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저 끝에서 어둠을 들어 올리느라 힘든 하늘이 붉게 울면, 점점 더 붉게 울면 그 뒤로 해가 매일 다시 솟아나며 빛을 뿌렸다.
"오~!! 해~~~~~~"
무리들의 앞에선 마마가 길게 소리치며 모래벌에 엎드리면 마들과 찌들과 아이들도 모두 모래벌에 엎드리며 몸을 낮춘다.
해가 빨간 머리를 내밀고, 아래에 매달린 바닷물을 떼어내고 두둥실 하늘로 떠오를 때까지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나무에서 바닷가로 옮겨온 첫날 아침부터 수도 없는 날이 지난 오늘 아침까지 변하지 않는 우리 바닷가 무리들의 새벽 풍경이다.
해는 그 붉게 타는 모습이 두렵기도 하지만, 밝은 빛으로 우리 무리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하늘에 떠있기에 든든하기도 하다.
해가 떠오르고 나면 각자 뿔뿔이 흩어지는데 크게 보면 두 부류다.
모래벌에 늘려있는 조개를 캐서 배를 먼저 채우는 무리가 그 첫째고, 반들반들한 조약돌들이 까르륵 소리 내며 웃는 곳으로 가서 큰 볼일을 보는 무리들이 그 두 번째이다.
큰 볼일을 아무 곳에서나 처리하다 보니 높은 나무에서 살 때와는 달리 그 나쁜 냄새와 그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맹수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던 마마가 고심 끝에 찾아낸 방법이 바로 조약돌 있는 곳에 가서 일을 보는 것이었다. 그 방법으로 두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풀렸다.
자손들도 많이 낳고 무리를 이끌며 오래 살아서 지혜로운 방법을 잘 찾는 마마가 찾아낸 방법들 중에는 살을 빼먹고 난 조개껍질을 한 곳에 모으는 것도 있었다.
마나 찌나 아이들 중에 모래밭을 기면서 엎드려 조개를 찾다가 발이나 무릎이 조개껍질에 베이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피를 흘리는 곳에 고운 모래를 뿌리면 피가 빨리 멎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큰 상처가 나면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살을 빼먹은 조개껍질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한 곳에 버리기로 정했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그곳엔 돌무더기 같은 조개무덤이 생겨났다.
정해진 여러 방법들에 따라 마들과 아이들은 물고기들을 가둘 얕은 물속 돌담들을 쌓기도 했고, 힘 센 찌들은 조약돌들이 많은 곳으로 가서 돌팔매질 연습도 하고, 바닷가 근처 작은 나무들이 있는 곳 주변 곳곳에 조약돌탑들을 쌓아두기도 한다.
맹수들이 갑작스럽게 달려들 때 우르르 몰려가 그 돌들로 돌팔매질을 하면 쉽게 쫓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달이 동그랗게 뜨는 며칠은 바닷가 우리 무리들의 다 같이 즐거운 날이다.
환한 달빛 아래 제 흥에 겨워 마들과 찌들이 어울려 훨훨 춤을 추며 빙빙 돌면 아이들도 덩달아 소리 지르며 춤을 추었다.
노느라 피곤한 아이들이 먼저 쓰러져 자면, 여기저기 꼭 끌어안고 사랑을 나누는 마와 찌들에게로 더 환해진 달빛이 쏟아져 내린다.
나도 얼른 찌가 되고 싶다...
- 곧 찌가 될 아이가 바다 절벽에 쓴 그림 일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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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살다가 땅으로 내려온 인류들의 이야기입니다. 1편에 이어 2편입니다.
호칭에,
마마는 여자 족장쯤 되고
마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여자,
찌는 남자 성인으로 생각하며 읽으시면 됩니다.
첫댓글
참, 마음자리님의 상상력은 대단하셔요.
바닷가 근처가 나오고, 조개 무지가 나오면,
아마도 석기 시대의 인류의 모습 같습니다.
원시 인류에 대한 지식 없이는 상상력도 불가 하지요.
그들이 그렇게 그렇게 쭈욱 세월가고 진화해서
지금의 우리가 아닐까요.
마마와 마와 찌의 원시 생활을 그려낸다는 것은
마음자리님의 상상력과 글 솜씨에 기대를 해 봅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그 시절에는 다른 동물과 별반 차이가....^^
제가 길 위를 달릴 수 있고 우리 5060카페가 계속된다면 드문드문 상상의 끄트머리에서 시대를 건너 뛰며 더듬어 나와볼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자리
언제나, 한결같이 진지한 마음자리님
응원 합니다.^^
@콩꽃 지난주는 모처럼 동쪽으로 일 다녀왔습니다. 오가는 길에 만난 가을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내일은 또 서쪽으로 5일 여정으로 다녀올 겁니다. 즐거운 상상의 늪에 빠져들면서요. ㅎ
하늘이 붉게 울면, 점점 더
붉게 울면...
어쩜 이런 상상력을...
이런 생각이 드는 글입니다.
마마와 마와 찌의 원시 생활.
콩꽃 님의 댓글에도 엄지 척 올려봅니다.
다음 편 또 기다립니다.
잘 몰라서 두렵고, 그저 살아남기만 해도 잘 한 것 같은 그때의 사람들 눈에 비친 새벽, 어둠을 밀어내는 해오름은 자연스러운 숭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써봤어요. ㅎ
나무에서 내려온 마마와 찌 가족이
바닷가에 모래펄에 터를 잡고
자유롭게 살아가봐요.
마치 보헤미안처럼 살아가는
그들에게 어떤 일들이 있을까요.
기대만땅이예요^^
그때는 하나의 작은 변화와 개선이 생기는 데도 일이백년이 훌쩍 지나가곤 했을 것 같아요. ㅎ
그렇게 쌓여가는 자연스러운 변화와 새 질서를 상상해보는 것이 새 길을 찾듯 재미가 있습니다.
반들 반들 조약 돌들이 꺄르르 소리를 내며 웃는 곳...표현이 예술입니다.
조개 무덤이 이렇게 생긴 거 였군요...ㅎㅎ
점심을 간단한 도시락으로 컴 앞에서 먹으며 읽는 마음자리님의
이어지는 얘기는 참 맛있네요.
기대 됩니다.
저도 점심 식사하며 카페님들 들 읽을 때가 많습니다. ㅎ
소화도 잘 돼요~ ㅎㅎ
조개껍질을 한 곳에 모아 버리게 된 것이
정리정돈의 차원이 아니라
발이 베이는 위험이 더 비중있는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선사시대 패총이 그렇게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 생각해봅니다.
아주 과학적인 상상의 나래입니다.
조개를 왜 한 곳에 모았을까...?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ㅎ
ㅎㅎㅎ
멋진 글입니다.
제 생각에
상상이라기보다는
합리적이고 뛰어난 추론으로 봅니다~~^^
ㅎㅎ 상상에도 양심이 있어서요. ㅎ
마들. 찌가 무엇인가 궁금했는데. 아래에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군요.
상상력이 풍부한 분이라 새들의 세상 이야기인줄 알았어요
아... 새 이름으로도 좋겠네요. ㅎ
<< 여기저기 꼭 끌어안고 사랑을 나누는 마와 찌들에게로 더 환해진 달빛이 쏟아져 내린다.>>
눈치 없는 달님이시네요 .
달빛 그림자가 더 아름다움 밤이 될것 같은데요 .
마음자리님의 마음엔 온갖 세상이 다
자리를 잡고 있는듯 합니다 .
재미 있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 봅니다 .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상상을 털어놓으면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상상이 끝나지가 않습니다. 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