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가끔은 경이로운 사물을 만나 탄성을 지르게 되고 다시 한번 확인 한다. 발견은 새로운 것 뿐만 아니라 겪은 것을 까맣게 잊었다가 갑자기 마주치게 되어 더욱 큰 새로움을 느끼게 되는데 인식의 과장이다. 이러한 일은 삶에서 무수히 나타나게 되고 그때마다 새로운 경지를 맛보며 기억을 확고하게 저장한다. 그릇은 무엇인가를 담는 기구다.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물품에 맞게 만들어 낸다. 또한 철학적 사유에 의한 생각의 크기에 따른 정신적인 그릇을 말하기도 한다. 사람의 그릇은 인품을 말하며 인품에 따른 행동의 범위를 나타내고 그 크기에 따른 확인은 본인이 하는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판정한다. 사물은 사람이 필요에 의하여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는 부동이 본질이다. 사람은 그것들을 이용하며 필요에 의한 도구를 만든다. 그러나 본질의 훼손은 어쩔수 없다. 김규은 시인은 나무의 본질이 훼손되어 찻상으로 변한 찻상을 닦다가 나무에 갇힌 시간, 즉 나이테를 발견하였다. 일상에서 늘 보아오던 것인데 불연듯 새로움을 보았다. 나이테는 나무의 성장 기록이다. 해를 거듭하면서 휴식기간이 생기고 그 기간은 생육을 멈춰 자연스럽게 기록되는 표시다. 그 안에는 생육의 모든 것이 있어 생을 멈춘다 해도 알아보게 된다. 사람에게도 나이테는 존재한다. 피부와 관절에서 처음 보이다가 내부의 노화로 인한 각종 질병이 유발하고 몸에 따라 정상적인 성장도 멈춰 망각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게 사람의 나이테다. 시인은 찻상이기 전에 살았던 나무의 나이와 현재 자신의 나이를 비교하며 삶을 지탱하는 힘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발견하였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살아가는 결은 같다. 그 같음으로 인하여 시인의 눈에 비친 시간은 나이테. 즉 세월의 그릇에 의하여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 흔적이 기묘하고 뒤틀릴수록 더 아름답다는 것까지 비춰내는 작품이다.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