의 빈 축사다. 목장 규모만도 70여만㎡에 달한다.
2011년 1월의 일이었다. 당시 강원도민일보의 기사 중 일부다.
“전국 제일의 청정 고급육 생산지로 널리 알려진 화천의 한우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 화천
군과 군민들이 큰 충격과 함께 허탈감에 빠졌다. 화천군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사내면 삼
일리 화악산 인근 대성목장 내 한우 1140마리 중 16마리가 구제역 의심증세를 보임에 따라
도 가축위생시험소가 시료를 채취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한 결과 11일
모두 양성으로 판정됐다.
이에 따라 화천군은 농장에서 사육 중인 1140마리의 한우를 살처분하기로 하고 중장비를 이
용해 매몰작업에 들어갔다. 화천군은 구제역이 확산되자 지난해 12월부터 마을 출입로를 통
제했으며 목장에서도 자체인력을 투입, 목장 진입로를 철저히 관리해 왔지만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온 구제역을 피할 수 없었다.”
1,140마리 살처분. 안타까운 일이다. 구제역을 옮긴 주범으로 고라니를 의심한다. 길섶에 줄
이어 하얗게 핀 마거리트가 조화(弔花)로 보인다.
<부기>
어디서 저녁식사를 할까? 사창리 복지회관의 목욕비 2,000원이 매력적이긴 하나 서울 가는
순로를 고려하여 춘천을 경유하기로 했다. 춘천목욕탕이 가까웠다. 요금 6,500원. 그런데 냉
탕이 1인용, 열탕 2인용, 온탕 3인용이다. 샤워기 찬물 맞다 나온다. 이 다음 코스인 음식점
은 산정무한 님의 맛집 리스트에 올라 있는 ‘실비막국수’ 집이다. 목욕탕에서 가깝다.
실비막국수 집이 의외로 한산하다. 돼지고기 편육도 빈대떡도 맛이 썩 괜찮다. 대개 반주가
있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더구나 반주는 생더덕주가 아니던가. 스틸영 님이 용단
을 내렸다. 자기가 운전할 테니 맛있게 드시라.
19. 큰앵초

20. 붓꽃

21. 붓꽃

22. 이칠봉에서 바라본 응봉

23. 이칠봉 정상에서

24. 참조팝나무

25 참조팝나무

26. 두류산, 그 앞 왼쪽은 창안산
첫댓글 오모야, 앞으로 들머리 찾을 때는 전화하지 말라고 전화해주기 바란다. ㅋㅋ
오붓하게 잘 댕겨오셨네요. 덕분에 실비막 국수집이 핫 플레이스가 됐다는 소문이~
영님의 희생정신(?)이 돋보이네요~ㅎ
산행 고수분 님들과의 산행은 지겹지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여유가 있으시니 산행에 얽힌 이야기거리가 많아 재미가 있고 둘러보는 산행을 했습니다
(오모 스타일은 아니지만)
둘루님의 떡집 협찬도 짭짤했습니다
네분이서 짭짤하게 다녀오셨네요...하루사이에 가스로 조망은 없지만 그래도 산에 들어가는게 얼마나 행복합니까...우리는 행복한 오지에유


사진이 참 멋집니다!
선은 누가 그으셨나요?
고생하시며 짭짤한 산행을 하신 듯합니다.
위 산행로의 선은 제가 그었죠.
코스 선정은 오모 님이 했지만.ㅋㅋ
제가봐둔 ㄷ ㄷ 밭을 살짝 지나가셨군요 휴

다행입니다
뱀도 봤구~
진드기도 따라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