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홍기
이 노래는 1959년 남홍일 감독의 영화 <유정천리> 주제곡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가난한 아버지가 본의 아니게 죄를 짓고 형무소에 가자, 어머니는 정부(情夫)를 따라 자취를 감춘다.
어린 아들은 엄마·아빠를 찾아 눈물로 나날을 보낸다. 아버지는 형기(刑期)를 마치고 출옥하고, 거리에서 아들과 아버지는 우연히 상봉한다. 아이는 아버지를 만나서 손을 잡고 노래 가사처럼 석양 무렵에 고향으로 돌아간다.
가련다 떠나련다 어린 아들 손을 잡고
감자 심고 수수 심는 두메산골 내 고향에
못 살아도 나는 좋아 외로워도 나는 좋아
눈물 어린 보따리에 황혼빛이 젖어드네
(박재홍 ‘유정천리’ 가사 1절)
당시 시대상황을 보면 1960년 제4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조병옥 박사가 미국에서 수술 중 갑자기 사망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그를 지지하던 슬픔에 빠진 대중들이 이 노래 ‘유정천리’의 가사를 정치 현실을 비꼬는 가사로 바꿔서 부른다. 국민은 1956년 제3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자유당 이승만에 맞서 후보로 출마한 해공 신익희가 유세기간 중 호남선 열차 안에서 사망한 사건과 연계해 더욱 비통해했다. 결국 이 노래는 조병옥 박사 장례식의 추모곡이 됐으며, 후에 남백송·문주란 등이 리메이크해 불렀다.
‘유정천리’를 노래한 박재홍은 1924년 경기 시흥에서 출생했다.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1947년 오케레코드 콩쿠르에 입상해 이듬해 ‘눈물의 오리정’으로 데뷔했다. 그의 인기곡은 ‘울고 넘는 박달재’ ‘물방아 도는 내력’이고 1989년 3월에 작고했다.
구수한 음색이 매력적이었던 박재홍. 그의 노래는 비릿한 시대상을 비웃는 듯했고, 그의 가락은 상처받은 서민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특히 한국전쟁 시기에 발표된 히트곡 ‘물방아 도는 내력’은 전쟁 속에서도 추잡한 모습을 보였던 1952년 발췌개헌과 관련한 부산정치파동에 실망한 국민에게 귀거래사(歸去來辭)로 여겨진 노래였다. 그런 배경으로 제4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1960년, 노래 ‘유정천리’는 당시 자유당을 비판하는 가사로 둔갑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었다.
유차영<솔깃감동스토리연구원장>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