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正見] (185) 이 한 물건이 뭐꼬?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것!
◇ '이 한 물건'은 생각으로 헤아려서는 만나볼 수가 없고 스스로 문득 발견해야 한다. /출처=셔터스톡
지금 여기 한 물건(物件)이 있습니다. 이것이 있기에 의식이 없으면 송장과 다름없는 이 몸이 지금 여기에서 물질세계를 보고 소리를 들으며 맛보고 느낌으로 모든 것을 알아차립니다.
이것은 정해진 크기도 없고 형상이나 빛깔도 없어 대상이 되지 않으나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며 생각하여 아는 모든 삶의 활동이 전부다 이로부터 일어나고 사라지니 신령하여 영물(靈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를 평상시엔 의식이나 정신이라고 하고 엄마뱃속에 있을 땐 태아라고도 하며, 조절이 안 되면 치매라고도 하고, 죽은 다음엔 영혼(靈魂) 또는 천도해야할 영가(靈駕)라고도 합니다.
기독교에선 이를 하나님의 생명 숨결이라고도 하고, 무당들은 몸은 죽었으되 세상에 한을 못 버린 원혼(寃魂)이라 합니다. 생각으로 뭐라고 이름 짓고 따로 부르든 간에 그 정체는 오직 이 한 물건입니다. 이 한 물건은 생각으로 헤아려서는 만나볼 수가 없고 스스로 문득 발견해야 합니다.
중국 송나라 때 시장에서 유과를 기름에 튀겨 파는 유노파가 있었습니다. 이 노파가 임제스님의 [한 물건이 눈 코 귀 입(面門)으로 출입하여 사람이라 불리니 이 물건이 무엇인고?]란 화두를 붙잡고 몇 년을 씨름하였지만 도대체 알지 못하다가 시장에 온 거지가 부르는 각설이 타령을 듣는 순간 깨어났습니다.
보통 사람은 저기 있는 거지가 각설이 타령을 부르고 있다 또 생각하지만 유노파는 징소리와 마찬가지로 각설이 타령이 내 안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이 한 물건의 작용활동임을 정견(자각)한 것입니다. 그 노파는 감격한 나머지 만든 유과들을 내동댕이치면서 “이 한 물건이로구나! “하고 외쳤다고 합니다.
이 광경을 본 그녀의 남편이 “이 여편네가 미쳤나?”하고 비난하자 그녀는 즉각 말하기를 “당신이 알 수 있는 경계가 아니오!”하곤 임제스님을 만나러 갔다 합니다. 수년간 쌓인 의문심이 풀리는 순간이니 그 얼마나 통쾌했겠습니까?
생각에 갇힌 사람들은 거지가 저기서 각설이 타령을 부른다고 생각하지만 이 한 물건에 깨어난 사람들은 세상 모든 게 이 자리에 비춰지고 들리며 느껴지는 경계들(정보)에 불과함을 발견합니다. 우리가 [안이비설신의]로 접하고 느끼는 모든 경계들의 본질은 실체가 아니라 다만 허깨비 같은 정보들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생각으로 있다, 없다 분별하거나 이거다 저거다 판단하거나 좋다, 싫다 즉각 판단하며 자기 오온정보에 놀아나지 말고 끝까지 자기란 이 한 물건에 강한 궁금증을 갖고 이것에 확 깨어나는 체험이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란 것입니다. 먼저 이 한 물건을 발견해야만 다음 단계인 보림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 | 김연수 한양특허 대표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