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의 ‘정명’ 그리고 ‘언어에 담긴 힘’>
판타지 장르에 나타나는 드래곤이 사용하는 강력한 마법인 용언 마법은 강하게 말을 하는 것만으로 그 말 뜻에 담긴 내용을 현실로 실현시킨다, 같은 예로 우리가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 ‘마법천자문’에서 또한 한자를 강하게 읽는 것만으로도 그 말 뜻에 담긴 힘이 외부로 발현되어 시전자의 힘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속 편해 보이는 마법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확신과 해당 언어에 대한 올바른 정의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상에서도 간혹 우리의 의지와 언어가 동화될 때 하나의 마법이 이뤄지기도 한다, 2016년 올림픽에서 펜싱 박상영 선수가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라며 되뇌고 이를 실현시킨 것은 가히 마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가에서는 이러한 언어의 힘을 견지했던 것일까, 사회질서를 실현하기 위해 우선 이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던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정명은 최종적으로 명실상부(名實相符)를 위함이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함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창조한다, 언어와 현실은 상호작용하는 관계에 놓여있고 이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공자는 정명의 근거를 설명하면서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서가 없게 되고, 말이 순서가 없으면 일이 실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명분을 바로 잡음으로 결국 실지로 일을 이루어 내는 것이 명실론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는 마법과 같다, 말뿐인 이것은 힘이 전달되는 매개 혹은 힘 그 자체로 의지는 언어를 싣고 세상에 뿜어져 창조를 이룬다. 그렇기에 말을 바로 잡지 않으면 무질서한, 실로 악이 생겨나기 좋은 환경이 된다. 그렇기에 말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인지하는 현인들과 영웅들은 꼭 필요한 말 만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사기꾼들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서 사기꾼이다.
사실 좋은 말이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미 다들 어린 시절부터 실험과학적인 경험을 통해 습득했다. 그 유명한 양파 실험을 안 해본 또래들은 드물지 않을까, 이것의 과학적인 근거에 대해선 사실무근이지만 교육적인 취지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고운 말의 중요성에 대해서 일깨워 주려 했던 이유였지 않을까 싶다.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 비트겐슈타인이 했던 말인데 이것은 언어를 정확히 사용하면 그에 해당하는 세계를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아가 언어를 통해 알 수 없는 세계는 설명할 수 없는 세계이고 이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침묵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언어가 가지는 의미는 세계의 전부라고 할 만큼 큰 것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말의 바로잡음을 강조했던 유가의 정명의 의의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언어의 힘과 중요성을 다소 난잡하게 살펴보았다. 유가의 정명론이 등장하고 작용하는 부분과 용언 마법, 마법천자문이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나 싶기도 하겠지만 모두 하나같이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을 감안해 약소한 비약은 용서해 주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첫댓글 고대 사회에서 주문은 마법을 일으키는 힘으로 여겨졌습니다. 고대 사회에서는 대상 사물에 대한 정확한 이름짓기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그것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낱말로 다양한 것들을 가리키기도 했답니다. 정명론은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왕이라고 했을 때,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 외연은 어디까지 확장되어야 하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만 왕노릇을 하고 싶었을 뿐이지, 실제 왕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왕이라는 개념의 내포와 외연을 분명히 하는 것이야말로 왕 노릇하는 것에 대한 올바른 실천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이것은 오늘날에도 통용됩니다. 많은 낱말이 생겨나고, 그것들이 지시하는 대상 사물이 예전보다는 분명해졌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제4차산업혁명이 무엇인지,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것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캐치프레이즈와 슬로건만 난무할 뿐이지, 실제로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타인에게 생각을 맡기는 것이지요.