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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들의 천국
20년 연륜을 간직한 松江會 갑오년 신년모임에 객으로 참가했다가 귀가하는 전철2호선에서 맞은 편에 앉은 삼십 대 여성 셋의 화사한 수다와 그네들의 얼굴에 쉴 새 없이 번지는 헤픈 웃음들을 흘끔흘끔 훔쳐본다 그녀들이 의식하지 못 할 정도의 빈도로 조금 전까지 신천동 오리전문식당에서 부산갈매기들의 정체성을 수다로 풀어내는 스무 명 남짓한 친구들 그들의 수다와 이 여인네들의 그것과는 어떠한 동질성이 있을까
인간 DNA 가운데 수다DNA의 비중을 비로소 깨닫는다 아나고와 꼼장어와 민물장어의 차이점에 대한 치열한 논박에서 나는 그 옛날 자갈치 시장바닥에 즐비했던 꼼장어구이집에서 밤마다 철석거리는 검은 파도 위로 고기 굽는 파르스름한 연기와 군침을 흘리게 하는 고소한 냄새가 피어 올랐던 것을 회상하는 사이에 어느덧 화제는 영화로 번져나가 토니 커티스, 로버트 테일러, 로버트 밋참, 그레고리 팩 게리 쿠퍼, 록 허드슨 등 허리우드 미남배우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세상은 수다쟁이들의 천국이다 수다는 가상의 공간을 통하여 무한히 그 영역을 확장한다 더 이상 수다는 반드시 얼굴을 마주하고서 만 가능한 행위가 아니다 인터넷 카페,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등등 IT기술의 눈부신 진화로 수다공간은 영상과 음향과 문자배합의 극치를 구가한다 시도 때도 없이 방정맞은 카톡의 신호음에 신경이 곤두서는 때는 당장 해지할까 싶은 마음 굴뚝 같으나 한 가닥 미련이 나의 성마름을 잠재운다
그대 침묵을 원하는가 그대 정녕 적정寂靜함에 들고 싶은가 혹시 침묵과 적정은 도피와 나태와 비겁과 안일安逸 속으로 숨어들고 싶어서 하는 수작은 아닌가 아니면 침묵 또한 요설饒舌의 한 방편 어쩌면 요설饒舌의 지능적이고 교묘한 변형이 아니겠는가 그대 진정 침묵이 그립다면 배낭 하나 메고 훌쩍 산을 오르라
추읍산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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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밌는 글 멋있는 사진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